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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에미리트 주도국 아부다비의 숨은 야망] 오일머니로 미래형 산업국가 도약 부푼 꿈 

 

아부다비=채인택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글로벌 에너지 산업 주도 위해 한국 원전 주문...중동의 소프트파워 강국 구상도 한창

▎아랍에미리트에 짓고 있는 바라카 원전 1, 2호기의 모습. 3세대 한국표준형원전(APR1400) 기술을 적용했다. 한국은 2009년 UAE에 원전 4기를 짓는 계약을 맺고 세계 5번째 원전 수출국이 됐다.
지난 하반기 세계 문화 예술계의 화제는 단연 ‘루브르 아부다비’의 개관이었다. 중동의 산유국 아랍에미리트의 아부다비에 프랑스가 자랑하는 루브르 박물관의 첫 해외 별관인 ‘루브르 아부다비’를 지난해 11월 8일 연 것이다. 2만4000㎡의 부지에 건평 8000㎡ 규모로 들어선 루브르 아부다비의 갤러리 건물은 세계적인 건축가 장 누벨이 설계했다. 건축의 핵심은 박물관 전체를 덮고 있는 돔 지붕이다. 아랍 분위기가 물씬 나는 7850개의 패널로 덮여 박물관 안에서 보니 환상적인 분위기가 느껴졌다. 바깥에서 보면 아늑한 새집 같은 분위기였다. 건축비만 6억 유로가 들었다. 아라비아 반도에 들어선 박물관으로는 최대 규모다. 아부다비는 프랑스 정부와 30년 계약을 하고 루브르 명칭 사용료로 5억2500만 달러를 지급했다. 이와는 별도로 작품 대여료와 특별 전시·관리를 위한 자문료로 7억4700만 달러를 추가로 들였다.

루브르 아부다비 개관 이어


▎프랑스가 자랑하는 루브르 박물관의 첫 해외 별관인 ‘루브르 아부다비’가 지난해 11월 8일 아부다비에 문을 열었다.
11월 중순 찾았던 루브르 아부다비는 개막전인 ‘하나의 루브르에서 또 다른 루브르로-새로운 광명 속의 휴머니티’가 한창이었다. 반 고흐의 ‘자화상’과 미국 출신으로 영국에서 활동했던 제임스 애벗 맥닐 휘슬러의 ‘휘슬러의 어머니’, 프랑스 화가 자크 루이 다비드의 ‘알프스를 넘는 나폴레옹’ 등 파리에서 봤던 걸작이 줄줄이 전시되고 있었다. 파리 루브르를 대표하는 문화재와 작품도 많았지만 그 사이에 중동과 아프리카의 화려했던 역사와 소프트파워을 보여주는 작품을 전시해 특색을 살렸다. 수메르 여인상을 비롯해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유물도 풍부하게 자리 잡았다. 곳곳에 아랍 문자와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설명문자로 만든 전시물이나 장식물이 자리 잡아 아부다비에 있는 루브르 박물관임을 강조했다. 아부다비는 ‘루브르 아부다비’가 들어선 아부다비시 북부 사디야트 섬에 ‘아부다비 구겐하임’도 건설 중이다. 이 섬에 예술 구역을 만들어 중동의 문화 중심지로 만들 야심한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의 토후국인 아부다비는 이를 통해 중동의 소프트파워 강국으로 도약할 꿈을 키우고 있다.

아랍에미리트는 1971년 영국 보호령에서 독립한 아부다비·두바이·샤리아·아지만·라스알카이마·푸자이라·움알쿠와인의 7개 토후국(에미리트:이슬람 군주인 에미르가 다스리는 나라)으로 이뤄진 페르시아만 지역의 이슬람 군주국 연합이다. 바라를 사이에 둔 반도국가 카타르와 섬나라 바레인도 끌어들여 9개의 토후국으로 이뤄진 좀 더 큰 나라를 만들려고 했지만 이루지 못했다. 면적은 7만7699㎢ 정도로 남한의 80%에 못 미친다. 인구는 2017년 추정치가 940만 명이다. 2005년 센서스에서 집계된 인구가 410만 명이었으니 12년새 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세계적인 인구 고속 증가 국가 중 하나다. 문제는 늘어나는 인구가 대부분 외국인 거주자라는 사실이다. 세계 200개국 출신이 아랍에미리트에 거주한다. 심지어 내외국인 간 인구 비율이 역전된 상태다. 아랍에미리트에서 에미리트인, 즉 국민은 11.32%에 지나지 않는다. 이슬람 종파로는 수니파 85%, 시아파 15%의 비율이다. 가장 인구가 많은 집단은 27.15%를 차지하는 인도인이다. 힌두교도와 무슬림(이슬람교도)이 섞여 있다. 그 다음이 대부분 무슬림인 파키스탄인으로 12.53%를 차지한다. 방글라데시인(7.21%)과 스리랑카인(3.13%)이 그 뒤를 잇는다. 사정이 이러니 거리나 호텔, 몰(백화점과 마트를 함친 개념) 등에서 에미리트인을 보기가 쉽지 않다. 아랍에미리트는 다른 중동 지역 산유국과 함께 거대한 ‘인디언 타운’으로 변하고 있었다. 70만 명에 이르는 필리핀인도, 24만 명의 영국인도 거주한다. 경제는 해상 유전을 중심으로 석유사업이 핵심이다. 한 세기는 고갈을 걱정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다량의 석유가 묻혀있다. 이를 바탕으로 국내총생산(GDP)은 국제통화기금(IMF) 2016년 명목금액 기준 3713억 달러로 세계 30위에 이른다. 1인당 GDP는 3만7678달러로 23위에 오른 부자 나라다.

이 나라의 핵심은 아부다비와 두바이다. 개발 붐이 일단 한풀 꺾인 두바이가 외부 세계에서 더 유명하지만 실제 이 나라의 핵심은 아부다비다. 아부다비는 6만7340㎢(아랍에미리트 전체의 86.7%)의 면적을 차지한다. 아랍에미리트 전체 인구의 40% 가까이 거주하고 있다. 인구와 면적 모두에서 맏형 노릇을 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의 수도도 당연히 아부다비다. 두바이는 34%의 인구와 3885㎢(5%)의 면적으로 그 다음이다. 아부다비는 아랍에미리트 전체 GDP의 60%를 차지한다. 석유 수출도 대부분 아부다비가 하고 있다. 아부다비는 연간 2000억 달러를 넘는 아랍에미리트 전체 석유 생산의 94%를 차지한다. 명실공히 아랍에미리트의 핵심이다.

연합국가인 아랍에미리트의 국가원수는 대통령이다. 민주적인 선거로 뽑히는 자리가 아니고 7개 토후국중 가장 큰 아부다비의 군주가 맡는 당연직이다. 차남 격인 두바이의 군주가 그 아래 자리인 부통령과 총리를 맡는다. 아부다비의 에미르이자 아랍에미리트 대통령인 할리파 빈 자이드 알 나흐얀(70)은 경제력과 영향력을 한 손에 쥐고 있는 중동의 파워 인물이다. 재산 230억 달러로 세계에서 가장 돈이 많은 왕족으로 꼽힌다.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왕족 재산 순위 2위다. 가족 전체의 재산을 합치면 1500억 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그 집안의 가장이니 실질적으로는 세계 최대의 부자다. 게다가 대부분이 현금이다. 중동 유목민 세계에선 전통적으로 보유한 낙타 규모로 부와 권력을 가늠하기도 하는데 이를 기준으로 봐도 그는 막강한 힘을 자랑한다. 보유한 낙타가 1만4000마리나 된다. 상징적으로도 중동 유목민 세계에서 최대 부자인 셈이다. 하지만 그는 2014년 1월 뇌졸중으로 실질적인 업무에서 손을 뗐다. 업무는 그의 이복 동생인 무함마드 반 자이드 알 나흐얀 왕세제가 맡고 있다. 이번에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만난 인물이다.

아부다비는 두바이에 비해 비교적 덜 알려졌다. 하지만 사실은 화려한 두바이보다 내실 있는 아부다비가 아랍에미리트를 이끈다. 1976년 설립된 아부다비투자청(ADIA)은 파이낸셜 타임스(FT) 추정 약 9000억 달러(8750억 달러~1조 달러로 추정액이 다양하다)의 국부펀드를 운영한다. 세계 최대 규모다. 석유로 번 돈을 운용한다.

아부다비는 실질적인 돈줄을 위고 있다. 두바이가 에미르인 무함마드 빈 라시드 알막툼(아랍에리리트 부통령 겸 총리)이 돈을 빌리거나 투자받아 대대적으로 부동산을 개발해 경제 개발을 이끈 것과 비교된다. 무함마드 빈 라시드 알막툼이 세계 최대의 건물로 야심차게 건설했던 초고층건물 ‘부르주 두바이(두바이 탑)’는 ‘부르주 할리파(할리파 탑)’로 이름이 바뀌었다. 할리파는 아부다비의 에미르이자 아랍에미리트의 대통령이다. 두바이가 유동성 위기를 겪다가 할리파의 긴급 지원으로 회생한 다음 건물의 이름이 바뀌었다. 아부다비의 위상을 확인시킨 사건이다.

친환경 미래 도시 ‘마스다르 시티’ 건설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의 마스다르 시티는 모든 에너지를 태양광으로 충당하는 탄소 제로 시티다. 사진은 태양빛을 두번 반사하는 솔라 허브. 마스다르 도심엔 무인 전기차만 다닐 수 있다. / 사진 : 마스다르 시티
아부다비는 경제 개발 스타일도 두바이와 다르다. 아부다비는 실용적이며 차분한 개발을 추구한다. 아부다비는 할리파 때부터 막대한 자금력을 국가 개조에 사용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왔다. 이는 현재 무함마드 왕세제로 고스란히 전달되고 있다. UAE 전체를 위해서도 쓰겠지만, 아무래도 자신이 군주를 맡고 있는 아부다비에 투자를 더욱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다비는 석유 부국답지 않게 ‘친환경 미래 도시’를 건설해 미래 경제를 주도하겠다는 데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친환경 에코 시티’라는 확실한 개념을 가지고 건설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람을 압도하는 초고층 빌딩을 선호하는 두바이와 뚜렷하게 차별화를 이루고 있다. 아부다비는 싱가포르·뉴질랜드·노르웨이를 벤치마킹했다. 한결같이 쾌적하고 친환경적인 도시를 건설한 소국이다. 이를 바탕으로 화석에너지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신도시인 ‘마스다르 시티’를 아부다비 공항 부근에 건설했다. 마스다르는 아랍어로 ‘자원’을 의미한다. 인구 5만 명 규모인 이 소도시는 석유를 비롯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화석에너지를 전혀 이용하지 않고 태양열 전지 등 친환경 에너지만을 이용해 100%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석유를 사용하는 자동차의 운행도 허용하지 않을 방침이었으나 시기를 미루고 있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쓰레기 배출이 없는 시스템을 운영한다. 마스다르 시티는 세계 첫 ‘이산화탄소 제로, 쓰레기 제로’의 도시이기도 하다. 이 도시의 별명은 ‘지속가능형 개발 도시’다. 장기적으로는 이 도시를 건설하면서 세계의 경쟁력 있는 그린기술을 개발하고 도입해 아부다비를 글로벌 하이테크 도시국가로 개조하겠다는 게 아부다비의 구상이다. 아부다비는 마스다르 시티를 앞으로 세계 신에너지 허브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시작으로 2030년까지 아부다비를 국제적인 친환경 비즈니스 허브로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아이로니컬하게도 아부다비는 석유로 번 돈으로 그린 테크놀로지와 그린 시티 개발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이런 미래 환경도시를 중동 사막에 세우겠다는 생각을 서구의 환경 운동가가 아닌, 전통적인 생활 방식에 익숙한 중동의 지도자인 할리파가 했다는 사실은 그의 미래를 보는 안목을 보여준다. 할리파가 뇌졸중으로 쓰러진 것이 더욱 안타까운 부분이다. 이런 미래 프로젝트는 그의 이복동생인 무함마드 왕세제로 잘 계승되고 있다. 이를 위해 아부다비는 세계자연기금(WWF)과 협약을 맺고 도움을 받고 있다. 인재가 부족하면 세계에서 아웃소싱하는 것은 두바이와 비슷하다. 실제로 국내나 중동 지역에선 이를 위한 인재를 확보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아부다비는 마스다르 시티에 국제기구인 국제 재생 가능 에너지 기구(IRENA)의 본부를 유치했다.

한국의 힘을 빌어 중동에서 처음으로 상업용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하려는 프로젝트도 할리파가 추진한 것이다. 아부다비의 야망은 원자력 발전소 건설에서 그치지 않는다. 건설 과정에서 기술을 이전받아 세계적인 원자력 강국에 올라서는 꿈을 꾸고 있다. 이번 발주 조건에 기술이전이 필수적으로 포함된 이유다.

중동 첫 상업용 원자력 발전소 건설 프로젝트 추진 중


▎마스다르 시티에서 운행 중인 자율주행 궤도차가 승객을 기다리고 있다. 운전자 없이 첨단 제어장치를 통해 궤도를 자동으로 운전한다. 마스다르 시티에 들어가려면 이 차를 타고 목적지로 가야 한다.
사실 할리파 때부터 아부다비는 첨단기술 확보에 필사적이다. 파이낸셜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아부다비 국부펀드의 하나인 무바달라는 이미 지난해 세계적인 원자력발전소 건설사인 GE와 공동으로 아부다비에 80억 달러 규모의 합작법인을 세웠다. 뿐만 아니라 GE의 10대 투자자가 되기로 했다. 할리파의 원전 도입은 원전 기술 확보와 산업 진흥이라는 큰 그림의 일부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원전 도입의 최종 목표는 결국 에너지산업 다양화라는 이야기다.아부다비가 간단치 않은 토후국임을 보여주는 사례다.

아부다비는 그린과 에너지 기술뿐 아니라 다양한 고부가 하이테크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독특한 점은 심지어 우주항공 분야에까지 손길을 뻗치고 있다는 점이다. 아부다비 국부펀드의 하나인 무바달라 펀드는 에어버스 여객기를 만드는 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EADS)과 계약을 하고 일부 항공기 부품을 아부다비에서 제조할 계획이다. 아부다비에서 현지 젊은 기술자의 손으로 항공기 부품을 개발하고 제조하겠다는 의지다. 경영난을 겪고 있는 이탈리아와 스위스 항공 업체에 대한 지분투자가 병행해왔다. 아부다비는 심지어 반도체 분야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무바달라는 설립 목적부터 독특하다. 벤처 투자, 인수합병 등을 통해 아부다비 경제를 다양화하는 것을 돕는 목적이다. 할리파가 UAE와 아부다비를 앞으로 어떤 나라로 만들려는지 의도가 분명히 보이는 부분이다. 그것은 오일달러로 최첨단 기술을 확보해 단숨에 고부가 하이테크 산업 국가로 발돋움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아부다비의 고민도 적지 않다. 1971년에 독립한 아랍에미리트는 석유로 번영을 구가하고 있지만 작업복을 입고 먼지 속에서 땀 흘려 일하는 국민의 모습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한마디로 헝그리 정신이 부족한 셈이다. 이는 아라비아만(이란에선 페르시아만) 연안 산유국의 공통된 현상이기도 하다. 아랍에미리트 인구의 20%를 차지하는 현지인들은 에어컨이 잘 되는 사무실에 앉아 편안히 일하는 공공 부문 일자리만 차지하고 있다. 건설 등 힘든 일은 대부분 인도와 파키스탄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가 맡고 있다. 중동 산유국 도시들이 거대한 인디언 타운이 되고 있는 이유다. 게다가 사회복지는 거의 완벽해 힘들여 일하지 않고도 상당한 수준의 생활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숙련된 기술자와 지식인이 필요한 제조업이나 첨단산업의 발전을 애초에 기대하기가 힘든 구조다.

아직은 경제에서 석유의존도 지나치게 높아

경제에서 석유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문제도 있다. 국내총생산(GDP)의 60%가 석유와 천연가스에서 나온다. 다른 걸프 산유국 평균인 45%와 비교해도 높은 편이다. 2000억 달러 정도를 수출하는 석유 말고는 수출품이라고 해봐야 대추야자와 중동과 인도 요리에서 양념으로 쓰이는 말린 생선 정도 밖에 없다. 다만 국내에서 석유 플랜트를 제작하고 여기에 사용하는 철강을 자체 제철소에서 생산하는 등 자체 산업을 보유하고 있다.

아무리 부자 산유국이라고 해도 과도한 복지정책을 언제까지나 펼 수는 없다. 인구는 갈수록 늘고 있고 복지비용은 경제에 서서히 부담을 주고 있다. 나라 안에는 석유회사와 국부펀드 운용사, 그리고 공공 부문 말고는 별다른 일자리도 없다. 산업을 추가로 일으킬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대대적인 경제구조 개혁 드라이브가 필요한 부분이다. 산유국에서 원전을 건설하는 이유는 이를 위한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아랍에미리트의 ‘함께 경제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준비해 제안할 필요가 있다. 한국에는 그들에게 없는 인적 자원과 지식, 기술, 그리고 경험과 의지가 있기 때문이다.

1417호 (2018.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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