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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그룹] 재무구조 개선에 3세 경영승계 과제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조선업 침체 속 ‘증자’ 극약 처방 … 정기선 부사장 승진, 최길선 퇴진 등 인적 쇄신

▎안개 낀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 사진:연합뉴스
업황 부진에 따른 실적 악화와 경영승계, 지주사 전환…. 현대중공업그룹은 여러 불확실성에 둘러싸여 있다. 최근 2~3년 새 조선업에 불어닥친 한파와 리더십 교체 시기가 공교롭게도 맞물렸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재무적 안정과 성장동력 확보라는 묵직한 과제를 안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2월 26일 1조2875억원(1250만 주)의 유상증자 계획을 밝혔다. 13만6000원이었던 주가는 하루 새 9만6900원으로 폭락했다. 현대중공업이 혼란을 감수하고 증자 계획을 밝힌 것은 실적에 자신이 없어서다. 이날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4분기 379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올해 목표 매출은 13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매출(15조3800억원)보다 눈높이를 낮춰 잡았다. 조선사는 수주 1~2년 후에야 야드에서 실제 건조 작업을 시작하기 때문에 수주와 돈을 받을 때의 시차가 있다. 2015~17년 수주가 많지 않아 올해 자금 사정이 빠듯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국내 조선업은 2018년 하반기부터 2019년 상반기가 최악의 시기가 될 것”이라며 “10여년 전과 같은 호황은 기대하기 어려우며 조선업 전반의 축소가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삼성증권은 “증자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과도한 규모 때문에 투자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9%로 상향 조정하는 등 올해 글로벌 경기가 회복되는 점도 한편으로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어서다. 경기선행지수인 구리 선물 가격은 지난해 12월 중순 급등하기 시작해 t당 7000달 러선(런던금속거래소 기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철광석 가격도 중국의 수요 증가로 지난해 말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선박용 후판·강재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 고스란히 조선소의 부담으로 이어지게 된다. 당장은 2019년 9월 시작되는 국제해사기구(IMO)의 각종 환경 규제 강화에 기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1월 임원 인사에서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회장의 장남인 정기선씨를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선박영업부문장 및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이사를 맡았다. 정 부사장은 앞으로 선박 부문 전반을 관리하는 한편, 미래 사업 육성 업무를 맡는다. 위기에 놓인 현대중공업에서 얼마만큼의 성과를 내놓느냐가 경영승계의 명분을 확보하는 지름길이 될 전망이다. 이를 위해 개국 공신인 최길선 회장이 자문역으로 내려와 길을 터줬다. 권오갑 부회장이 그룹 지주 회사인 현대중공업지주(가칭) 대표이사에 오르는 등 대대적인 인적 쇄신도 벌였다.

한편, 현대로보틱스·현대건설기계·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 등 현대중공업에서 분사한 회사들이 사업 확장을 통해 각자 독립성을 확보해야 하는 점도 과제로 꼽힌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경영진 세대교체를 경영 위기 돌파의 계기로 삼을 것”이라며 “지주회사 체제에서 계열사들이 사업 재편과 독립경영 체제 확립을 위한 사업 계획을 수립할 것” 이라고 말했다.

1421호 (2018.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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