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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효성 논란만 부른 미세먼지 대책] 차량 2부제 한다고 공기 깨끗해질까 

 

함승민기자 sham@joongang.co.kr
미세먼지 발생 원인부터 정확히 따져봐야 … 자동차보다 제조업 악영향이 더 커

▎김은경 환경부 장관(오른쪽)이 1월 18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영상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미세먼지가 수도권을 뒤덮으면서 환경부가 1월 15일에 이어 17~18일에도 비상저감조치를 발령했다. 수도권 행정·공공기관에는 차량 2부제를 적용됐고, 서울시는 ‘대중교통 무료’ 조치를 내놨다. 그러나 이런 대응에 대해 “실효성과 형평성이 없는 대책”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공공·행정기관 차량만 2부제를 해봐야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김재경 자유한국당 의원은 “(하루 50억원이 쓰인 서울시의) 대중교통 무료 조치로 도로 교통량이 평소에 비해 1.8% 감소하는 데 그쳤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런 지적에 박원순 서울시장은 1월 17일 서울시 출입기자단과의 신년 간담회에서 “첫 시행인 데다 경기·인천이 협력하지 않은 상태고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라는 점에서 볼 때 수치가 나쁜 것은 아니다”라며 “환경부가 나서서 차량 2부제를 강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환경부는 민간 차량까지 2부제를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시민들의 반응은 여전히 엇갈린다. 차량 통행량을 줄여 미세먼지를 줄이겠다는 취지엔 공감하지만 정책 실효성은 의문이라는 점에서다.

대중교통 무료 정책에 “세금만 날렸다” 비판도


▎서울지방경찰청 녹색어머니회 연합회 회원이 1월 18일 오전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출근길 시민들을 상대로 미세먼지 줄이기, 차량 2부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최근 들어 미세먼지 대책을 두고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 2016년에는 환경부가 대기오염의 원인으로 고등어 구이를 지적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고, 이후 경유차 규제를 두고도 잡음이 일었다. 미세먼지의 발생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게 이유다. 주요 발생 원인이 과학적으로 규명되지 않아 어떤 정책을 내놔도 실효성 논란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1월 18일 열린 ‘대한민국 3개 한림원 공동포럼’에서 전문가들은 “과학적인 이해에 바탕을 두지 않은, 단편적인 배출원 관리만으로는 미세먼지 농도를 줄이기 힘들다”며 “줄이더라도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국내 미세먼지의 발생 원인은 복합적이다. 일단 주범으로 지목되는 건 중국발 미세먼지다. 사막화한 대륙 내륙에서 발생한 황사가 편서풍을 타고 날아와 가라앉으면 당연히 미세먼지 농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 황사가 없는 날에도 중국발 초미세먼지 기여도가 크다. 중국 도심지역과 허베이성·산둥성 등 공업지역에서 발생한 가벼운 초미세먼지가 장거리를 이동해 국내로 유입된 결과다. 미세먼지는 직경 지름이 10㎍보다 작은 PM10(미세먼지)과 2.5㎍보다 작은 PM2.5(초미세먼지)로 구분된다. 입자가 큰 PM10은 모래먼지 등이 주요 물질이지만, 초미세먼지는 주로 공장·발전소·자동차의 연소 과정에서 발생한다.

지난해 4월 서울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미세먼지 발생에 영향을 끼친 기여도는 중국 등 국외 지역이 55%, 수도권이 34%, 수도권 외 국내가 11%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원은 5년 전인 2011년 조사와 비교해 보면 중국 등 국외로부터 발생한 미세먼지는 6%포인트(49%→55%)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특히 미세먼지 농도가 짙을 때는 그 영향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됐던 2015년 10월 19일~22일 4일 간을 분석한 결과 국외 영향이 평상시보다 17%포인트 높은 72%에 달한다고 밝혔다.

다만, 전문가들은 중국발 미세먼지의 기여도가 어느 정도인지 딱 잘라 말하긴 어렵다고 말한다. 계절이나 기상상황의 영향을 많이 받아 측정 시기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지역마다도 중국 미세먼지의 기여도의 차이도 크다. 이로 인해 연구마다 중국발 미세먼지 기여도도 다르게 나타난다. 김순태 아주대 환경공학과 교수가 지난해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중국발 오염물질이 수도권 미세먼지 오염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연평균 44%다. 2016년 6월 한국 정부와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합동으로 진행한 ‘한·미 협력 국내 대기질 공동 조사(KORUS-AQ)’에서는 한국에서 발생한 PM2.5의 52%는 한국에서 만들어진 것이고 34%는 중국 내륙에서, 9%는 북한에서 생겨났다고 분석했다.

중국발 미세먼지의 해결책은 국제협력이다. 그러나 쉽지 않은 길이다. 그렇다고 가만히 손 놓고 있을 수많은 없다. 중국 책임이 얼마이든 간에 더 이상 중국 탓만 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시민 환경연구소 소장은 “우리가 미세먼지 문제를 천재지변으로 받아들이면서 체념하는 것은, 미세먼지 문제의 주범은 중국이라는 단정적인 믿음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중국의 영향이 평상시 30~50% 수준이란 것은 평균적으로 보면 국내 영향이 더 크다는 말이기도 하다. 또 최근의 미세먼지는 중국 오염물질과 국내에서 축적된 미세먼지가 합쳐진 것이란 분석도 있다. 미세먼지의 국내 기여도와 배출원을 파악하는 게 중요한 이유다.

문제는 국내발 미세먼지의 원인도 어느 하나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일단 국내 대기 오염원 전체를 보면 최근 주요 규제 대상인 자동차의 미세먼지 배출 비중이 그리 크지 않다. 2012년 국립환경과학원 배출량 조사를 보면 PM10의 경우 제조업이 국내 전체의 64.9%나 차지하고, 다음이 비도로이동 오염원(11.9%), 도로이동 오염원(10.8%)이다. PM2.5도 제조업이 52%로 절반을 넘고, 비도로이동 오염원 17.3%, 도로이동 오염원 15.6%이다.

중국발 미세먼지와 황사 등을 제외하고 국내에서 배출되는 대기오염 물질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김준범 프랑스 트루아공대 환경정보기술학과 교수의 최근 논문에 따르면 2013년 도로 이동 오염원의 미세먼지 형성량은 2001년에 비해 오히려 크게 줄었다. 같은 기간 전체 미세먼지 형성과 제조업 연소의 배출량은 크게 증가했다. 김 교수는 “자동차 등록은 늘었지만 도로이동 수단의 기술 개발, 예를 들면 자동차의 매연배출 저감 기술 향상으로 오염물질이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렇게만 보면 자동차 통행량을 줄이는 대책은 실효성이 적을 수밖에 없다.

환경부 “수도권은 경유차가 미세먼지 주범”


하지만 지역별 차이, 단순 배출량으로만 유해성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수도권만 보면 경유차의 기여도가 1위를 차지하며, 특히 질소산화물에 의한 2차 생성이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장영기 수원대 환경에너지공학과 교수는 “배출량만으로는 실제 공기 질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는 데 부족하다”며 “해당 원인이 실제 미세먼지 농도에 기여하는 정도, 인체에 해를 끼치는 정도를 따져보면 경유차의 위험성이 큰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더 깊이 있는 연구·조사와 여기에 기반한 섬세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순태 교수는 “단순 규제보다는 정확한 오염 원인과 영향 등 필요한 정보를 제대로 제공해 국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지역별로 미세먼지의 발생 원인이 다른 만큼 일괄적인 규제로는 효과를 내기 어렵다”며 “지역에 맞춘 미세먼지 저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1419호 (2018.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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