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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알짜카드’] 어라, 동남아 항공권 1장 더 주더니…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연회비는 오르고 각종 혜택은 줄어...가맹점 수수료, 최고금리 인하 등으로 수익성 악화

우리카드는 최근 연간 이용금액 5000만원 이상 고객(V 다이아몬드 등급)에게 제공했던 공항 라운지 이용 바우처 2매 증정 혜택을 없앴다. 앞으로는 연간 이용금액 1억원 이상에 해당하는 V플래티넘 고객에게만 해당 혜택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맞물려 기존 ‘로얄블루’ 카드 고객의 혜택도 줄였다. 그동안 우리카드는 로얄블루 카드 발급 고객에게 우리V클럽 V다이아몬드 등급과 동일한 혜택을 줬지만 다이아몬드 등급의 혜택을 축소하며 이 카드의 서비스 폭 역시 줄였다. KB국민카드는 1월 1일 ‘로블카드’와 ‘미르카드’의 신규 발급을 중단했다. 로블카드와 미르카드의 연회비는 각각 30만원, 20만원으로 비교적 높지만 동남아 항공권에 한해 1+1 혜택을 제공하며 큰 인기를 모았다. 지난해 말 단종 소식과 함께 ‘막차 타기’에 나선 가입자가 급증하자 카드사 측은 서비스·배송 지연 등 사태를 빚기도 했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지난해 초 출시한 ‘베브5(BeV Ⅴ)카드’는 동일한 연회비(30만원)로 비슷한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베브5 카드에는 로블카드의 핵심인 항공권 추가 지급이 빠졌다. 국민카드는 이외에도 지난 한 해 동안 5종의 카드 판매를 중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발급 비용 높은 카드 없애 비용 절감 노려


카드 업계가 카드 이용자에게 제공하던 각종 부가서비스 혜택을 줄줄이 없애거나 축소하고 있다. 정부가 가맹점 수수료율과 최고금리 인하 등 각종 정책을 내세우면서 수익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한 카드사들이 일부 상품 발급 중단으로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두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항공 관련 혜택은 이용자들에게 각광받는 서비스임에도 혜택 범위가 줄어드는 모습이다. 삼성카드는 1월 들어 ‘삼성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아멕스) 그린카드’를 리뉴얼하면서 포인트를 항공 마일리지로 전환하는 혜택을 없앴다. 이 카드는 삼성카드 포인트를 쌓아 보너스 항공권을 얻는 ‘삼포적금(삼성카드포인트적금)’으로 인기를 모았다. 코스트코 연회비 3만5000원 캐시백 혜택도 사라졌다. 아멕스 골드카드의 핵심 서비스인 동남아시아 국제선 항공권 좌석 승급(업그레이드) 혜택도 없어졌다. 연회비는 오히려 올랐다. 아멕스 그린카드는 기존 3만원에서 4만9000원으로, 아멕스 골드카드는 12만원에서 30만원으로 뛰었다. 삼성카드는 연회비가 70만원이었던 프리미엄 카드 ‘아멕스 플래티늄 카드’도 혜택을 재정비해 내놓을 예정이다. 삼성카드는 “카드 신규 출시 이후 3년 이상 경과했고, 해당 카드의 수익성 유지가 어려운 경우 부가서비스 변경이 가능하다”며 “두 카드를 이번에 리뉴얼하면서 서비스를 일부 조정했지만 업종별 할인과 레스코랑 할인, 8~30만원 상당의 기프트서비스는 추가로 제공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프리미엄 카드 업계 최강자로 꼽혀온 씨티 프리미어마일 카드 역시 마찬가지다. 12만원이라는 고가의 연회비에도 호텔 레스토랑 이용권, 국내선 동반자 무료 항공권 등 풍성한 프리미엄 바우처 제공으로 큰 인기를 끌어온 상품이다. 하지만 지난 12월 6일, 씨티은행은 프리미어마일카드를 새롭게 리뉴얼하며 연회비는 15만원으로 올리면서 바우처, 여행자 보험, 환율우대 쿠폰 지급 등의 혜택은 없앴다. 씨티은행 측은 바우처 지급 대신 적립률을 높이고, 여행객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추가·확대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새로운 서비스 제공에 대한 호의적인 여론보단 바우처 제공 중단에 대한 불만이 우세하다. 기존 이용자인 구승헌(41)씨는 “높은 연회비를 부담하면서도 이용한 가장 큰 이유는 1년에 한번씩 지급되는 바우처 때문이었다”며 “혜택이 더 좋은 카드로 갈아탈 계획”이라고 말했다.

카드사가 제공하는 포인트 혜택도 줄고 있다. 신한카드는 지난해 말 ‘포인트 플러스’ 서비스를 중단했다. 신한카드는 카드 소비자가 목표 금액을 설정, 이를 달성하면 최대 8만 포인트를 지급해왔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서비스를 운영하는 데 있어 필요한 인력이나 효율성 등을 고려해 서비스를 유지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해 중단하게 됐다”고 밝혔다. 하나카드는 하나2X알파카드, 2X감마카드, 넘버엔오일로카드, 매일더블캐쉬백카드, 에버랜드카드 등 5개 카드의 신규 발급을 중단할 예정이다. 2X카드는 하나은행(옛 외환은행)이 2012년 내놓은 카드로 6개월 이상 사용하면 두 배의 혜택을 누릴 수 있어 인기를 끌었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수익성 악화가 주된 이유지만 새롭게 상품 라인업을 꾸리는 과정에서 내린 결정”이라며 “기존 고객이 갱신을 받는 데는 문제가 없고, 더 나은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성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발표한 카드사별 부가서비스 축소 현황을 보면 2013년부터 2017년 6월까지 국민·롯데·BC·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카드 등 8개 카드사에서 축소시킨 부가서비스는 총 372건, 해당 카드는 4047종에 달했다.

이용자 혜택 많은 상품이 ‘구조조정 1순위’

카드사들은 과거 소비자에게 인기를 끌지 못한 상품을 주로 정리했다. 요즘은 다르다. 혜택이 많아 이용자는 늘었지만 발급 비용이 많이 든 카드를 중심으로 줄줄이 발급 중단을 시도하고 있다. 카드 업계 관계자는 “가맹점 수수료가 꾸준히 인하되는 상황에서 수익은 계속 쪼그라들고, 결국 다른 쪽에서 보전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한다. 지난해 3분기 8개 전업계 카드 업계의 순이익은 419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246억원) 20% 감소했다. 악재는 아직 남았다. 카드 업계는 당장 오는 2월 최고금리 인하를 앞두고 있다. 현재 27.9% 수준인 최고금리가 24%로 인하되면 카드 업계의 수익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또 올해는 3년 주기로 돌아오는 카드 수수료 원가 재산정이 이뤄지는 해로 수수료 인하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정부는 이미 2018년 수수료율 재산정을 통해 현재 0.8%와 1.3% 수준인 영세·중소가맹점의 수수료를 인하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 한국은행이 6년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카드사의 조달금리는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8월 정부의 영세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3분기 실적이 급감했던 카드 업계 입장에서는 앞으로 다가올 악재에 대비해 비용 절감을 단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카드 업계 관계자는 “카드사의 상품 포트폴리오 정리는 해마다 있는 작업”이라면서도 “올해의 경우 도입이 예정된 규제가 특히 많아 비용 절감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보다 상품 정리가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1419호 (2018.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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