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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지는 강남 전셋값, 집값 끌어내릴까] 강남 4구 전셋값 5주째 떨어져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수도권 공급 늘고 신학기 수요 끝나...“갭 투자자 급매 나오면 집값에 영향”

직장인 이모(45·서울 반포동)씨는 서울 강남구 도곡렉슬 84㎡(이하 전용면적) 아파트를 사려고 시세를 알아보다 고민에 빠졌다. 최근 이 아파트의 전셋값은 10억원선에 거래된다. 한 달 전보다 1억원가량 떨어졌다. 이씨는 “전셋값이 내리는 것을 보니 앞으로 집값이 많이 오르기는 쉽지 않아보인다”며 매수를 미뤘다.

서울 전세시장 안정세가 집값 향방을 가를 변수로 떠올랐다. 전셋값이 매매가격의 ‘선행지표’라는 점에서 집값도 하향 안정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어서다. 3월 8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3월 5일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보다 평균 0.06% 떨어졌다. 3주 연속 하락세다. 2월 19일에는 2014년 6월(-0.02%) 이후 3년 8개월 만에 처음으로 하락세를 기록했다. 강남 4구의 전셋값(-0.14%)은 5주째 내리며 전반적인 시세를 끌어내렸다.

집값 대비 전셋값 비율도 꾸준히 낮아지고 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2월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2년 8개월 만에 가장 낮은 68.5%를 기록했다.

서울 전셋값 하락의 이유는 복합적이다. 강여정 감정원 주택통계부장은 “서울에 가까운 수도권 택지지구에 새 아파트 입주물량이 많아 전세 수요가 분산됐다”며 “새 학기를 앞두고 이사 수요가 마무리된 영향도 크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집값이 크게 오르자 불안감을 느낀 전세 세입자들이 주택 구입으로 갈아탄 것도 전세 수요가 줄어든 원인으로 분석된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연구위원은 “입주물량이 넉넉해 전셋값 안정세는 1~2년 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다만 전셋값이 대세 하락인지, 일시적 조정인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고 말했다.

시장의 관심은 전셋값 하락이 결과적으로 집값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냐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전셋값 하락은 매매가격 조정의 신호탄”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2~3년 간 급증한 ‘갭투자자(전세를 끼고 집을 사들인 투자자)’가 매물을 내놓을 가능성을 근거로 들었다. 전세 기간 2년이 지나서 계약서를 다시 쓰거나, 새로운 세입자를 들일 때 기존보다 전셋값이 낮아질 수 있다. 이 경우 갭 투자자는 전셋값 차액만큼 다른 데서 돈을 마련해야 한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전세 계약 때 자금 부담을 버티지 못한 갭투자자들이 급매물을 내놓으면 매매시장도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섣부른 해석’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과거엔 전셋값이 하락하면 1분기가량 시차를 두고 집값도 내렸지만, 지금은 그때와 다르다”고 말했다. 실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8년 하반기에는 전셋값 상승세가 둔화하자 한두 달 후 집값이 내려가는 ‘동조화’ 현상이 뚜렷했다. 이와 달리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나타난 시기도 있다. 2010년과 2011년에는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연평균 10%가량 올랐지만, 매매가는 약세를 면치 못했다. 박원갑 위원은 “최근 전세시장 안정세는 세입자들이 매매 수요로 돌아선 영향이 크다”며 “이런 이유라면 집값이 내려갈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서울 아파트는 ‘안전자산’으로 꼽히며 가격이 오르는 추세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집값 동향에는 전셋값보다 정부 규제가 더 큰 변수라는 의견도 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최근 전셋값과 집값의 상관관계는 크지 않다”며 “오히려 집값은 재건축 규제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금리 인상 같은 변수의 영향을 크게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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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5호 (2018.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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