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News

[김재현의 차이나 인사이드] 질적 성장도 이어가는 중국 영화시장 

 

김재현 칼럼니스트
규모 커지면서 다양한 주제·형식의 작품 등장 … 지방 3·4선 도시 관람객도 늘어

▎중국에서 흥행한 영화 [홍해행동] 포스터. 지난 2015년 예멘 중국교민 철수작전에서 활약했던 해병 특수 부대를 그렸다. / 사진:인터넷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은 중국인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다. 고향으로 돌아가서 가족과 함께 보내야 하기 때문에 1년 동안 가장 큰 소비와 인구 대이동이 발생하는 기간이기도 하다. 이런 춘절이 중국 영화시장의 최대 성수기로 부상했다. 오랜만에 가족·친지와 만나서 연휴 놀거리로 영화 관람을 선택하는 중국인이 급증한 것이다. 춘절 연휴 7일(2월 15일~21일) 동안 중국 박스오피스는 57억2000만 위안(약 9700억원)에 달했다. 전년 대비 약 67% 증가한 규모다. 관람객 수는 1억4000만 명이 넘었다. 적어도 중국인 10명 중 한 명은 영화를 본 셈이다. 특히 설날인 2월 16일에는 박스오피스 최대 규모인 12억6000만 위안(약 1억9000만 달러)을 기록하며 전 세계 일일 최대 박스오피스 기록을 경신했다. 지금까지 1위는 북미시장에서 [스타워즈7]이 개봉하던 날 세운 1억3700만 달러였다.

춘절 기간 동안 세계 일일 박스오피스 기록 경신


춘절 개봉작 중 메가히트도 쏟아졌다. 3편이 박스오피스 10억 위안을 돌파했는데, 영화티켓 가격인 약 40위안으로 나누면 2500만 명이 나온다. 춘절 기간 동안 2500만 명이 몰린 영화가 3편 탄생한 것이다. 바로 판타지 애니메이션인 [몬스터 헌트2], 코믹 탐정물인 [당인가탐안2(唐人街探案2)], 애국 액션물인 [홍해행동(紅海行動)]이다. [몬스터 헌트2]는 전작의 후광을 업고 상영 초반 인기몰이를 했다. 어린이를 포함한 온 가족이 관람할 수 있는 가족물인 점도 유리하게 작용했다. 하지만 곧이어 입 소문을 탄 [당인가탐안2]에게 따라 잡혔다. 이 영화는 차이나타운을 뜻하는 ‘당인가’를 배경으로 한 코믹 액션 탐정물이다. 주인공 탕런이 세계 탐정대회에서 참가해 개최 도시 뉴욕을 한바탕 뒤집는 소동을 유쾌하게 다뤘다. 전편은 태국 차이나타운에서 벌어지는 의문의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필자도 전편을 봤는데, 주연인 왕바오창의 연기가 압권이다. 왕바오창은 김종민을 능가하는 순박한 매력을 내보이면서 어리숙한 탐정 연기를 능란하게 해냈다.

[당인가탐안2]는 춘절 7 일 동안, 18억9000만 위안에 달하는 박스오피스를 기록했다. 얼마나 흥행했는지 감이 안 올 것 같다. 영화 티켓을 40위안(약 7000원)으로 놓고 계산하면 우리 나라 인구 수에 육박하는 4725만 명이 이 영화를 봤다는 결과가 나온다. 그 뒤는 [몬스터 헌트2](17억 위안), [홍해행동](11억9000만 위안)’이 차지했다.

재밌는 것은 연휴 후반부로 갈수록 [당인가탐안2]도 뒤늦게 입 소문을 탄 [홍해행동]에게 따라 잡혔다는 사실이다. [홍해행동]은 2015년 예멘 내전 당시 중국교민 철수작전을 수행하는 중국 해군 특수부대를 다룬 영화다. 춘절 연휴 후반부로 가면서 관객이 급증했다. 이 영화는 최근 급부상 중인 애국 밀리터리물에 속한다. 지난해에는 [전랑2]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중국 영화 흥행기록을 모조리 갈아치웠다. 이 영화는 약 57억 위안(약 9700억원)의 박스오피스를 기록했으며 관람객 수는 1억6000만 명을 넘었다. 국민영화라고 해도 과장이 아닐 정도다.

[전랑2]의 흥행에 대해 중국인들의 애국심에 호소하는 민족주의 마케팅이라는 평가가 많다. 사실이다. 하지만 동시에 잘 만든 오락영화다. 중국 영화답게 스케일도 크다. 필자도 할리우드 액션물에 버금가는 이 영화를 재밌게 봤다. 군데군데 중국의 군사력을 과시하는 장면이 눈에 띄긴 했다.

이번 춘절 연휴에 드러난 중국 영화시장의 특징을 살펴보자. 우선 영화 자체의 완성도가 높아지고 입소문의 영향력이 커졌다. 마케팅에 가장 많은 공을 들이고 전편의 후광을 입은 [몬스터 헌트2]가 초반에 인기몰이를 했지만, 곧 [당인가탐안2]와 [홍해행동]이 입소문을 타고 따라 잡았다. 중국의 유명한 평점 사이트인 도우반(豆辯)에서 [홍해행동]은 8.5점, [당인가탐안2]는 7.1점을 받았다. 이와 달리 [몬스터 헌트2]의 평점은 5.2점에 불과했다. 중국 관객들의 집단지성이 형성해낸 도우반 평점은 정확했다. 참고로 우리 나라의 [변호인]은 22만8000여 명이 평가한 가운데 9.1점의 높은 평점을 기록 중이다.

지방 중소도시인 3·4선 도시의 박스오피스 증가 추세도 두드러졌다. 대도시인 1·2선 도시에 나와 살던 중국인들이 귀향해서 춘절 연휴 동안 가족과 영화를 관람하는 경우가 늘어난 것이다. 지방 중소도시는 놀거리가 대도시보다 부족하다. 이런 틈새를 영화관이 파고 들었다. 2017년 한 해에만 기존 스크린 수의 20%가 넘는 약 1만개의 스크린이 새로 생겼는데, 대부분은 지방 중소도시에 생겼다. 최근 통계자료를 보면, 중국 전체 영화시장에서 3·4선 도시의 박스오피스 비중(54%)이 1·2선 도시를 넘어섰다. 뿐만 아니라, 온라인 영화예매가 간단해지고 영화 예매 애플리케이션이 보급되면서 영화를 쉽게 예매할 수 있게 된 것도 관람객 증가에 기여했다.

지난해 중국은 798편의 영화를 제작했다. 극장 스크린 수는 약 5만개로 북미시장을 넘어서며 세계 최대 영화시장으로 부상했다. 중국 영화시장이 급성장하면 할리우드에만 좋은 일 시켜주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지만, 중국 영화는 예상외로 선방 중이다.

자국 영화 만족도 높은 편

여기에는 중국 정부의 자국 영화 보호 조치도 영향을 미쳤다. 중국 영화산업촉진법은 자국 영화가 총 상영시간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 영화시장 박스오피스는 559억 위안(약 9조5000억원)에 달했는데, 자국 영화 박스오피스가 301억 위안(약 5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중국 영화 점유율이 54%다.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히트작도 많다. 박스오피스 1억 위안을 초과한 영화가 92편이었는데, 이 중 중국 영화가 51편에 달했다. 특히 중국 영화 13편의 박스오피스가 5억 위안을 초과했고, 6편은 10억 위안을 넘었다. 중국 영화 중 2500만 명이 몰린 영화가 적어도 6편 나왔다는 얘기다.

중국 영화인들은 중국인들의 기호에 맞는 다양한 주제와 형식을 갖춘 영화를 제작하면서 중국 영화시장을 키워나가고 있다. 중국 영화자료관이 실시한 중국 영화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중국 관객들은 이번 춘절 기간 개봉한 영화에 대해서 83.4점이라는 높은 만족도를 나타냈다. 지금까지의 춘절 영화 만족도 중 가장 높은 성적이다. 춘절 연휴 개봉작과 박스오피스는 중국 영화시장의 변화를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중국 영화시장이 이미 양적인 성장 단계를 떠나 질적인 성장 단계에 접어든 것 같다.

※ 김재현 zorba00@gmail.com... 고려대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중국 베이징대에서 MBA를, 상하이교통대에서 금융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칼럼니스트로서 중국 경제·금융 연구와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중국 도대체 왜 한국을 오해하나], [파워 위안화: 벨 것인가 베일 것인가(공저)] 등이 있다.

1424호 (2018.03.12)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