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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나아바’의 아키 소우둔사아리 창업자] “북유럽 숲 속 공기를 팝니다” 

 

한정연 기자 han.jeongyeon@joongang.co.kr
공기정화용 실내 수직정원 ‘스마트 그린월’...“공기 맑으면 인지능력 41% 향상”

“핀란드의 자연 환경은 탁월하다. 다른 나라들에 비해 불공평할 정도다(unfair advantages).” 흙 없는 실내 수직정원 ‘스마트 그린월’을 만드는 북유럽 기업 나아바(NAAVA)의 아키 소우둔사아리(Aki Soudunsaari) 창업자는 1월 25일 삼성동 코엑스에서 만나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날 한 교육 박람회에 참석해 핀란드의 교육에 관해 강연했다. 핀란드의 교육 환경, 자연 환경이 학생들의 학습능력을 크게 발전시켰다는 내용이었다.

중·고등학교와 대학에서 체육·과학 등을 가르쳤던 소우둔사아리 창업자는 어느 날부턴가 호흡기 질환을 달고 살게 됐다. 야외가 아닌 실내 수업을 한동안 한 후였다. 핀란드의 ‘불공평할 정도로 좋은 자연환경’에서 야외 수업을 진행하자 그가 앓던 대부분의 질병이 호전됐다. 실외 공기를 실내로 들여올 수 없을지를 고민하던 그는 2011년 나아바를 창업했다. 흙이 없이도 키울 수 있는 실내용 수직정원을 만드는 회사다. 최근 한국 법인을 낸 아키 소우둔사아리 창업자 겸 CEO를 만났다.

한국 교육 컨퍼런스 강연에서 나아바를 창업하기 전에 학생들에게 체육 등을 가르쳤다고 했다. 교육자가 어떻게 창업할 생각을 했나?

“나는 2007년에 실내 공기 질 문제로 병을 얻었다. 당시 실내에서 헬스 사이언스를 가르치고 있었는데 축농증으로 무척 고생했다. 안구건조증도 심했다. 단기 기억상실로 단어생각이 잘 안 나고 머리가 뿌연 상태(Brain fog)가 지속됐다. 새 건물증후군도 앓고 있었다. 그러다가 학교에서 체육을 가르치게 돼 야외에서 수업을 진행했다. 실내에서 일을 할 때와는 달리 많은 병이 호전됐다. 실내와 실외를 오가면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몇 백 번은 반복했을 때 창업 아이디어가 생각났다. 숲 속 공기를 건물 안으로 가져와야 한다는 아이디어였다.”

대부분 창업자들이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고 한다. 어떻게 아이디어를 상용화할 수 있었나?

“내가 공동 창업자인 니코(Niko)를 만난 곳은 대학의 경영학 강의에서였다. 니코와 나는 어떻게 하면 자연을 실내로 들여올 수 있을지에 관한 방법을 이 강의를 함께 들으며 생각했었다. 니코는 예전에 스칸디나비아 반도에서 가장 큰 말 목장을 디자인하고 만들었던 친구다. 그리고 이 경험이 우리의 독창적인 기술을 발전시키는 데 결정적인 도움이 됐다. 우리는 리서치를 통해서 공기를 정화하는 식물의 강력한 힘이 어떻게 발견되고 입증됐는지를 알게 됐다. 나사가 1980년대에 수행한 리서치였다. 우리는 즉시 이런 컨셉트를 발전시켰고, 실내 공기정화 장치의 시험 모형을 만들었다. 2010년 우리가 그린월 모형을 만들었을 때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것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곧 그린월 모형을 발전시켰다. 능동적으로 공기정화를 하는 가구와 같은 그린월은 흙이 없는 바이오필터 주머니를 사용해 천연 생체내변환 프로세스를 가능케 했다. 생체내변환 프로세스는 폐수정화 시설에 많이 쓰인다. 미생물을 활용해 폐수를 정화한다.”

강연에서 실내 공기 질이 학습능력에 끼치는 영향에 관해서 설명했다. 좋은 실내 공기가 학습능력을 어떻게 향상시키게 되나?


“하버드 대학의 연구와 마찬가지로 나아바 자체 연구 결과에서도 사람들의 건강과 인지능력이 실내 공기 질이 높아질수록 향상된다고 입증됐다. 특히 하버드 대학 연구 결과를 보면 인지능력 중에서도 부분적으로 전략적인 사고, 정보 처리 능력, 위기에 대응하는 능력 등이 두 배가량 향상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덴마크에서도 실내의 공기 질에 관한 연구들이 수행되고 있다(아키 소우둔사아리 창업자는 강연에서 나아바 자체 연구 결과 숲의 공기를 실내로 유입했을 때 학생들의 지능지수(IQ)가 약 41% 향상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한국에 진출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또 어떤 시장을 주로 공략할 예정인가?

“서울과 같은 글로벌 메가시티에선 사람들이 자신들이 호흡하는 공기를 선택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연과 연결돼 있지 않고, 핀란드에서처럼 자연으로 탈출하기도 쉽지 않다. 우리가 호흡하는 공기는 음식, 물에 이어 새로운 글로벌 헬스 트렌드가 될 것이다. 한국이 기술 기반의 개척정신이 강한 나라라는 것도 우리가 진출하고자 하는 이유 중 하나다. 한국은 혁신과 새로운 기술을 쉽게 도입하는 나라다. 우리는 한국에서 우리 사명과 같은 뜻을 지닌 파트너들을 만날 수 있었다. 자연을 들여오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사람들의 건강을 향상시켜줄 것이다. 우리 고객들은 기술이나 자연, 환경, 푸르른 숲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얼리어답터들이다. 이들은 또 최고의 업무 환경, 수업 환경을 원한다. 자신들을 위해서도 자신들의 직원이나 학생을 위해서도 말이다. 우리 고객들은 보통의 일반적인 상황에 머무르지 않고 이런 트렌드를 이끌어나가는 사람들이다.”

강연에서 당신은 핀란드의 환경이 ‘불공평할 만큼 유리하다’고 얘기했다. 일반적인 사람들은 갖지 못한 환경이다. 경제적인 관점에서 핀란드의 이런 자연 환경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물론 경제적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사업은 항상 사람과 사람이 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건강에 관심이 많다. 웰빙 효과는 모든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친다. 예를 들어 2017년 하버드 대학이 발표한 ‘대기 오염이 증시 하락을 야기한다’는 연구결과에 따르면 공기의 질과 주식 가격 사이에 관련이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 인간은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의 환경에 반응한다. 나는 북유럽의 자연과 깨끗한 공기가 이들 국가들이 왜 세계 행복도 조사에서 항상 상위권을 차지하는지를 설명해 주는 핵심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자연 환경은 당신을 더 행복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최근 우리는 미세먼지·황사 등으로 고통받고 있다. 경제적인 손실도 크다. 이건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한국과 중국, 동남아시아 국가 등 아시아 지역 공기 오염은 심각한 수준이다. 실내 공기 외에도 이런 대기 오염과 관련해서 우리는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대기 오염은 내 전문 분야는 아니다.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우리가 자연을 좀 더 존중해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 인류는 생물학적인 존재로서 자연 속에서 살고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자연은 인류의 유산이다. 나는 내가 겪었던 것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나은 자연 환경을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주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이제라도 우리가 매일 선택하는 행동이 자연 환경에 그리고 이를 공유하고 있는 다른 사람들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생각해야 한다.”

1422호 (2018.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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