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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현의 차이나 인사이드] 中 지방정부가 통계조작 고백하는 까닭은 

 

김재현 zorba00@gmail.com 칼럼니스트
2019년부터 국가통계국에서 데이터 수집·집계 … 질적 성장 강조하는 분위기도 한 몫

요즘 미국은 성폭력을 고발하는 ‘미투(Me Too)’ 캠페인이 뜨거운 이슈다. 그런데 중국에서도 또 다른 ‘미투’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다. 바로 통계조작을 공개하는 ‘미투’ 캠페인이다. 중국의 통계조작에 대한 의혹은 끊임없이 제기 돼왔다. 해외뿐 아니라 중국 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중국 각 성에서 자체 집계한 지역내총생산(GRDP)을 모두 더하면 항상 국내총생산(GDP)을 초과했다. 통계상 차이가 있긴 하지만, 너무 격차가 컸다. GRDP의 증가 속도도 GDP 증가 속도보다 빨랐다. 중국 동씽증권에서 정리한 데이터를 보면, 2016년 중국 GDP 증가율은 6.7%였지만, 전체 GRDP의 가중평균 증가율은 이보다 0.8%포인트나 높은 7.5%에 달했다. 문제가 있다는 걸 모르면 바보다. 중국 정부도 알고 있었다. 지금 통계조작이 공개적으로 논의되고 있다는 건 뭔가 변화가 있을 거라는 얘기다. 왜 통계조작이 있었고 향후 무엇이 변할지 알아보자.

“지역내총생산 감소했다” 잇따라 밝혀

지난 1월 11일 톈진 빈하이신구는 통계 데이터를 수정한 후 2016년 GRDP가 약 1조 위안에서 6654억 위안으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데이터 마사지를 통해 GRDP를 50% 넘게 부풀린 것이다. 빈하이신구는 광둥 선전특구, 상하이 푸동신구와 같은 국가급 경제특구이기 때문에 더 망신살이 뻗쳤다. 앞서 1월 3일에는 네이멍구가 통계조작 사실을 공개했다. 재정에 대한 회계감사를 거친 후, 2016년 재정수입이 530억 위안 줄었다고 발표했다. 전체 재정수입의 26%에 달하는 규모다. 2016년 산업생산 규모도 2900억 위안이나 낮춰 잡았다. 전체 산업생산 규모의 40%에 달하는 규모다. 한마디로 통계 데이터가 완전 엉터리였다는 얘기다.

가장 먼저 통계조작을 인정한 건 동북지역에 위치한 랴오닝성이다. 지난해 1월, 랴오닝성 성장이 인민대표회의에서 2011년부터 2014년까지 통계조작이 있었다는 사실을 자인했다. 해당 기간 랴오닝성의 재정수입 중 약 20%가 허수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 지방정부는 통계수치를 조작할 강력한 동기가 있고, 중앙정부도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그래서 나온 게 바로 유명한 커창 지수다. 리커창 총리는 신뢰성이 떨어지는 GDP 대신 전력 소비량, 철도 물동량, 은행 신규 대출을 참고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전력 소비량으로 공장 가동율, 철도 물동량으로 수출 및 내수경기, 은행 신규 대출로 기업투자 및 민간소비를 가늠하는 것이다. 나중에 영국의 주간 경제지인 ‘이코노미스트’가 이 세 가지 지표로 커창 지수를 만들었다. 중국 동씽증권이 정리한 톈진·네이멍구·랴오닝 세 개 지역의 GRDP와 전력소비량, 철도 물동량을 한번 살펴보자(은행 신규 대출은 데이터 수집 문제로 인해 제외됐다).

톈진은 2015년 전력 소비량이 0.8% 증가하는 데 그쳤고 철도 물동량은 2% 감소했는데, GRDP는 9.3%나 증가했다. 랴오닝 역시 마찬가지다. 2015년 전력 소비량이 2.6% 줄었고 철도 물동량도 9% 감소했는데, GRDP는 3% 늘었다. 서비스업 비중이 큰 지역이라면 가능할 수도 있지만, 랴오닝은 제조업 비중이 50%에 육박하는 곳이다.

그런데 궁금증이 생긴다. 지금 지방정부들이 통계조작 사실을 앞다퉈 시인하는 이유는 뭘까? 바로 2019년부터 중국 통계시스템이 바뀌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국 국무원은 GDP 통계시스템 개선에 대한 로드맵을 제시했다. 제4차 경제총조사가 진행되는 2019년부터는 중국 전역의 GDP 수치를 국가통계국에서 일률적으로 수집해서 집계한다. 지금까지 중국의 경제수치 집계는 4단계를 통해 이뤄져 왔다. 바로 현(縣)·시(市)·성(省)·국가의 4단계다. 최하위 행정단위인 현이 경제지표를 집계해서 시에 보고하면 시에서 심사·집계 후, 경제지표를 성에 보고하고 이렇게 상향식으로 올라간다. 중국은 약 3000개에 가까운 현이 있다. 이렇게 많은 현급 통계부처에서 작성한 경제지표 중 틀리거나 조작한 게 없을 수가 없다. 하지만 상위 행정단위의 통계부처에서 통계조작을 100% 잡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2019년부터는 달라진다. 현급 경제지표도 중앙 통계부처인 국가통계국에서 직접 집계한다. 지금까지 통계조작을 통해 부풀린 경제수치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날 수밖에 없다. 매도 미리 맞는 게 낫고 잘못도 남한테 발각되는 것보다 내가 먼저 말하는 게 낫다. 이래서 중국의 통계조작 ‘미투’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중국, 특히 지방정부는 왜 통계수치를 조작해왔을까? 이건 중국의 정치시스템과 관료 승진 시스템을 이해해야 한다. 중국은 ‘당국가(黨國家)’ 체제다. 즉, 중국공산당이 국가를 운영한다. 중국 언론에서 시진핑 주석을 언급할 때도 반드시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총서기, 국가주석, 중국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주석, 이 순서대로 언급한다. 중국의 고위 관료도 집권당인 중국공산당에서 일률적으로 임명한다.

알다시피 중국은 실질적인 선거가 없다. 지방자치도 딴 나라 얘기다. 그래서 고위 관료 임명, 특히 성장이나 시장을 임명할 때, 가장 중요한 지표로 활용되는 게 경제성장률이다. 어떻게 보면 철저한 실력 위주의 관료 선발이다. 고위 관료들도 어쩔 수 없이 GDP에 모든 것을 건다.

그런데 분위기가 달라졌다. 최근 들어 양적 성장보다 질적 성장, 특히 고품질(高質量, 고질량) 성장을 강조하는 빈도가 부쩍 늘었다. 이런 자신감의 배경에는 부쩍 커진 중국 경제 규모가 있다. 지난해 중국 국내총생산은 6.9% 증가한 82조7000억 위안에 달했다. 처음으로 80조 위안을 넘었고 달러로는 13조 달러에 달한다. 중국에게 경제성장이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매년 취업시장에 진입하는 1000만 명이 넘는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청년실업률이 높아지면 사회 안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기 쉽다.

고위직 승진에 필수인 GDP 지상주의 사라져

지난해 중국은 1300만개가 넘는 일자리를 창출했다. 국내총생산이 50조 위안일 때는 1% 성장하면 5000억 위안이 늘어나는데, 이제 1% 성장하면 8000억 위안 넘게 늘어난다. 지난해에는 GDP 1% 성장의 취업유발계수가 약 190만 명에 달했다. 성장속도가 조금 떨어져도 충분한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한 GDP 통계를 국가통계국에서 일률적으로 하겠다는 건 중국의 전반적인 시스템이 개선되고 있다는 얘기다. 14억 인구를 가진 나라가 통합적인 데이터관리를 하는 건 결코 만만한 업무가 아니다.

통계조작을 제외하면 중국의 GDP가 얼마나 줄어들지는 불확실하다. 국가통계국에서 수정해왔기 때문에 조정의 폭은 별로 크지 않을 수도 있다. 중국 내에서는 통계에 포함되지 않은 국내총생산 규모도 크다고 말한다. 중국은 월 매출 3만 위안(약 500만원) 이하의 영세상인들에게 최대 17%에 달하는 증치세(부가가치세)를 징수하지 않는다. 때문에 영세기업은 영수증 발행에 소극적이고 통계에도 포함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 김재현 zorba00@gmail.com : 고려대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중국 베이징대에서 MBA를, 상하이교통대에서 금융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칼럼니스트로서 중국 경제·금융 연구와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중국 도대체 왜 한국을 오해하나], [파워 위안화: 벨 것인가 베일 것인가(공저)] 등이 있다.

1420호 (2018.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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