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실버는 실버가 싫다 

 

이상호 참좋은여행 대표

2018년 무술년이 밝았다. 올해 주목받는 사람들은 그 유명한 ‘58년 개띠’들이다. 이들은 올해 환갑을 맞이한다. 그리고 우리나라 기업의 법정 정년이 60세이므로 정년퇴임도 동시에 맞게 된다. 사실 그들이 올해 회사를 떠난다는 것은 직장인으로서는 ‘천수(天壽)’를 누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니 그리 섭섭한 일은 아니다.

58년 개띠가 우리 사회에서 가지는 의미는 각별하다. 전후 ‘베이비붐’ 시대의 시작을 연 세대이며, 이들이 고교에 입학하던 1974년은 고교 평준화가 시작되기도 했다. 사회의 중추 역할을 했던 마흔 무렵에는 사상 초유의 외환위기를 겪으며 조기 은퇴 대열로 내몰렸다. ‘사오정(45세 정년)’ ‘오륙도(56세까지 다니면 도둑놈)’라는 유행어까지 등장할 정도의 사회 분위기 속에서 유능한 부하직원과 추상같은 상사의 틈바구니 사이 ‘낀세대’이기도 했다. 그런 그들이 이제 60세 정년을 채우고 현장에서 물러난다.

첫 베이비부머의 은퇴. 올해부터 공식적으로 해마다 80만 명에 가까운 사람이 이제 일터에서 집으로 쏟아져 나온다는 사실은 사회의 소비패턴과 트렌드가 바뀔 수도 있을만한 사건일지 모른다. 고령인구를 대상으로 하는 실버산업이 이제야 제대로 기회를 맞게 되는가. 실버산업이 ‘기회의 땅’이라는 이야기는 이미 30년 전에 나왔다. 하지만 실버의 이름을 붙인 아이템치고 제대로 성공했다고 할 수 있는 것은 필자의 기억에는 요양병원 말고는 없다. 왜일까?

여행사에서 효도관광이 사라진 이유를 들여다 보면 어느 정도 짐작이 가능하다. 해외 여행의 대명사였던 효도관광이 사라진 것은 대한민국의 모든 자식이 불효자가 되었기 때문이 아니다. 그 유일한 이유는, 아직도 체력적으로 경제적으로도 우월한 60대가 “내가 왜 효도관광을 가야 하나”라는 불만을 갖기 때문이다. 실버산업의 주요 고객은 스스로를 ‘실버’라는 틀 속에 가두고 싶어하지 않는다.

어떻든 실버산업은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본다. 다만, 성공을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있다. 첫째 ‘실버’라는 이름을 버려야 한다. 앞으로 40년을 더 살아야 할 사람들을 ‘은색 감옥’ 안에 가두어 놓는 것은 장사를 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다. 흰머리가 싫어서 젊을 때는 새치를 뽑고 나이 들어서는 검게 염색을 해온 사람들이 바로 고객이다. 둘째, 마케팅 타깃은 실제 구매층보다 한참 아래로 잡아야 한다. 60대에게 아이템을 팔고 싶으면 40대를 대상으로 마케팅을 펼쳐야 한다. 구매력이 있는 실버들은 세대를 넘나든다. 팔아야 할 물건이 의료보조기구가 아니라면 젊은 마케팅이 좋다. 나이 들어서 가장 듣기 좋은 두 가지 말이 “젊어보이세요”와 “어려보이세요”라는 것을 명심하자. 셋째, 가격 경쟁보다는 단골 확보에 힘써야 한다. 실버들은 돈 몇 푼 아끼기 위해 몇 시간씩 가격 비교를 하지 않는다. 아마도 평생 비교와 경쟁 속에 시달렸던데 대한 반감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들은 마음에 드는 회사나 제품을 만나면 의외로 쉽게 충성고객이 된다.

새해를 맞아 언론과 방송에서는 58년 개띠들에게 “빨리 제2의 인생을 설계하라”고 닦달한다. 제발 그러지 말자. 40년간 뛰어 왔으니 잠시 멈춰 쉬어도 좋은 것 아닌가. 고단하게 살아온 개띠 형님들께 돼지띠 동생이 감히 한 말씀 드린다.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노후는 국가가 책임지라 하고, 이제부터는 부디 하고 싶은 일만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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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8호 (2018.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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