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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택시의 독과점 횡포 논란] ‘승객 경쟁 붙여 수수료 벌이’ 비판 거세 

 

함승민 기자 sham@joongang.co.kr
콜텍시 업계 “영세 업체 고사시키더니…” … 택시 업계 “수수료 나눠준다고 개인택시 운행 늘지 않아”

극장에서 앞자리 사람이 일어서면 뒤에 있는 사람은 스크린이 보이지 않는다. 결국 뒤에 앉은 사람도 할 수 없이 일어난다. 그렇게 모두가 일어나 불편하게 영화를 보게 된다. 한국 사교육을 비판할 때 자주 쓰이는 비유인 ‘일어서서 영화 보기’다. 무한 경쟁에 서로 매달린 결과가 불필요한 비용을 지불하는 모두의 손해로 이어진다는 말이다. 앞으로 택시 요금에도 이런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카카오택시가 유료 서비스를 시작하면서다. 승객끼리의 무한 경쟁으로 택시비만 올라갈 것이라는 우려다.

택시 호출 서비스 카카오택시를 운영하는 카카오의 자회사 카카오모빌리티가 3월 13일 이동 플랫폼 카카오T 택시에 ‘우선호출’과 ‘즉시배차’라는 유료 서비스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우선호출은 인공지능(AI) 분석을 바탕으로 배차 가능성이 큰 택시에 호출을 보내는 기능이다. 즉시배차는 주변의 빈 택시를 즉시 연결해준다. 요금과 별도로 추가 금액을 더 내면 택시를 즉시 배정해 주거나 호출에 응할 가능성이 큰 택시를 연결해 주는 식이다. 수수료로 벌어들이는 수익 중 일부는 배차 건수 등 운행 실적과 운행 평가에 비례해 택시 기사에게 포인트로 지급한다. 이렇게 되면 별도의 비용을 낸 승객은 택시 잡기가 더 쉬워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두고 ‘웃돈을 내지 않으면 택시 잡기가 어렵고, 결국 택시비만 올라갈 것’이란 비난의 목소리가 더 커지고 있다. 택시를 먼저 잡기 위해 내는 웃돈이 시간이 지날수록 ‘선택’이 아닌 ‘필수’로 보편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일어서서 영화보기’ 효과로 결국 실질적인 택시 요금 인상 효과가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택시 잡기 어려운 시간에 승객끼리의 경쟁을 부추겨 수수료를 받겠다는 심산’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웃돈 내야만 택시 잡는다?

카카오택시가 현재 사실상 시장에서 독과점 위치에 있다는 점도 논란의 소지다. 한 콜택시 업체 관계자는 “무료 서비스로 영세 콜택시를 다 고사시켜 놓고, 경쟁자가 정리된 시점에서 수익을 내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논평을 통해 “기사에게는 사용료를, 소비자에게는 수수료를 부과해 양쪽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며 “무료 전략, 무차별한 광고로 시장을 잠식한 후 시장지배적 지위를 활용해 가격을 올리는 대기업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비판에 대해 카카오 측은 “유료 기능을 도입하는 배경이나 목적, 기대효과에 주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카카오가 밝힌 유료 서비스 출시 배경은 ‘택시 수요·공급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혼잡 시간대 택시 호출 건수는 많은데 호출에 응할 택시 기사 수는 턱없이 부족한 문제의 대안이라는 설명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혼잡 시간대에 택시의 운행 대수를 늘리려면 그만큼의 유인책이 있어야 한다”며 “그래서 기사들에게 현금으로 환급할 수 있는 포인트를 제공한다는 것이고, 수수료는 이를 위한 재원 마련의 성격”이라고 말했다.

다만 유료 기능이 수요·공급 불균형 문제를 얼마나 해결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승객이 소정의 수수료를 낸다고 해서 택시 공급이 크게 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법인택시는 12시간 맞교대로 운행되는 경우가 많다. 차량을 기준으로 하면 24시간 운행하는 셈이다. 유료 서비스가 도입된다고 해서 혼잡 시간대 공급이 늘어날 수 없다. 결국 유인할 수 있는 대상은 절반 정도인 개인택시뿐이다. 그마저도 불투명하다. 개인택시가 심야 운행을 꺼리는 이유는 체력적인 문제나 주취 폭력에 대한 거부감 등이다. 서울에서 택시를 운행하는 김영칠씨는 “이제 개인택시 기사들 대부분이 60대 이상이라 운행시간을 늘리기 어렵다”며 “카카오가 얼마나 줄지 모르지만 건당 몇 천원 더 벌겠다고 출퇴근 시간이나 심야에 운행을 안 하던 기사들이 나오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기준 법인택시 종사자는 3만3125명, 개인택시는 4만8252명이다. 전체 개인택시 기사 중 66.2%가 60대 이상이다.

수수료의 수준과 배분 구조가 어떻게 결정될지도 지켜봐야 한다. 즉시 배차는 건당 5000원 정도, 우선 호출은 2000원 정도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카카오 측은 “결정된 바 없고, 아직 논의 중”이라고 일축했다. 이 수수료가 너무 높으면 승객의 부담이 커져 수요가 제한된다. 반대로 너무 낮으면 공급 측에서 효과가 떨어진다. 수수료 중 얼마나 택시기사가 포인트로 가져갈 수 있는지가 카카오가 말하는 ‘유인책’으로서의 효과를 좌우할 수밖에 없다. 카카오 관계자는 “이르면 3월 말에 수수료와 배분 구조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대효과와는 별도로, 정당성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카카오택시가 신(新)승차거부라는 사회 문제의 원인을 제공했음에도, 오히려 이를 이용해 수익사업으로 연결시켰다는 것이다. 신승차거부는 카카오택시가 보편화하면서 장거리 승객만 골라 태우는 얌체 택시가 오히려 느는 역설적인 현상을 말한다. 가짜로 예약 표시하거나 보이지 않는 곳에 빈차로 대기하다가 장거리만 태우는 얌체 택시가 기승을 부린 것이다. 이에 카카오앱 목적지 옆에 ‘따블’ ‘5000원’을 추가로 입력하는 방법이 공공연한 비밀로 돌기도 했다. 즉시배차·우선배차 서비스 발표에 “지하에 있던 ‘따블’을 공식적인 사업으로 연결시킨 창조경제”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다. 증권가에서는 카카오택시의 부분 유료화를 통해 카카오의 매출이 연간 500억~1300억원가량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新승차거부 ‘병 주고, 약 주고, 돈 벌고’

정부는 일단 여론을 지켜보면서 카카오가 내놓는 정확한 수수료 수준과 배분 비율을 보고 규제 방향을 결정할 전망이다. 3월 14일 국토부와 서울시는 전날 카카오모빌리티가 발표한 카카오택시 유료호출 서비스 도입과 관련해 “사업계획을 법적으로 검토하는 게 우선”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서울시 관계자는 “카카오 측이 협의 없이 유료화를 시행할 경우 서울시는 행정적 조치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 역시 서울시와 같은 의견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전달받지 못했다”며 “적용 범위나 위법 요소 등을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카카오가 2분기 내놓을 카풀 서비스를 두고도 논란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카풀은 유료 카카오택시 서비스가 부담스럽거나 무료 호출 택시가 잘 잡히지 않는 사람들을 타깃으로 한 서비스다. 택시가 소화하지 못하는 출퇴근 혼잡 시간대 이동 수요를 흡수할 수 있도록 카카오택시와 연계된 서비스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다만 카풀 서비스가 통상적인 출퇴근 시간대가 아닌 사실상 전일제로 확대될 것을 우려하는 택시 업계와 갈등이 첨예하다. 택시 업계는 카풀 서비스에 대해 “불법 유상 운송을 알선하는 행위”라며 반발해왔다. 카카오 관계자는 “문제가 된 부분은 기존 카풀 서비스가 현행법에 어긋나는 출퇴근 시간에 운영된 점”이라며 “오전과 저녁에만 한정적으로 운영하는 것을 전제로 택시 업계와 의견을 조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1426호 (2018.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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