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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완화된 소규모 정비사업] 규모 작고 규제 여전해 주거환경 개선 제한적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가로주택·자율주택정비사업·소규모 재건축으로 구분 … 뉴타운·재건축 대안으로는 역부족

▎서울의 첫 가로주택정비사업 완료 단지인 다성이즈빌(오른쪽) 아파트. 강동구 천호동 동도연립(왼쪽)은 2015년 1월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시작해 지난해 11월 사업을 완료하고 입주했다. / 사진:강동구청
재개발은 멈추고, 재건축은 막히고, 도시재생 뉴딜사업에서는 빠졌지만 그렇다고 노후화한 주택을 정비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소규모로 또는 집 2채를 붙여 개발할 수 있는 정비사업도 있다. 서울시는 시 전역이 정부 주도의 도시재생 뉴딜사업에서 제외된 만큼 뉴타운·재개발 해제지역을 중심으로 이 같은 소규모 정비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다각도로 지원할 계획이다. 특히 2월 9일 시행된 ‘빈집 및 소규모 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이하 빈집특례법)’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 법은 소규모 정비사업을 자율주택정비사업·가로주택정비사업·소규모 재건축 등으로 구분하고 시행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규제 완화 내용을 담고 있다. 신한금융투자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소규모 정비사업은 이해관계자가 적고 사업 절차도 까다롭지 않다”며 “노후한 주택을 신속히 정비할 수 있기 때문에 주변 기반시설이 양호하다면 소규모 정비사업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소규모 정비사업 외에 낙후한 비(非)강남권을 중심으로 업무·상업기능을 강화해 지역 불균형을 해소한다는 계획이다.

소규모 정비사업 중 가장 많이 알려진 게 ‘미니 재건축’으로 불리는 가로주택정비사업이다. 이 사업은 기존 저층 주거지의 가로(街路·도시계획도로)망을 유지하면서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소규모(1만㎡ 미만) 재건축을 진행하는 형태다.

200가구 미만 다세대·연립은 ‘소규모 재건축’


안전진단이나 정비구역지정 등을 거치지 않아도 돼 사업 속도가 빠른 게 장점이다. 시간이 곧 돈인 정비사업에서 매우 유리한 조건을 가진 셈이다. 최근에는 첫 성공 사례도 나왔다. 서울 천호동의 동도연립은 2015년 1월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시작해 지난해 11월 완료하고 입주했다. 사업을 시작해 재건축을 거쳐 입주하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2년 10개월에 불과하다. 현재 서울에서 이 사업을 추진하거나 진행 중인 곳은 23곳이다.

자율주택정비사업은 2명 이상의 집주인이 모여 주민합의체를 구성하면 단독·다세대주택을 자율적으로 개량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주민 합의를 통해 맞벽 건물을 지을 수 있다. 맞벽 건물은 도시 미관 등을 위해 둘 이상의 건축물 벽을 대지 경계선으로부터 50㎝ 이내로 짓는 것이다. 실질적으로 하나의 건물처럼 간주되기 때문에 용적률과 건폐율을 함께 적용받거나 남은 용적률을 교환할 수도 있다. 또 맞벽 및 합벽, 계단, 조경시설 등의 기준도 완화된다. 공간 활용이 쉬워져 사업성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자율주택정비사업은 조합을 설립하는 재건축 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초과이익환수 대상도 아니다. 200가구 미만의 다세대·연립주택에서는 소규모 재건축을 할 수 있다.

서울시는 이 같은 소규모 정비사업이 앞으로 더욱 확산할 것으로 기대한다. 빈집특례법 시행으로 관련 규제가 크게 완화된 때문이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의 경우 종전에는 사업지 일부가 도시계획도로에 접한 곳에서만 가능했지만, 이제는 도시계획도로가 아니라도 너비 6m 이상 도로와 접하고 있으면 사업을 할 수 있다. 또 일정 규모 이상의 임대주택을 들이면 용적률이 법적 상한선까지 완화된다. 그만큼 사업성이 좋아지는 것이다. 정부 지원도 이어진다. 정부는 우선 자율주택정비사업을 지원하기 위한 통합지원센터를 만든다.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일반분양 물량을 정부가 매입해주는 것도 고려 중이다. 가령 조합(사업자)이 임대리츠나 한국토지주택공사에 일반분양 물량을 매각하면 법적 상한까지 용적률을 완화하거나 사업비를 저리로 대출해주는 식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사업성 분석 지원이나 도시주택기금 융자 등을 통해 소규모 정비사업을 적극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는 이와 별도로 ‘서울형 골목길 재생사업(골목길 사업)’이나 비강남·낙후지역의 업무·상업 기능을 대폭 강화해 지역 불균형을 해소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2월 8일 시행에 들어간 골목길 사업은 골목길 주변 주택이나 생활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이다. 기존의 재개발·재건축이 면(面) 단위의 사업이었다면 골목길 사업은 선(線) 단위의 사업이다. 시는 또 비강남권 개발을 위해 2030년까지 낙후한 강북권 위주로 상업지역 총 192만㎡를 새로 지정한다는 계획(2030 서울생활권 계획)이다. 이 계획은 서울시가 2014년 수립한 ‘2030 서울플랜’의 후속 계획으로, 최초로 동 단위 세부 개발 내용을 담았다. 낙후한 지역 위주로 상업지역을 늘려 균형 발전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각 지역의 자족성을 강화하고 지역 간 균형발전을 유도하는 도시관리를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 “정비사업, 오히려 집값 안정 효과”

가로정비사업이나 골목길 사업은 그러나 기본적으로 소규모 정비사업이어서 낙후한 강북권을 정비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대상도 한정적이다. 예컨대 가로주택정비사업의 경우 기본적으로 너비 6m 도로에 접해 있지 않으면 사업 자체를 할 수 없고, 사업지도 1만㎡ 이하여서 ‘나홀로 저층 아파트’ 한두 동 밖에는 지을 수가 없다. 서울에서는 층수 제한(7층)이 있는 등 여전히 풀어야 할 규제도 적지 않다. 자율주택정비사업의 경우 낡은 주택은 정비할 수 있어도 주변의 열악한 기반시설을 그대로 이용해야 하므로 주거환경을 바꾸는 데는 한계가 있다. 오히려 기반시설은 그대로 두고 가구 수만 늘리는 것이어서 주거환경이 더 열악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기반시설 개선을 위해 시나 중앙정부의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 때문에 서울시도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적극적이다. 시는 우선 8월 선정 예정인 도시재생 뉴딜사업 사업지에 서울시가 포함될 수 있도록 국토부와 협의를 진행 중이다. 국토부는 지난해 전국 68곳의 시범사업지를 선정한 데 이어 오는 8월 사업지 100여곳을 추가로 선정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서울시의 경우 부동산시장 안정을 전제로 사업 재개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도시재생지역을 광역 단위가 아닌 세부 단위로 보면 낙후한 지역의 주거환경 개선으로 아파트 투기 수요를 분산하는 효과가 있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부동산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1425호 (2018.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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