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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맥짚기] 당분간 맥없는 장세 이어질 수도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금리 오름세 후폭풍 거세고 4분기 기업 실적도 신통치 않아

▎급격한 금리 인상 움직임에 다우지수가 2월 5일(현지시간) 전거래일보다 4.60% 급락했다. 뉴욕 증시가 연일 하락하면서 2600선을 넘었던 코스피 지수도 2월 7일 현재 2400선대로 내려왔다. / 사진:연합뉴스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종합주가지수가 2600선을 넘고 다시 2300선대로 내려왔다. 직접적인 이유는 국내외 금리 상승이다. 수년 간 저금리를 바탕으로 주가가 오른 만큼 시장이 금리 상승에 영향을 받는 게 맞다. 4분기 기업 실적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지금은 시장이 상승에서 하락으로 방향을 틀었는지를 판단해야 할 시점이다.

양호한 경제 상황으로 국내외 금리 상승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2.8%를 넘었다. 지난 4년간 머물던 박스권을 뚫고 나오자 예상을 뛰어넘는 속도로 상승했다. 주요 기관들은 올해도 국내외 경제 모두 양호한 성장을 기록할 거라 전망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대표적인데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7%로 올렸다. 미국 연준과 유럽중앙은행(ECB)도 각자의 지역에 대해 괜찮은 전망을 내놓았다. 중앙은행의 경기 판단은 통화 긴축의 근거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아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만, 지금은 투자자들이 긴축 자체보다 긴축을 거론할 수 있을 정도로 경제 상황이 회복됐다는 사실에 더 많은 점수를 주고 있는 것 같다.

지역별로는 미국이 으뜸이다. 낮은 실업률에서 나오는 소비 증가로 경기 확장 사이클을 이어가고 있다. 일본도 비슷한데 올해도 잠재 성장률을 상회하는 1.2~1.4% 정도의 성장을 기록할 걸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 경제도 지난해에 이어 3%대 성장을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수출 단독으로 경제를 끌고 갔다면 올해는 수출과 민간소비가 동시에 작동할 걸로 보고 있다. 경기 회복 동력이 보강돼 국내 경제가 보다 탄탄한 기반 위에서 움직일 걸로 전망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시행됐던 소득 증가 대책의 효과가 올해부터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최저임금과 같은 복지예산이 소비성향이 높은 저소득층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지금 금리는 경제 상황과 맞지 않는다. 미국을 예로 들어보면, 과거 미국의 실업률이 5% 미만일 때 기준금리 평균이 5.2%였다. 시중금리도 4.8~4.9% 정도였다. 지금은 실업률이 4.1%로 낮아졌음에도 1.5%의 기준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시중금리는 올라서 2.8%이다. 앞으로 금리를 몇 차례 더 인상하더라도 여전히 낮은 수준일 수밖에 없다. 금리와 경제 사이에 불균형이 생기다 보니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기 전에 시중금리가 먼저 반응을 하는 것이다.

경제 외에 금리를 올리는 요인도 있다. 대표적인 게 물가인데 상승률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1월 한달 동안 유가가 7.2% 상승했다. 다른 원자재 가격도 평균 5% 이상 올랐다. 미국 경제가 완전고용 상태에 들어가면서 더 이상 낮은 임금 상승률을 유지하기 어려워졌다. 1월에 비농업부문 임금 상승률이 2.9%를 기록해 이 같은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음을 입증했다.

정부 정책도 금리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올해 우리는 2차례, 미국은 3차례 정도 금리를 인상하는 데 그칠 거란 전망이 우세했다. 이제는 미국이 최대 4번까지 금리를 인상할 거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기준 금리 인상과 함께 유동성 회수도 부담이 되고 있다. 1월에 일본은행이 한 달에 2000억엔이었던 국채 매입 규모를 1900억 엔으로 줄였다. 2016년 이후 처음 유동성 공급 규모를 축소한 건데, 올해 상반기에 10년 만기 금리를 0%에 맞추는 전략을 중단하는 것과 함께 금리 상승 요인이 될 전망이다.

저금리로 올랐던 자산 가격이 거꾸로 금리를 올리는 역할도 하고 있다. 1월에 선진국 주식시장이 5.2% 상승했다. 이머징 마켓 상승률은 더 높아서 7.7%였다. 주식을 포함한 위험 자산의 수익률이 높아지면서 국채 등 안전자산에 몰려있던 자금이 위험자산으로 넘어가는 현상이 나타났다.

금리가 상승할 때 주가가 떨어지는 게 맞다. 금리가 비용과 관련된 지표여서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기업 이익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실은 이론과 달리 금리와 주가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았다. 2004년이 대표적이다. 12월에 우리 국채 수익률이 3.8%로 최저치를 기록한 후 2005년 12월에 5.6%로 오르는 동안 종합주가지수 역시 895에서 1390까지 상승했다. 금융위기 직후에도 같은 모습이 나타났다. 2008년 말 4.2%였던 국채 수익률이 1년 만에 5.4%로 오르는 동안 종합주가지수가 1100에서 1680으로 50% 가까이 상승했다. 이 같은 모습은 금리와 주가 사이에 또 다른 관계가 있어서가 아니라, 양호한 경기가 주가를 올리는 힘이 금리가 주가를 끌어내리는 힘보다 세기 때문에 나타났다. 그동안 금융시장에서 나왔던 금리와 주가 사이에 모순적인 관계는 금리 수준이 임계점에 도달하기 전에 나타나는 일시적인 모습으로 보면 된다.

앞으로는 주가와 금리의 관계가 달라질 것 같다. 두 가지 때문이다. 우선 시중금리가 주가를 끌어내릴 수 있는 임계점 부근에 도달했다. 최근 금리 상승으로 더 이상 금리가 주가와 무관하게 움직이기 힘든 상태가 됐다. 지난 9년 간의 저금리로 금리 상승을 경험했던 투자자가 많지 않아, 지금은 다른 어느 때보다 금리에 대한 적응력이 약해져 있는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3%를 넘을 경우 시장이 요동을 칠 수밖에 없다.

금리 상승 압력이 다른 어떤 때보다 강한 것도 문제다. 과거 시중금리는 기준금리를 3~4번 올릴 때까지는 상승하지만, 이후에는 금리를 올리더라도 반응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었다. 이번에는 다섯 번의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시장금리가 반응할 시간이 지났음에도 상승이 계속되고 있다. 금리가 오르려는 압력이 강해 제어하기 힘든 상황인 것 같다. 최근 금리 상승은 이상한 현상이 아니다. 오랜 시간 비정상적으로 낮았던 금리가 정상으로 돌아오는 과정이다. 그런 만큼 금리 상승에 적응하기 위해 중간에 쉬는 건 있어도, 금리가 다시 크게 하락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금리와 함께 주식시장에 악영향을 준 게 4분기 실적이다. 기대에 미치지 못해, 앞으로 주가가 상승하기 위해서는 실적 쪽에서도 몇 가지 숙제가 해결돼야 될 것 같다. 4분기 실적은 반도체를 제외할 경우 이익 증가율이 2.8%에 지나지 않는다. 주가가 이익의 절대치와 증감률 모두에 의해 좌우되는 걸 감안할 때 이익 증가율의 반전이 필요하다. 경기 회복이 매출로 연결되는 통로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한 매출액은 2016년에 비해 5% 정도 늘어나는 데 그쳤다. 국내외 경기 회복 효과가 기업 실적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는 건데, 이익과 매출이 동시에 늘어나던 상황이 생각보다 빨리 마무리되고 있다.

이익 증가율 반전 드라마 필요

4분기 실적을 보면서 이익이 크게 증가하기 힘들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16년 4분기부터 반도체를 포함한 이익과 제외한 이익 사이에 차이가 커졌다. 다른 기업의 이익 증가율이 반도체 기업보다 작아 전체 이익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기 때문이다. 1월 한 달 사이에 D램 가격이 6% 넘게 떨어졌다. 제품 가격 하락으로 반도체 기업의 이익이 줄어들 경우 이를 메울 방법이 없다. 이익에 대한 기대치를 낮춰야 하는 요인이다.

여러 자산가격이 갑자기 악해졌다. 가상화폐의 가격이 급락했고, 주식시장도 약세로 기울었다. 외국인 매도가 늘어나 수급이 나빠졌다. 금리가 오르면서 높은 가격에 대한 부담이 갑자기 커졌기 때문이다. 기업 실적이라도 좋으면 이를 만회할 수 있을 텐데 4분기 실적은 올해 1분기에 대한 우려만 키우는 형태였다. 당분간 여러 투자대상의 가격 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1422호 (2018.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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