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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부지로 뛰는 강남 아파트 둘러 보니] 개포동 재건축 분양권 20억원(전용면적 84㎡) 육박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시장에서 “미쳤다” 소리 나와 … 법원 경매시장도 유독 강남만 후끈

서울 강남의 웬만한 아파트 한 채를 사려면 20억원은 있어야 하는 시대가 됐다. 반포동의 전용면적 84㎡짜리 새 아파트는 20억원을 훌쩍 넘었고, 개포동에 새로 짓는 아파트 분양권은 20억원을 목전에 두고 있다. 특히 연초부터 상승세가 무섭다. 무섭다 못해 시장에선 “미쳤다”는 탄식까지 나온다. 정부가 지난해 하반기 재건축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다주택자 금융 규제와 같은 강력한 규제책을 내놨지만 되레 강남 집값은 고삐가 풀린 모습이다. 최근 강남 집값을 밀어 올리는 원인이 무엇인지, 대안은 없는지 분석했다.


▎개점휴업 상태인 서울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 내 상가. / 사진:전민규 기자
“강남 재건축 일대 부동산시장은 지금 완전히 적막강산이에요. 정부의 무기한 단속 발표로 지난 주부터 매수 문의가 줄더니 이번 주 들어서는 완전히 끊겼어요. 영업시간도 단축해서 운영하고 있어요. 일부 중개업소들은 문 닫은 곳도 있고, 사실상 개점휴업이라고 봐야죠.” 1월 19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주공5단지 아파트 인근에선 문을 연 중개업소를 찾기 어려웠다. 정부가 1월 11일 강남 재건축·고가 아파트 이상 과열 현상을 막기 위해 무기한으로 최고 수준의 현장 단속을 하겠다고 밝히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이후 문을 연 중개업소보다는 문을 닫은 중개업소가 더 많다는 게 지역 공인중개사들의 설명이다. 이날 어렵게 만난 한 공인중개업소 사장도 짤막한 답변을 하고는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재건축보다는 일반 아파트를 주로 거래하는 신천동 쪽으로 걸음을 옮기니, 그래도 군데군데 문을 연 중개업소가 눈에 띄었다. 이곳에서 만난 한 중개업소 사장은 “요즘 (여기를 포함해서) 강남 집값이 미쳤다”며 “자고 나면 수천만원씩 오르고 있고 그러다 보니 매물이 다 들어가 사려면 줄을 서야 한다”고 전했다.

자고 나면 ‘억 소리’ 나게 급등


이런 현상이 더 심하다는 강남구 개포동으로 발걸음으로 옮겼다. 이곳에서도 문을 연 중개업소는 많지 않았다. 임대차 등으로 문을 열었다는 중개업소들은 한결같이 취재에 응하지 않았고, 매수자인 척해도 단속반이 아닐까 의심하는 눈치였다. 어쨌든 시세는 알 수 있었다. 분양권 상태인 래미안 블레스티지(주공2단지 재건축) 84㎡(이하 전용면적 기준)가 19억9900만원에 매물로 나와 있다고 했다. 이 아파트의 일반분양가는 3.3㎡당 3760만원으로 84㎡가 13억원대였다. 분양가보다 6억원가량 오른 셈이다. 일반 분양가가 10억원대였던 59㎡도 16억원을 웃도는 가격에 나왔다. 59㎡는 보통 4억5000만원 정도의 웃돈이 붙었다고 한다. 국토교통부실거래가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이 아파트 59㎡(5층) 분양권은 13억900만원에 팔렸다. 84㎡는(34층)는 18억2080만원에 거래됐다. 층·향·동별로 차이는 있지만 불과한 달여 만에 ‘억 소리’ 나게 오른 것이다.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도 84㎡는 이미 25억원을 넘어섰다. 재건축 아파트뿐 아니라 일반 아파트도 훌쩍 뛰었다. 잠실동 엘스 84㎡는 최근 두어 달 사이 4억원이 뛰어 16억원을 호가한다. 도곡동 도곡렉슬 84㎡는 지난해 10월 14억원대에 거래됐으나 지금은 16억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초 강남구 아파트 값은 ㎡당의 1298만원이었으나 1월 8일 기준 가격은 1341만원이다. 달력이 바뀌었을 뿐인데 3% 이상 오른 것이다. 1월 1일 한국감정원 조사에서도 강남구 아파트 값은 1주일 전보다 0.98% 뛰었다. 한국감정원이 집계를 시작한 2012년 5월 이후 주간 상승률로 역대 최고다. 도곡동 A공인 김모 사장은 “최근에는 특히 지방 등 다른 지역 사람의 매수 문의가 많다”고 전했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노무현 정부 때는 ‘서울에 집 사자’며 지방에서 많이 왔는데, 지금은 ‘강남에 집 사자’며 올라오고 있다”고 말했다.

2012년 5월 이후 주간 상승률로 역대 최고


이렇듯 수요가 줄을 서면서 한국감정원이 집계하는 주택 매매수급지수도 5년 래 최대치(강남권 기준)를 기록했다. 겨울철 비수기에는 주택 매매 수요가 대체로 감소하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감정원에 따르면 강동구와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구)의 주택 매매수급지수는 12월 116.7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이는 감정원이 해당 통계치를 공표하기 시작한 2012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0~200 사이로 산출되는 주택 매매수급지수는 100보다 낮으면 공급이 수요보다 많고, 100을 넘어설수록 수요가 공급보다 많다는 의미다. 서울 강북은 주택 매매수급지수가 95.5로 100을 밑돌았다. 지난12월 주택 매매거래지수도 71.9로 역대 최고치를 나타냈다. 특히 지난해 11월 53.1에서 한 달 새 18.8포인트 뛰었다. 매매거래지수 역시 0~200 사이로 산출되는데, 100보다 낮으면 거래가 한산하고 100보다 높을수록 거래가 활발하다는 의미다.

법원 경매시장도 유독 강남만 인기다. 법원 경매정보 회사인 지지옥션에 따르면 1월 들어 12일까지 서울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구)에서 진행된 아파트(주상복합포함)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107.1%로 지난해 12월(105.3%)보다 1.8%포인트 높아졌다. 이 기간 강남 3구에선 11건이 경매에 나와 7건이 낙찰됐는데, 모두 낙찰가율이 100%를 넘었다. 이 중 4건은 110%를 웃돌았다. 4일 경매에 부쳐진 강남구 개포동 우성 아파트 80㎡는 감정가(7억7000만원)의 118%인 9억790만원에 낙찰됐다.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 42㎡는 낙찰가율이 112%였다. 이창동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주택 보유 규제가 강화되면서 수익성 높은 단일 물건으로 투자가 집중되고 있다”며 “서울에서도 강남권 물건에 경매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질적인 수요-공급 미스매치


▎정부가 다주택자 잡기에 나선 가운데 연초부터 서울 강남권 아파트 값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투기 수요에 의해 과열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고 관계기관 합동점검반을 구성해 모든 과열지역을 대상으로 무기한 최고 수준 강도로 현장단속을 한다는 방침이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의 모습. / 사진:연합뉴스
정부의 강력한 시장 규제책에도 요즘 강남 집값이 튀어 오르는 이유는 뭘까.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딱히 한두 가지 이유로 압축하기 힘들다”며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강남 집값이 오르는 근본적인 이유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달리기 때문이다. 원론적인 얘기지만 강남은 늘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지역이다. 강남은 신도시여서 강북 등 구도심에 비해 도로 등 기반 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여기에 학군 등이 더해지면서 누구나 살고 싶어 하는 지역이 됐다. 하지만 빈 땅이 없어 주택 수를 확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 유일한 방법은 낡은 아파트를 헐고 재건축하는 것인데, 이 사업은 정부 주도의 택지개발지구처럼 공급이 필요하다고 해서 뚝딱 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기존의 아파트를 헐고 새로 짓는 것이어서 단독·다 세대주택을 헐고 짓는 재개발처럼 주택 수를 확 늘리기도 쉽지 않고, 정부가 지휘할 수도 없다. 그러다 보니 늘 밀려드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와중에 재건축 사업을 옥죄면서 한동안 새 아파트 공급이 뚝 끊겼다. 노무현 정부 때 얘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재건축 규제를 확 풀면서 최근 들어 주택 수가 조금씩 늘고 있는 추세지만 여전히 수요 증가분에 비해서는 부족한 편이다.

그런데 정부가 내놓은 대책마다 오히려 ‘공급 부족’ 시그널만 주면서 아파트 값 상승폭을 키우는 모양새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나 재건축 지위 양도 금지 등이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는 재건축으로 인한 시세 차익을 정부가 세금 형태로 거둬가는 것인데, 결과적으로 재건축 사업성을 악화시켜 재건축 사업이 멈춰 설 공산이 크다. 재건축 지위 양도 금지는 시장에서 매매되는 아파트를 줄이는 효과를 가져왔다. 권 교수는 “강남 아파트를 원하는 수요는 그대로인데 공급이 줄자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심형석 영산대 부동산금융학과 교수는 “2000년대 초처럼 새 아파트 공급이 많았던 과거와 달리 현재 강남에는 공급 물량은 없고 재건축한 아파트만 있다”며 “주인이 있는 재건축 아파트 분양 밖에 없기 때문에 넘쳐나는 수요가 가격을 올리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사고·외고의 일반고 전환이 기름 부어


▎서울 압구정동 부동산중개업소 앞을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최근에는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외국어고(외고)의 일반고 전환 등 교육정책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교육 정책과 부동산 정책을 떼어 놓고 판단할 수 없는 현실에서 부동산 정책 수립 때 ‘수월성 교육(엘리트 교육)’에 대한 수요를 간과했다는 지적이다. 교육 전문가들은 정부가 올해부터 자사고와 외고·국제고의 학생 우선 선발권을 폐지하기로 하면서 서울 강북 등으로 분산됐던 양질의 교육에 대한 수요가 이른바 ‘강남 8학군’으로 다시 쏠리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자사고·외고의 일반고 전환정책은 결과적으로 강북 지역의 ‘좋은 학교’가 없어지는 셈이어서 비강남권 학부모들의 강남권 진입 욕구를 자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이른바 ‘강남교육특구’ 밖에 위치하면서 교육 수요를 분산하는 역할을 해왔던 자사고·외고·국제고 등이 교육부의 새로운 정책에 따라 일반고와의 차별성이 없어짐에 따라 강남 쏠림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서울시에 있는 23개 자사고는 지역별로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 7개교, 한강 이남 비(非) 강남 4구(양천·영등포·동작) 4개교, 강북 12개교다. 오세목 서울 자사고교장협의회장도 지난해 교육부 정책에 반대하며 “자사고·외고가 교육열이 높은 서울 강북 지역 학부모들의 욕구를 어느 정도 충족해 왔는데 자사고·외고가 일반고화되면 교육 수요가 강남 8학군으로 몰릴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같은 현상은 전세시장에서도 확인된다. ‘교육 1번지’로 불리는 대치동 은마 아파트에서는 최근 전세난이 벌어지고 있다. 84㎡ 전셋값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5억원 후반대였으나 최근에는 6억원을 웃돈다. 새 아파트여서 인기가 높은 대치동 래미안 대치팰리스 84㎡는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전세 가격이 12억∼12억2000만원 선이었으나 지금은 13억원으로 1억원 가까이 올랐다. 대치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자사고나 특목고에 지원했다가 떨어져서 원치 않는 일반고로 배정될 바에야 차라리 안정적인 명문 학군에 배정되는 게 낫다는 학부모가 많다”고 말했다. 강남과 함께 서울 3대 학군으로 꼽히는 ‘목동’과 ‘중계동’ 일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교육부의 수능 절대평가 전환과 외고·자사고 폐지 추진 방침에 따라 ‘강남 8학군’ ‘목동 학군’ 등이 재부상하며 학군이 양호한 강남권이나 목동 아파트 값이 들썩이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정부의 다주택자 규제가 강남 집값 상승을 부채질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주택 임대소득이나 양도소득을 놓고 규제를 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주택 보유 수를 기준으로 규제를 강화하는 데 따른 부작용이다. 주택 보유 수는 줄이되 ‘똘똘한’ 아파트 한 채를 보유하겠다는 심리가 확산하면서 강남 아파트 구매 수요를 불러오고 있다는 것이다. 투기가 아닌 합법적 절세 방법으로 강남 아파트를 찾는 수요이기 때문에 정부가 손을 댈 수도 없다. 실제로 최근 부동산 시장에선 ‘똘똘한 한 채’가 유행어처럼 번지고 있는데, 살던 집 등 소유하고 있던 집을 팔아 돈이 될 만한 곳에 한 채 사두는 행태를 빗댄 말이다. 김광석 리얼투데이 이사는 “양도세 중과를 앞두고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확산하면서 호재가 없는 지역은 주택 처분 물량이 늘어나고 있다”며 “최근 수도권 일부 지역과 지방 아파트 값이 하락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반대로 ‘돈이 될 만한’ 곳은 주택 수요가 많은 서울이다. 그중에서 첫 손에 꼽히는 게 호재가 몰린 강남이다. 이남수 팀장은 “지방 자산가까지 가지고 있던 자산을 현금화해 강남 아파트를 사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고 말했다.

다주택자 규제로 강남 유입 부채질

여기에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노무현 시즌2’라고 보는 인식이 깔려 있다. 실제로 정부가 지난해 5월 출범 이후 내놓은 부동산 정책은 노무현 정부 때와 판박이다. 바른정당 이혜훈 대표도 최근 “부동산 대책을 보면 문재인 정부는 노무현 정부의 시즌2 같다”고 비판했다. 노무현 정부는 주택시장을 수요와 공급이라는 구조적 측면보다는 투기에 의해 비정상적으로 과열됐다고 보고 투기 억제에 초점을 맞췄다. 집값을 잡겠다는 의지는 어느 정권보다 강했지만 그러나 결과적으로 서울 집값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지방 부동산시장은 죽어 나갔다. 실제로 KB국민은행에 따르면 노무현 정부 때 서울 아파트 값은 56.6% 상승했다. 이명박 정부 때는 3.2% 하락했고, 박근혜 정부 땐 10.1% 상승했다. 지난해 문재인 정부가 출범 직후부터 다주택자를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보고 규제책만 쏟아 내면서 서울은 오르고, 지방은 내릴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두성규 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노무현 정부에서도 규제책을 다 동원했지만 1년 후 결과는 제법 높은 상승폭이었다”며 “(규제책은) 단기적 충격으로 시장 냉각을 유도해 급상승을 막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상승을 막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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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9호 (2018.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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