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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기대감 커지는 목동] ‘포스트 강남’ 기대감에 매매가격 껑충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양천구 목동 14개 단지 재건축 밑그림 공개… 실제 사업까지는 넘어야 할 산 많아

▎재건축 가능 연한이 된 서울 양천구 목동지구 아파트 전경. 최근 재건축 밑그림이 나오면서 아파트 값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전반적으로 매물이 귀합니다. 매물이 나오면 대기 수요가 순식간에 가져가고요. 목동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을 체감할 수 있습니다.”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사장의 설명이다. 정부의 잇단 부동산 규제 정책으로 부동산 경기가 전반적으로 무거운 편이지만 목동은 예외다.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9억원 정도하던 전용면적 84㎡ 아파트 값이 지금은 10억원이 넘는다. 불과 한두 달 새 1억원가량 오른 것이다. 호가(부르는 값)만 오른 게 아니라 실제로 거래도 된다. 재건축 기대감 때문이다. 목동 신시가지 1~14단지는 올해 모두 준공 30년을 넘어 재건축이 가능하게 됐다. 결정적으로 양천구가 최근 재건축 밑그림(목동지구단위계획)을 제시하면서 불을 댕겼다. 지구단위계획이라는 큰 밑그림이 그려져야 14개 단지는 재건축을 위한 정비계획을 세울 수 있다. 이 때문에 지구단위계획 발표는 사실상 목동 재건축의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 양천구가 세운 계획대로라면 신시가지 1~14 단지는 최고 35층 5만3375가구로 탈바꿈한다. 재건축 밑그림이 나왔지만 그렇다고 당장 재건축을 시작하는 건 아니다. 지구단위 계획 상정을 앞두고 계획 수립 주체인 양천구와 심의 권한을 지닌 서울시의 의견 차가 커 실제 지구단위계획안 통과까지는 진통이 예상된다.

신시가지 1~14단지, 최고 35층 5만3375가구


목동(木洞)은 과거 산으로 둘러싸인 나무가 많은 동네였다. 지금의 지명도 여기서 유래됐다고 한다. 목초가 많아 말(馬)을 방목하는 목장이 있었는데, 목동(牧童)과 그의 가족이 모여 살던 동네라고 해서 목동이라고 하다가 표기가 달라져 목동(木洞)이 됐다는 얘기도 있다. 어쨌든 지금의 목동은 서울에선 ‘제2의 강남’이라 불리는 인기 주거지역이다. 산과 나무뿐이었던 동네가 이렇게 변한 건 1983년 목동지구 신시가지 개발 계획이 나오면서다. 1988년 완성된 신시가지에는 14개 아파트 단지와 관공서·백화점·방송국과 각종 편의시설이 갖춰지면서 주거지로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지금의 분당이나 판교와 같은 신도시가 1988년 서울에 들어선 것이다. 입지·교통여건이 좋은 데다 계획적으로 개발돼 주거환경이 뛰어나다 보니 입주 초기부터 인기를 끌었고, 지금은 대치동(강남구)·중계동(노원구)과 함께 서울의 3대 학군 지역으로 성장했다. 학군 수요로 목동 아파트 값은 서울에서도 첫 손에 꼽힐 정도로 비싸다.


이곳이 재건축을 본격화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실수요는 물론 투자수요가 몰리며 아파트 값이 들썩이고 있다. 목동 신시가지 내에서도 대지지분이 커 인기가 많은 5단지 65㎡는 2016년 말 8억원 정도였으나 지난해에는 9억원대로 1년 새 1억원가량 뛰었다. 다른 단지도 1년 새 5000만~1억원가량 올랐다. 지구단위계획 발표 이후에는 말 그대로 급등세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구 단위계획 발표 직후인 12월 8일 양천구 아파트 값은 3.3㎡당 평균 662만원이었다. 그러나 같은 달 15일에는 665만원으로, 22일에는 668만원, 29일에는 672만원으로 급등했다. 지구단위계획 발표 이후 한달 간 아파트 값 상승률은 1.05%로 같은 기간 서울시 전체 상승률 0.61%를 크게 상회한다. 호가만 뛰는 게 아니다. 거래량도 늘고 있는 추세다. 12월 양천구 아파트 거래량은 400건으로, 서울시내 25개 구 중 넷째로 많았다. 지난해 10월 대비 12월 거래량 증감률 기준으로는 강남구 167%에 이어 둘째로 높은 146%였다. 목동 다음공인 이소영 사장은 “거래가 가능한 매물은 이미 소진됐고 최근에는 재건축 사업 기대감에 집주인이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며 “학군이 좋아 재건축이 되면 대치동이나 반포동(서초구) 못지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집주인들 매물 거둬들여

그렇다면 목동 14개 단지의 재건축은 어떻게 될까. 양천구가 목동 지구단위계획안은 양천구 목동서로 38~목동동로 10까지 이어지는 목동중심지구(71만3871㎡)와 목동 아파트 지구 및 기타 지역(365만3591㎡)가 대상이다. 지구단위계획안에 따르면 현재 최고 15층, 2만6629가구인 14개 단지는 최고 35층 5만3375만 가구로 탈바꿈한다. 아파트는 저·중·고층을 계획적으로 분배해 입체적인 스카이라인을 연출한다. 또 녹지공간이 풍부한 목동의 장점을 살려 공원 등을 곳곳에 조성한다. 녹지공간은 지금보다 21.7% 늘어난다. 도로와 보행길을 가로막는 완충녹지 대신 ‘경의선 숲길’과 같은 선형공원을 만들어 개방감을 높이고 걷기 쉬운 길, 걷고 싶은 길로 조성할 계획이다. 지구단위계획안 용역을 진행한 김범식 BM도시건축디자인연구소 대표는 “국회대로 지하차도, 상부 공원화 사업과 연계해 긴 녹지축을 형성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지금은 단절된 안양천에 보행도로와 연결데크를 설치해 접근성을 높이고, 수변공간을 따라 다양한 주민편의시설을 배치할 계획이다. 주차장은 모두 지하로 들어가 ‘차 없는 아파트’를 만들고 대신 자전거 도로와 보행 도로를 확충한다. 학생 수 증가를 감안해 학교는 2개 더 늘리기로 했다. 양천구는 재건축이 완료될 경우 현재 11만9830명인 인구가 15만2643명으로 27.4%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방향 교통 체제는 그대로 유지하는 대신 도로를 넓히고 사물인터넷(IoT) 기반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인프라를 확충해 교통 체증을 완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트램(노면전차) 도입 여부는 이번 지구단위계획에서는 고려하지 않았다. 신한금융투자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이번에 공개된 지구단위계획대로라면 서울에서 좀처럼 나오기 힘든 대규모 사업”이라며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뿐만 아니라 양천구 일대의 부동산 가치 상승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정비계획안에서 눈길을 끄는 건 종(種) 상향이다. 양천구는 기존 2종 일반주거지로 분류된 1~3단지를 종 상향해 14개 단지 모두 3종 일반주거지로 재건축한다는 계획이다. 2종 일반주거지역에서는 용적률이 200% 이하지만 3종 일반주거지역은 250% 이하가 적용된다. 용적률은 재건축 사업의 수익성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로, 종 상향을 통해 용적률을 올리면 재건축 때 전체 가구 수가 증가해 그만큼 주민들의 부담이 준다. 김수영 양천구청장은 설명회에서 “1~3단지 종 상향 문제를 서울시와 적극 협의하고 있다”며 “이 일대가 종 상향된다는 가장 하에 지구단위계획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결정권자인 서울시가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6월 열린 서울시와 양천구 합동보고회에서 서울시는 1~3단지의 종 상향 근거가 부족하다며 난색을 표한 바 있다. 부동산컨설팅회사인 유엔알컨설팅 박상언 대표는 “1~3단지는 종 상향 여부에 따라 최고 층수는 물론 재건축 수익률이 좌우되므로 재건축이 본격화하면 계속 쟁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건은 1~3단지 종 상향

때문에 시장에서는 목동지구단위계획안 상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서울시는 특히 목동유수지(遊水池)·목동운동장에 대한 개발 방안과 목동지구 밖인 양천구 신정동 일대 다세대·다가구주택 밀집지역까지 지구단위계획에 포함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양천구가 이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릴 전망이다. 양천구 관계자는 “서울시와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올해 하반기까지는 목동지구단위계획을 확정해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 상정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물리적으로 올해 말 상정도 쉽지 않다. 서울시는 지난해 4월부터 목동·상계 등 택지개발지구에 대한 관리 방안을 새로 만들기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 용역의 완료 시점이 올해 말이다. 서울시 입장에서는 이 용역이 끝나야 목동지구단위계획안에 대한 검토가 가능할 전망이다. 이 때문에 목동 재건축이 본격화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목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사장은 “지구단위계획이 공개됐지만 어디까지나 계획으로 실제 확정되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았다”며 “아직(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을 갖기에는 이르다”고 말했다. 섣부른 기대감에 투자에 나서는 것에 대한 우려다. 다른 지역에 비해 아파트를 튼튼하게 지었기 때문에 재건축 첫 단추인 안전진단을 통과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도시정비회사인 J&K 백준 사장은 “재건축이 본격화하려면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며 “장기적인 안목에서 접근할 게 아니라면 섣부른 기대감은 버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1417호 (2018.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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