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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진 기자의 ‘라이징 스타트업’(17) 하이코어] 뒷바퀴 휠만 교체하면 전기자전거로 

 

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 / 사진 원동현 객원기자
오스트리아 자전거 유통사에 1만 5000대 수출 … 듀얼 모터 시스템으로 경쟁 제품과 차별화

▎지난해 12월 29일 서울 등촌동 서울신기술창업센터에 있는 하이코어 본사에서 만난 박동현 대표가 센티넬 휠의 작동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언뜻 보면 일반 자전거와 별반 차이가 없다. 다만 자전거 뒷바퀴 휠의 ‘살대’인 스포크(Spoke)의 모양이 다른 게 눈에 띈다. 일반적인 자전거 휠에는 철사처럼 보이는 수십 개의 스포크가 있지만, 기자가 탄 자전거에는 폭이 넓은 스포크 3개만 휠에 장착돼 있다. 자전거 안장에 올랐다. 페달을 천천히 밟기 시작하니 모터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페달을 밟을수록 속도가 급격하게 빨라졌다. 일반 자전거에서는 쉼 없이 페달을 밟아야만 느낄 수 있는 속도가 됐다. 힘들이지 않고 페달을 밟아도 속도감이 빠르게 증가했다. 특히 오르막길을 오르는 데도 힘이 별로 들지 않았다. 자전거 뒷바퀴 하나 바꿨을 뿐인데 일반 자전거가 전기 자전거로 변했다. 2017년 11월 한국에서 최초로 뒷바퀴 휠만 교체하면 일반 자전거를 전기 자전거로 만들어주는 ‘센티넬 휠(Centinel Wheel)’이 세상에 나왔다. 기자는 지난해 12월 말 센티넬 휠을 장착한 일반 자전거를 직접 체험했다. 전기 자전거와 다를 바 없었다. 일반 자전거를 전기 자전거로 만들어주는 휠을 만든 이는 2012년 전기 자전거 시장에 도전해 5년 만에 상용화에 성공한 하이코어의 박동현(43) 대표다. 박 대표는 “코펜하겐 휠, 플라이클라이, 일렉트론 휠 등이 우리 제품과 비슷하지만 호환성과 성능은 우리를 따라오지 못한다”고 자신했다.

하이코어가 업계에서 주목을 받은 계기는 이노디자인 김영세 회장 덕분이다. 김 회장은 2015년 5월 해외 출장을 마치고 귀국하는 비행기에서 신문을 보다 하이코어의 도전 스토리를 접했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박 대표와 통화하고 다음 날 바로 하이코어로 찾아가 협업을 제안했다. 김 회장은 센티넬 휠을 장착한 자전거를 디자인하고 싶다고 제안했다. 박 대표는 “김 회장이 우리를 찾아왔을 때 깜짝 놀랐다”면서 “우리의 가능성을 높이 산 것”이라며 자랑했다. 센티넬 휠을 장착하고 이노디자인이 디자인한 자전거 완성품도 곧 나올 예정이다.

이노디자인과 협업

자전거를 좋아하는 사람들조차 ‘어떻게 휠만 바꾼다고 전기 자전거가 되느냐’는 의문을 가진다. 전기 자전거의 중요 부품은 크게 배터리·모터·컨트롤러로 구분할 수 있다. 일반 자전거와 전기 자전거를 구분하는 것도 몸체에 붙은 배터리를 보고 알 수 있다. 센티넬 휠은 중요 부품을 모두 휠 안에 장착했다. 페달을 밟으면 모터와 컨트롤러가 작동하면서 일반 자전거를 전기 자전거처럼 구동 시킨다. 센티넬 휠의 무게는 약 6kg, 가격은 80만원 정도다. 박 대표는 “일반 자전거 무게가 10~12kg 정도니까, 센티넬 휠을 장착해도 20kg 이하”라며 “6kg 이하로 무게를 줄인 제품을 곧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센티넬 휠은 한번 충전하면 최대 15km 속도로 50km까지 운행할 수 있다. 박 대표는 “다른 경쟁사가 우리를 따라오지 못하는 게 듀얼 모터”라고 강조했다. 전기 자전거에 장착되는 모터는 파워와 스피드를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처음 출발할 때는 파워를 높이고, 주행을 시작하면 스피드를 올리는 역할을 한다. 하나의 모터만 있으면 출발할 때부터 멈출 때까지 계속 작동해야 한다. 힘도 좋고, 오래 버티는 모터를 장착해야 한다. 가격이 그만큼 비싸진다.

박 대표는 이런 단점을 듀얼 모터로 해결했다. 두 개의 모터가 각각 파워와 스피드를 담당하는 방식이다. 처음 페달을 밟을 때는 파워를 담당하는 모터만 작동하고, 이후에는 스피드를 담당하는 모터만 구동한다. 어느 정도 속도가 올라가면 두 개의 모터는 작동을 멈춘다. 박 대표는 “듀얼 모터를 사용하면 내구성이 높아지고, 가격도 낮아진다”고 강조했다.

센티넬 휠이 타사 제품에 비해 경쟁력을 가지는 또 다른 요인은 ‘호환성’이다. 박 대표가 “해외 자전거 전시회에 나가면 우리 제품의 호환성이 좋다고 칭찬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가 말하는 호환성은 ‘어떤 자전거에도 휠을 쉽게 탈부착할 수 있다’로 정리할 수 있다. 타사 제품은 24인치, 26인치, 30인치 등의 자전거 크기에 맞는 휠을 구매해야 한다. 예를 들면 24인치 휠을 구매하면 24인치 자전거에만 사용할 수 있다. 30인치 휠은 30인치 자전거에만 장착할 수 있는 식이다. 이와 달리 센티넬 휠은 간단한 부품 하나만 교체하면 어떤 크기의 자전거에도 장착할 수 있다. 박 대표는 “트라이 포크와 휠을 연결하는 부품만 갈아 끼우면 어떤 크기의 자전거에도 센티넬 휠을 장착할 수 있다”면서 “자전거를 교체해도 사용하고 있는 센티넬 휠을 이용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사용자가 직접 부품도 교환할 수 있다는 점도 센티넬 휠의 특징이다. 나사만 풀면 트라이 포크의 케이스를 열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배터리·모터·컨트롤러 등 주요 부품을 교체할 수 있게 된다. 박 대표는 “한국은 A/S가 잘 되어 있지만, 미국이나 중국 등에서는 A/S를 받기 힘들다. 사용자가 직접 부품을 교체할 수 있게 하는 게 좋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대로 부품이 고장이 나면 센티넬 휠을 본사로 보내지 않아도 된다. 부품만 사서 교체하면 된다. 박 대표는 “센티넬 휠에는 블루투스 칩이 들어가 있어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과 연동해서 다양한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당분간 스마트폰 앱은 기업 간 거래(B2B)로만 제공할 계획이다. 박 대표는 그동안 센티넬 휠 제작에 필요한 20여개의 특허를 국내외에 출원했고, 이 중 4개의 특허는 등록했다. 박 대표가 “경쟁사가 우리 제품을 베끼기 어려울 것”이라며 자신하는 이유다.

첫 공략지는 유럽과 미국

한국은 자전거의 불모지로 통한다. 세계적인 자전거 브랜드가 하나도 없는 나라다. 한국의 스타트업이 전기 자전거 휠을 만든다고 한들 어떤 나라에서도 관심을 주지 않는 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하이코어의 첫 수출은 자전거의 본고장으로 꼽히는 유럽이다. 현재 계약을 마치고 선적을 준비 중인 곳이 오스트리아 자전거 유통업체 BCL 체크포인트와 스페인 이모비티 솔루션이다. 각각 1만 5000대, 1000대 계약을 맺었다. 박 대표는 “이모비티 솔루션이 가장 먼저 계약한 곳인데, 원래 유럽 독점을 원했다”면서 “그건 곤란하며 우선 1000대부터 시작하자고 해서 계약했다”고 말했다. 최소 물량이 1000대이니까, 팔리면 팔릴수록 이 숫자는 더 올라가게 된다. 이 외에도 미국 라이드 써카와 1000대 계약을 맺었고, 일본의 인덱스 상사와도 수천대의 계약을 앞두고 있다. 박 대표는 “해외에서 먼저 성과를 낸 후에 한국에 론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자전거의 본고장에서 하이코어를 높이 평가한 것은 끊임없는 도전 덕분이다. 박 대표는 “자전거 전시회가 열리면 무조건 참가했다”고 말할 정도다. 유명하지도 않은 한국의 스타트업은 그렇게 해외에 조금씩 이름을 알려나갔다. 꾸준하게 계약을 맺으면서 박 대표가 예상하는 올해 매출은 80억원이 넘는다. 그동안 매출 하나 없이 버틸 수 있던 것은 자전거 기업 알톤스포츠와 송현인베스트먼트, 코리아에셋증권 등으로부터 20억원의 투자를 받았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지금까지 30억~40억원의 정부 과제를 따낸 것도 R&D에 투자하면서 버틸 수 있던 원동력”이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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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7호 (2018.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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