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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 국내외 판매량 감소에 대책 마련 골머리 

 

김태진 자율주행연구소 소장
전기차·수소차 라인업 강화 중 … 노사관계·조직문화 정비도 절실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2월 2일 오전 현대차의 신형 수소 자율차량인 넥쏘에 올라 서울 서초구 만남의 광장 휴게소를 출발해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1. 지난 1월 5일 오후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그룹 본사 대강당에서 임직원의 눈길을 끄는 행사가 열렸다. 현대자동차그룹에서 40년 근무한 이형근 기아차 부회장의 퇴임식이 열린 것이다. 그동안 1인 지배체제 아래 보수적이고 경직됐던 조직문화가 바뀌는 단면을 볼 수 있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부회장·사장 등이 사임할 때 별도의 행사를 연 적이 없다. 고위 임원의 경우 퇴임 통보를 받으면 통상 3시간 이내에 자리를 정리하는 게 관례였다.

#2. 지난 1월 10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18 소비자가전전시회(CES)에 참가한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구름에 가려진 자율주행차나 전기차 전략, 속타는 중국 시장, 네티즌의 ‘안티 현대차’, 공유경제와 전장화로 치닫는 미래차에 걸맞은 조직문화 같은 큼지막한 현안에 대해 이렇게 대답했다. 중국 판매 급락에 대해선 “아프지만 건강엔 좋은 주사가 됐다. 올해는 잘하면 100만대까지 판매할 것”이라고 답했다. 네티즌의 악성 댓글에 대해 “(지적 사항이) 말이 되면 ‘내 탓이오’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미래차와 관련해선 “하려면 실속 있게 해야 한다”며 조직 변화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자동차가 전자화되고 친환경차로 가면, 일하는 방식 등 모든 게 달라져야 한다”라며 “의사결정 방식과 속도 등 여러 가지가 정보기술(IT) 업체보다 더 정보기술 업체 같아져야 한다. 큰 과제다”라고 지적했다.

이례적으로 전년보다 판매 목표치 낮춰


2018년은 현대·기아차가 분기점을 맞는 해다. 현대·기아차는 2000년 현대그룹에서 분리한 이후 정몽구 회장의 리더십 아래 승승장구했다. 20년 만에 판매대수로 일약 ‘글로벌 톱5’’에 올라섰다 글로벌 자동차 업체 모두가 위기를 겪은 2008년 금융위기에도 현대·기아차는 수출을 늘렸다.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판매 목표를 지난해의 목표치보다 8.4% 낮춘 755만대로 잡았다. 판매 목표를 전년 대비 줄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실제 달성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게 증권가 분석이다. 현대차 467만5000대, 기아차 287만5000대다. 사실상 5년 전 수준으로 후퇴했다. 올해는 해외 시장이 녹록하지 않아서일까. 늘 수출에 주안점을 뒀지만 올해는 내수 판매 강화에 방점을 찍었다. 현대·기아차 모두 내수 목표는 지난해보다 높게 잡았다. 현대차는 내수 목표를 지난해보다 2.6%, 기아차는 1% 늘려 잡았다. 해외는 각각 9.6%, 11% 하향 조정했다. 국내 경쟁자인 한국지엠·르노삼성·쌍용차의 경우 올해 눈길을 끌 신차가 없다. 문제는 수입차의 공세다. 3월부터 폴크스바겐·아우디가 판매를 재개한다. 국내 수입차 시장은 전 년 대비 두 자릿수 증가한 27만대로 예상된다.

올해 현대·기아차의 고민은 판매대수 이면에 숨어 있다. 판매 감소에 따른 해외 공장 가동률 저하, 미래 먹거리인 전기차·자율주행차의 불투명한 청사진이 대표적이다. 현대차 주가는 글로벌 경쟁 자동차 업체의 주가가 반등한 것과 달리 2년 내내 13만~17만원 박스권에 갇혀 있다. 정 회장은 1월 신년사에서 “미래 핵심 기술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려 혁신을 주도해 나가겠다”고 강조한 이유이기도 하다.

판매 회복의 관건은 중국이다. 지난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보복 영향으로 약 30% 감소한 중국 판매량을 이전 수준으로 회복시키는 데는 2~3년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사드 여파보다 더 큰 고민은 현대·기아차 모델 라인업의 경쟁력 저하다. 급격히 SUV로 재편된 중국 시장에서 현대·기아차는 SUV 모델이 가장 적은 업체로 꼽힌다. 중국에서 판매가 급속히 증가한 10년 동안 브랜드나 품질은 여전히 대중차에 머물렀다. 그 결과 글로벌 경쟁 브랜드가 아닌 중국 토종 브랜드에 시장을 뺏겼다는 게 뼈아프다. 중국 유력 자동차 매거진인 [치처즐지아(汽车之家)]는 “중국 토종 브랜드에 비해 가성비가 떨어지고, 독일이나 일본차에 브랜드 가치도 뒤진 게 현대·기아차의 판매 부진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현대·기아차의 중국 판매 부진만큼 일본 브랜드는 성장했다. 지난해 중국에서 일본차 판매량은 닛산 18%, 혼다 15%, 도요타 14%씩 증가했다. [치처즐지아]는 현대·기아차가 기존에 중국에서 강세를 보이던 소형차는 일본 브랜드가, 준중형은 쉐보레 같은 미국 브랜드, SUV는 중국 본토 브랜드가 차지했다고 분석했다. 현대·기아차는 저렴한 가격에 합작 브랜드의 이점을 살려 중국에서 성장 신화를 일구었다. 그러나 현재는 독일·미국·일본 브랜드에 뒤진 데다 중국 브랜드가 치고 올라오는 모양새가 됐다. 가격은 일본 브랜드와 비슷한데 브랜드 파워에서 떨어지는 현대·기아차를 더 이상 중국 소비자가 장바구니에 담지 않는다는 지적은 눈여겨볼 포인트다. 승승장구하던 미국에서도 브레이크가 걸렸다. 지난해 미국 시장 판매는 127만5223대로 전년 동기 대비 10.4% 감소했다. 현대차가 11.5%, 기아차가 8.9% 줄었다. 전년 대비 판매가 감소한 것은 2013년 이후 4년 만이다.

해마다 파열음이 나오는 노사관계도 큰 부담거리다. 더구나 창사 이래 처음으로 해를 넘겨 1월에 노사협상이 타결됐다. 미래차 양산을 위한 대대적인 작업장 공정 변화는 벽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 조두섭 요코하 마국립대 교수(경영학)는 “현대·기아차는 내수에서 70% 이상을 점유한 막강한 시장 장악력을 갖고 있는 게 글로벌 경쟁 브랜드에 비해 강점이지만 거꾸로 유일하게 노사관계로 고생하는 업체”라며 “복잡한 지배구조와 경직된 조직문화를 바꾸는 게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수소차 넥쏘 공개하고 주행거리 늘린 전기차도 출시

이런 난관에도 현대자동차그룹은 전기자동차·수소연료전지차 등 차세대 자동차 라인업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중국을 비롯해 글로벌 주요 자동차 시장이 친환경차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 이에 대응할 목적에서다. 구자용 현대차 상무는 1월 25일 컨퍼런스콜에서 “종전 모델보다 1회 주행거리를 2배 이상 늘린 코나 전기차를 올해 출시할 계획”이라며 “앞으로 새 전기차를 해마다 출시해 현대·기아차의 전기차(EV) 모델을 2025년 14종으로 늘리고 세계 시장점유율 3위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현대·기아차의 현재 EV 모델은 2종에 불과하며, 1회 충전시 주행거리는 300~400km로 테슬라 모델3·BMW i3 등 경쟁사 모델과 비슷한 수준이다.

현대차는 도요타·혼다와 더불어 기술을 주도하고 있는 수소차 분야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현대차는 1월 8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열린 ‘CES 2018’에서 수소차 ‘넥쏘’를 공개했다. 수소차는 전기발생장치에 투입한 수소가 산소와 결합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전기로 구동하는 친환경차다. 시장 규모와 충전소 등 인프라는 아직 걸음마단계다. 하지만 앞으로 전기차와 더불어 친환경차 시장의 한 축이 될 전망이다. 현대차는 2025년까지 수소차 모델 2종을 추가로 내놓을 계획이다.

1421호 (2018.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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