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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전기차 배터리 쟁탈전] LG·삼성·SK, 세계 1위 파나소닉 맹추격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파나소닉 지난해 세계 시장점유율 42% … 완성차 업체도 속속 배터리 개발

▎전기차에 배터리가 장착된 모습. 전기차 배터리는 그 자체가 전기차로 불릴 정도의 핵심 부품이다.
전기차 주행거리가 1회 충전으로 300~500㎞까지 늘어난 것은 배터리 기술력이 그만큼 진화한 덕분이다. 전기차 배터리를 단순히 내연기관의 연료인 가솔린·디젤로 착각해선 곤란하다. 전기차의 모터는 내연기관의 엔진으로 불리지만, 배터리는 전기차 그 자체다. 그만큼 배터리가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데, 바로 이 배터리를 두고 한·중·일 기업 간 기술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현재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한국과 일본 기업이 이끌고 있다. 최근 중국 기업의 성장세가 무섭지만 기술력보다는 중국 정부의 정책 덕에 덩치를 키우고 있다. 어쨌든 현재 전기차 배터리 세계 시장 1위는 미국의 테슬라와 손잡은 일본의 파나소닉이다. 배터리 출하량이 세계 1위로 파라소닉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42.4%다. 이 뒤를 LG화학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기업이 뒤쫓고 있다. 특히 국내 기업은 세계적 수준의 배터리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아직 전기차에 대한 개념이 희미할 때부터 국내 업체들이 신성장동력으로 전기차 배터리에 주목한 결과다.

시장조사업체인 SNE리서치는 “세계 자동차 시장이 전기차로 가는 것은 이미 메가 트렌드”라며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 분야에서 한국은 글로벌 강국으로 꼽힌다”고 밝혔다. 실제 이 회사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출하량은 일본의 파나소닉이 1위다. 2·3위를 중국 기업이 차지했지만 중국은 전기차 시장 규모가 세계에서 가장 큰데도 자국의 배터리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큰 의미는 없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따라서 비(非) 중국산 배터리 출하량을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데, 이 기준으로 보면 파나소닉 뒤를 한국 기업인 LG화학(2위)과 삼성SDI(3위), SK이노베이션(7위)이 바짝 붙어 있다. 출하량 2위인 LG화학의 지난해 전기차 배터리 시장점유율은 23.1%에 이른다.

한·중·일 기업의 배터리 개발 삼국지


전기차 배터리 기업들은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함에 따라 앞으로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 대한 투자를 더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LG화학의 경우 올 1분기 유럽 내 최초 대규모 배터리 공장인 폴란드 브레슬라우 공장 가동에 나선다. 또 올해 전체 시설투자 3조8000억원 중 1조5000억원을 전지 분야에 투입, 2020년까지 생산능력을 확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삼성SDI 역시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용 중대형 배터리에 1조원 이상의 대규모 투자에 나선다. 삼성SDI는 연간 5만대의 전기차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는 규모의 헝가리 생산공장을 오는 2분기 가동한다. 공장 건설에 약 3억 유로를 투입했다.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 1조 원을 한꺼번에 쏟아 붓기로 했다. 유럽에 들어설 전기차 배터리 공장 신설에 8402억원을 투자해 현재 착공에 들어갔다. 증평군 정보전자소재 공장의 전기차 배터리 분리막(LiBS) 시설과 서산시 배터리 공장 증설에도 총 2000억원을 투자한다. 이 회사는 특히 최근 호주에서 전기차 배터리 원료인 코발트와 니켈을 대량으로 들여오기로 했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석탄과 석유 중심에서 신재생에너지로 전환되면서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성장세가 올해부터 본격화할 것”이라며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기존 화학과 정유 사업을 하는 데도 배터리 사업 비중을 늘리는 이유는 그만큼 미래에 돈이 되기 때문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전기차 배터리 개발에 나서는 건 이들 기업뿐만이 아니다. 세계 완성차 업체도 앞다퉈 전기차 배터리 개발에 나섰다. 배터리 자체가 전기차라고 할 정도로 핵심 부품인데, 이를 외부 업체로부터 공급받으면 시장 주도력을 잃고 배터리 업체에 종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본의 도요타는 2월 13일 파나소닉과 전기차 배터리를 공동 개발하겠다고 선언했다. 도요타 측은 이날 “안전성이 높은 고체형 차세대 배터리를 개발해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겠다”고 밝혔다. 독일의 BMW와 폴크스바겐도 각각 배터리 개발에 나선다. BMW는 2월 18일 미국 스타트업인 솔리드파워와 손잡고 지금의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수명과 주행거리가 길고 충전시간이 짧은 차세대 배터리를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폴크스바겐은 2025년까지 500억 유로를 배터리 개발과 생산공장 건설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벤츠가 속한 다임러그룹도 2019년까지 10억 유로를 전기차 배터리 공장에 투자키로 했다.

1회 충전으로 700㎞ 이상 달릴 배터리 나올 듯

배터리 업체는 완성차 업체까지 배터리 개발에 나서면서 전기차의 성능 향상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산업의 이슈는 충전 시간은 줄이고 주행거리는 늘리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를 높이면서 안전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전기차 배터리는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보통 업계에서는 1세대 배터리의 경우 1회 충전으로 100㎞를, 2세대 배터리는 300㎞, 3세대 배터리는 500km 이상 주행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상용화된 배터리 기술은 2세대 배터리다. 현재 시판 중인 전기차 배터리는 고속충전기를 이용해도 80%까지 충전하는 데 20~40분이 걸린다. 하지만 향후 초고속 충전 기술이 상용화되면 이러한 시간적 제약에서 보다 자유로워질 전망이다.

최근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전고체 배터리다. 배터리 내 리튬이온이 이동하는 전해질을 고체로 만든 배터리인데, 안전성은 물론 충전 속도와 주행거리가 기존 배터리보다 월등한 것으로 알려졌다. 플로 셀 배터리(Flow Cell Battery)도 신개념 전기차 배터리로 연구 개발 중이다. 배터리 내부에 있는 전해질액(배터리액)을 외부의 탱크에 담아둬 마치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주유하듯 전해질액을 교체하는 방식이다. 다만 두 기술 모두 상용화하기까지 좀 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이론적으로는 1회 충전으로 500㎞, 700㎞ 정도 가는 배터리도 가능하다”며 “2020년께는 실제로 1회 충전으로 700㎞ 이상 달릴 수 있는 배터리가 상용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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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3호 (2018.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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