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영리 공유경제와 비영리 공유경제 

 

이민화 KAIST 교수
인류사적인 거대한 변화가 4차 산업혁명의 미래인 공유경제다. 글로벌 기업과 스타트업의 70% 이상이 공유경제 기업으로 물갈이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은 이러한 변화에 완전히 뒤져 있다. 한국의 공유경제 로드맵에 대한 심도있는 고민이 절실한 이유다.

GE에 따르면 세계 공유경제는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3년에 5%가 채 되지 않았지만 2025년 무렵 세계 경제 규모의 절반 정도로 확대될 것이라고 한다. KT에 따르면 국내 공유경제도 2020년까지 전체 경제 규모의 절반이 될 것이라고 추정된다. 대략 인터넷산업 대부분과 렌털산업의 대부분이 공유경제화될 것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공유경제에는 두 가지 얼굴이 있다. 첫 번째 얼굴은 공유경제를 복지 차원에서 접근해 마르크스 계획경제의 부활로 보는 시각이다. 방대한 데이터 처리 역량의 등장으로 과거에 실패했던 중앙집권적인 계획통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두 번째 얼굴은 신자본주의의 관점에서 접근해 신뢰와 협상력의 불균형을 플랫폼이 극복하면서 시장경제가 공유경제 패러다임으로 전환돼 한계비용 제로의 사회로 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공유경제는 두 가지의 얼굴 중 어느 쪽이 진실한 얼굴일까?

공유경제는 비영리 공유경제(shared economy)와 영리 공유경제(sharing economy)란 야누스의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비영리 공유경제는 사회적 공유경제로서 결과를 공유한다는 의미가 강하고 지자체 중심의 공유경제가 주로 이와 같은 성향을 띠고 있다. 이와 달리 영리 공유경제는 시장경제의 기회와 자원을 공유한다는 측면이 강하며 이것은 주로 국가 단위와 글로벌 차원에서 진행되는 형태라고 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심볼인 우버나 에어비앤비 등은 영리 공유경제의 대표 주자들이다. 많은 사회적 경제학자들이 이들은 진정한 공유경제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이유가 두 얼굴의 공유경제가 갖는 혼돈의 결과다.

한편, 다보스포럼(WEF)은 2025년 공유경제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딥 쉬프트(Deep Shift) 보고서에서 주장한 바 있다. 4차 산업혁명은 궁극적으로 공유경제화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다보스가 얘기하는 공유경제는 영리 공유경제다. 가치 분배보다는 가치 창출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 공유를 통한 효율과 혁신으로 가치를 창출한다는 것과 공유를 통해 공정한 분배를 촉진한다는 것의 두 얼굴을 가진 공유경제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그렇다면 ‘왜 지금 공유경제가 확산되는가?’라는 근원적 질문을 던져보자. 공유경제는 결코 새로운 것이 아니다. 두레·보부상·길드·협동조합·아나바다와 같은 과거의 오프라인 활동은 모두 공유경제 활동이었다. 그런데 우버나 에이비앤비 같은 21세기 공유경제와는 무엇이 다른가?

노벨경제학상 첫 여성 수상자인 엘리너 오스트롬(2009년)은 [공유의 비극을 넘어]라는 저서에서 제도와 시장을 넘어서 새로운 공유경제의 대안으로 자발적 협동을 제시했다. 문제는 오스트롬의 탁월한 연구에도 현실의 세상에서 공유경제의 확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 이유는 오프라인 현실 세계의 본원적 한계다. 현실에서 공유는 비용 투입에 비해 새로운 가치 창출은 한계가 있다. 공유비용과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 양대 관건이었다(공유 비용 > 가치 창출). 그런데 인터넷혁명으로 만들어진 가상 세계에서 공유 비용은 한계비용 제로가 되고, 공유 가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한계효용체증의 법칙이 작용하기 시작했다 (공유 비용 < 가치 창출). 공유 비용이 한계비용 제로화되고 공유 가치의 한계효용이 체증되면서 공유가 사회 전체의 부를 창출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으로 등장했다. 인터넷은 자발적 협력의 확산을 촉진하는 공유 비용 제로화를 만들고 플랫폼이 투명한 반복 거래의 신뢰를 제공한다. 앞으로 다가올 블록체인 기반의 인터넷 2.0은 이러한 신뢰의 한계인 플랫폼 사업자의 투명성까지 해결할 가능성을 제공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오프라인 현실 세계는 온라인 가상 세계와 융합되고 있다. 1, 2차 산업혁명의 소유경제에서는 오프라인의 극히 일부분이 공유경제였다. 아마도 1% 미만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인터넷이 만든 3차 산업혁명의 온라인의 공유경제에서는 95%의 오프라인 소유경제와 5%의 온라인 공유경제의 혼합 경제체제로 변환됐다. 이때까지도 경제 가치의 대부분은 오프라인에 있었다. 그런데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융합하는 4차 산업혁명에서는 이제 가치와 물건이 분리되면서 현실과 가상이 통합되기 시작했다. 3차원(D) 프린터로 물건을 만드는 과정에서 디자인의 가치가 제품의 가치와 분리된 것이다. 우버는 차량의 가치를, 에어비앤비는 집의 가치를 분리해 온라인 공유경제에 귀속시켰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융합하는 4차 산업혁명의 온·오프라인 연계(O2O) 공유경제에서 2025년이면 경제의 절반 이상이 공유경제화될 것이라 예상된다.

문제는 신세계를 개척한 온라인의 3차 산업혁명 시대에 없던 기득권자와의 갈등이 현실과 가상이 융합하는 4차 산업혁명에서는 격화된 것이다. 과거 3차 산업혁명에서는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블루오션의 신세계가 만들어졌기 때문에 기존 사업자가 없었고 갈등이 적었다. 네이버와 다음의 진입에 기존 사업자의 큰 장벽은 없었다. 그러나 이제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융합하는 4차 산업혁명에서 우버와 에어비엔비는 기존의 택시 업자와 호텔 업자와 갈등을 벌이게 되어 있다. 소비자 주권이 강한 국가에서는 새로운 혁신이 촉발되고 생산자의 권리가 진입장벽화 되어 있는 국가에서는 혁신의 공유경제가 저해되는 경향이 있다. 한국의 경우를 보면 4차 산업혁명으로 현실과 가상이 융합되는 공유경제 기업의 70%는 불법화되고 있다는 것이 불편한 진실이다.

공유 플랫폼 경제는 기존 시장의 질서를 바꾸고 있다. 과거 시장경제의 주된 실패 이유는 정보의 비대칭과 협상력의 불균형 두 가지였다. 그런데 이러한 양대 문제를 공유 플랫폼이 누적적인 거래 데이터로 평판을 만들어 정보 비대칭을 축소해 신뢰를 만들고, 집단화된 소비자들이 공급자와 대등한 협상력을 가지게 됐다. 거래 데이터가 시간적으로 축적되고 인간이 집단화되면서 이제는 정보의 비대칭이 축소되고 협상력의 불균형이 줄더 시장경제의 영역이 의료·교육과 같은 과거 제도의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즉, 인터넷 혁명이 연결비용을 감소시켰다면 인공지능 혁명이 거래비용을 감소시킨 것이다. 그 결과 시장 실패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게 되어 고가의 집을 통째로 빌려줄 수 있게 됐다. 공급과 수요가 각각 인공지능과 더불어 혁신되면서 전체 시장이 융합되는 ‘소셜 이노베이션(Social Innovation, 공급과 생산의 융합혁신)’으로 진화하기 시작했다.

인공지능과 인터넷은 데이터로 연결된다. 공유 데이터 기반의 공유 플랫폼 경제가 등장한 것이다. 과거 시장경제의 신뢰의 한계를 극복하고 정보와 협상력의 비대칭을 축소시킬 수 있게 됐다. 이래서 혁신은 1세대 공급 중심에서 2세대 수요 중심을 거쳐서 네트워크 형태인 개방혁신을 넘어 이제는 소셜 이노베이션의 공유경제로 진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공유경제의 미래가 4차 산업혁명의 미래다.

1421호 (2018.02.12)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