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롯데그룹] 호텔롯데 상장이 최대 현안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신동빈 회장 지배력 강화, 그룹 지배구조 개선에 필수 … 신동주 반격, 실적 회복 등 과제도

▎지난해 10월 12일 서울 잠실 시그니엘서울에서 열린 롯데지주 주식회사 출범식. 왼쪽부터 이원준 롯데그룹 유통BU장, 송용덕 롯데그룹 호텔BU장, 황각규 롯데지주 사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이재혁 롯데그룹 식품BU장, 허수영 롯데그룹 화학BU장.
롯데그룹은 지난 1월 10일 임원인사를 했다. 지난 12월 22일 신동빈 롯데 회장의 경영비리·뇌물수수 등의 혐의에 대해 집행유예 판결이 나온 지 보름 만이었다. 일단 안도의 한숨을 쓸어 내렸지만 지주사 전환과 경영권 분쟁, 해외 사업 부진 등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롯데는 임원인사로 첫 단추를 꿴 셈이다.

신 회장은 그룹 2인자인 황각규 부회장을 본인과 더불어 롯데지주의 공동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황 부회장은 1995년부터 그룹 기획조정실에서 신 회장을 보좌한 최측근이기도 하다. 정책통으로 신규 사업과 인수·합병(M&A) 등 그룹의 현안을 처리해왔다. 신 회장이 친정 체제를 강화한 것은 그룹 장악력을 공고히 하는 한편 호텔롯데 기업공개(IPO), M&A를 통한 성장 전략 추진 등의 의지 표명으로 해석된다. 황 부회장은 지난 1월 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8 경제계 신년인사회’에서는 신 회장을 대신해 참석하는 등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재판부 판결에 검찰과 신 회장 측 모두 항소한 상황이라 신 회장이 2심을 앞두고 적극적으로 외부 활동을 펼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롯데의 최대 현안은 호텔롯데 상장이다. 롯데는 지난해 400여개에 달하는 순환출자 고리를해소하고 롯데지주 출범에 성공했다. 그러나 롯데알미늄·롯데건설·롯데케미칼·롯데물산 등 주력 계열사는 롯데지주 체제 밖에 있다. 이들 회사의 지분은 호텔롯데가 쥐고 있다. 롯데의 매출은 대부분 한국에서 발생하지만 지분 등 자산은 일본이 쥐고 있다. 호텔롯데의 경우 신 회장이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려운 광윤사 등 일본계 회사의 지분이 절대적으로 많다.

이에 호텔롯데를 상장시켜 일본계 주주의 지분을 희석시키고 신 회장의 지분을 높여야 한국 롯데의 독립이 가능하다. 신 회장은 호텔롯데 상장 후 롯데지주와 합병시켜 계열사 전반의 지배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어떻게 호텔롯데의 지분을 확보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현재 호텔롯데는 일본의 롯데홀딩스(19.07%)와 광윤사(5.45%)·패미리(2.11%)·L투자회사 11곳(74.76%) 등이 지분 99% 이상을 보유 중이다. 롯데지주가 보유 중인 계열사 지분을 일부 처분해 호텔롯데의 지분 매입에 사용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롯데지주가 자회사인 롯데정보통신을 시작으로 롯데지알에스(롯데리아)·롯데시네마·세븐일레븐 등을 차례로 상장시켜 자금을 확보할 확률도 높다.

신동주 “경영권 포기 없다” 별러


황 부회장은 1월 2일 롯데지주 시무식에서 “각 계열사의 핵심 사업 강화와 호텔롯데 기업공개에 성공하려면 롯데지주와 계열사 간 긴밀한 소통과 적극적 협업이 필요하다”며 호텔롯데 상장을 위한 지주사·계열사의 지원 의지를 드러냈다.

호텔롯데의 실적 회복도 관건이다. 황 부회장은 시무식에서 호텔롯데 상장에 대해 “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실적이 먼저 좋아져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기업 실적이 개선돼야 공모자금이 많이 모여 일본 주주의 지분 비중을 낮출 수 있어서다. 호텔롯데는 지난해 면세점 사업자 선정에서 롯데호텔월드잠실점을 잃었다. 증권가에서는 공모자금의 3분의 1가량이 감소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의 고고도미사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보복 여파에 따른 중국 단체 관광객 급감 등으로 실적이 나빠진 점도 상장의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호텔롯데의 면세점 사업부문 매출은 2조5530억원, 영업이익은 7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3%, 96.8% 줄었다. 또 호텔롯데는 롯데물산과 롯데케미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사들이 보유 중인 롯데카드·롯데캐피탈·롯데손해보험 등 금융회사의 지분도 매입해야 한다. 호텔롯데→롯데물산→롯데케미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 고리는 여전히 일본 주주들의 영향력이 우세하다. ‘상장 대박’이 필요한 상황이다.

일본 주주를 우군으로 유지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경영권 분쟁 중인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이 여전히 공세적으로 나올 수 있어서다. 신 전 부회장 측은 광윤사 지분 절반 등 호텔롯데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 12월 19일 기자와 만나 “경영권 포기는 없다. (지주사 전환을 막을 수 있는) 여러 수단이 있으며, 이를 모두 동원해 4월 이전에 결과물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신 전 부회장이 시점을 4월로 제시한 점은 자본시장법상 4월 12일까지 모든 순환·상호출자고리를 끊어야 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해 신 전 부회장은 지난해 9월 롯데지주와 관련한 주식을 대부분 매각해 현금을 확보했다. 이를 호텔롯데 지분 인수에 사용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더불어 일본에 우호 지분을 확보에 IPO에 직접 뛰어들 가능성도 있다. 신격호 명예회장의 장남으로서 정통성을 부각시켜 명분 경쟁을 벌일 수도 있다. 이에 질세라 신동빈 회장도 지난 12월 일본을 방문하는 한편, 버블 경제시대 일본 최고급 스키장인 ‘아라이 스키장’을 인수했다. 주주를 설득하고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기 위한 것 아니겠느냐는 해석도 나온다. 신 회장으로서는 롯데가 한국에서는 일본 기업이라는, 일본에서는 한국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탈색해야 하는 입장이다.

지속성장, 주가 부양 위해 M&A 활발할 전망

신 전 부회장이 경영권 분쟁을 다시 진흙탕 싸움으로 몰고 갈 수도 있다. 신 전 부회장은 롯데 오너 일가의 경영비리 등 혐의와 관련해 “모든 잘못은 동생(신동빈)이 저질렀다”며 “법원이 잘 판단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만약 2심에서 신 회장의 혐의를 인정할 경우 다시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

롯데마트 중국 철수 등 실적 악화도 풀어야 할 과제다. 롯데지주는 롯데쇼핑·롯데제과·롯데칠성음료·롯데푸드 등 4개 계열사가 분할·합병해 출범했다. 롯데는 지주사 출범에 반대하는 주주들을 설득하기 위해 이들 4개사의 배당성향을 30%까지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롯데쇼핑을 중심으로 실적이 여의치 않아 고배당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악재를 극복하기 위해 롯데는 M&A를 활발히 추진할 전망이다. 롯데의 지속가능 성장과 주가 부양을 위해서다. 호텔롯데는 지난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의 현대호텔 인수를 비롯해 롯데리조트 속초 신규 사업장 신설, 아라이리조트 유상증자, 미얀마 양곤 호텔 개발사업 등을 추진했다. 황 부회장은 지난해 일본 기관투자가 대상 투자설명회에서 “잘하고 있고 더 잘할 수 있는 분야의 M&A를 적극 추진해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1421호 (2018.02.12)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