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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지 넓어지는 경력직] 직무역량 평가 강화 움직임에 몸값 뛰어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블라인드 채용 도입 후 직무경험 중요도 증가 … 중소기업 81% “신입 대신 경력직 채용 경험”

올 상반기 취업시장의 핵심은 직무역량 평가가 강화됐다는 점이다. 잡코리아가 기업 인사담당자 68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직원을 채용할 때 직무역량이 평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0%에 달한다는 응답이 35.2%로 가장 높았다. 이어 60% 수준(23.6%), 50%(18.6%) 순으로 나타나 대부분의 기업에서 직무역량 평가가 중요한 척도로 꼽혔다. 특히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한 기업에서는 그 중요도가 더 높았다.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했다고 밝힌 기업 담당자의 40.3%는 “직무역량 평가가 전체 점수의 80% 수준을 차지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80% 이상을 차지한다는 응답도 53.2%에 달했다. 블라인드 채용을 아직 도입하지 않았거나 도입을 고려 중인 기업에서는 80% 이상을 차지한다는 응답이 한 건도 나오지 않은 것과 대조적이다.

직무역량 평가는 신입직보다는 경력직을 채용할 때 더욱 절대적인 힘을 발휘했다. 설문 결과 인사담당자의 50%가 ‘경력사원에게 직무역량이 더 중요한 기준으로 적용된다’고 답했다. 이어 34.8%는 ‘신입, 경력 할 것 없이 모두에게 중요하다’고 답했으며, ‘신입사원에게 더 중요하다’는 응답은 9.2%에 불과했다. 한 중견기업 인사담당자는 “경력직의 경우 직무와 관련된 경험과 그에 따른 성과가 당락을 가르는 열쇠”라며 “신입사원을 뽑지 않는 직무가 점점 늘고 있는데 경력직이라 하더라도 관련 업무 경험이 없으면 신입직에 비해 메리트가 전혀 없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채용시 직무역량을 높이 평가하는 기업이 늘면서 신입직원을 모집하는 채용 전형에도 경력자가 몰린다. 잡코리아가 중소기업 113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중 81.4%는 ‘신입 채용 전형에서 경력직을 채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신입 채용 전형에서 경력자를 합격시킨 이유 1위는 ‘조직적응력’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 결과 ‘조직에 더 빨리 적응할 수 있을 것 같아서’가 39.1%로 가장 높았다. 그리고 이어 ‘개인 역량이 뛰어나 보인다(35.9%)’거나 ‘신입직과 같은 대우를 받아도 입사하겠다고 해서(25.0%)’ 채용했다는 답변이 많았다. 반대로 ‘경력직 채용 전형에 신입 지원자를 합격시킨 적 있다’는 기업도 42.5%를 차지했다. 신입 지원자가 경력 지원자를 제친 이유 1위 역시 ‘뛰어난 업무역량(37.5%)’이었다.

경력기술서, 실무면접이 당락 좌우


채용환경에서 직무역량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는 것은 경력을 갖춘 구직자에게는 새로운 기회다. 경력직 입사자는 채용이 되면 즉시 현장에 투입 가능한 ‘준비된 인재’라는 점을 어필할 필요가 있다. 특히 올해 상반기 대기업 가운데 신입사원을 모집하며 인턴사원이나 경력사원을 함께 모집하는 기업도 적지 않다. 경력직 채용은 여전히 수시채용이 주를 이루지만 신입사원 공채와 동시에 진행하는 곳도 늘고 있어 모집 일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경력직으로 재취업 하기 위해 가장 중요하게 준비해야 할 것은 경력기술서다. 현영은 잡코리아 과장은 “경력기술서에는 본인이 참여한 프로젝트인지, 어느 정도 참여했는지, 어떤 성과를 냈는지를 구체적으로 기록해야 한다”며 “이직 계획이 없더라도 평소 업무성과를 정리하고 기록해 놓으면 이직 준비 때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경력기술서 작성 때 주의할 점은 본인의 역할과 참여도, 성과 등을 빼놓지 않고 기입하는 것이다. 성과의 경우 수치화하는 것이 도움이 되고, 어려울 경우에는 목표 달성 과정을 상세히 기술한다. 이때 지원 직무와 연관된 경력을 위주로 하는 것이 좋다. 현 과장은 “현 직장에서 업무가 주어질 때마다 구체적으로 정리해 놓고 결과에 따른 원인 분석이나 효과까지 정리해 놓는다면 금상첨화”라고 덧붙였다.

사람인이 147개 기업 인사담당자에 물은 결과 ‘지원 직무와 관련 없는 경력 나열(42.9%)’한 경력기술서가 나쁜 예시 1위로 꼽혔다. 이 밖에 ‘구체적 예시 없이 업무 내용만 단순 기술(37.4%)’, ‘모호하고 검증할 수 없는 성취 위주 기술(34%)’, ‘중구난방으로 작성(34%)’, ‘요점정리 없이 서술형 기술(28.6%)’, ‘업무 경험보다 스펙 위주 내용(19.7%)’ 등을 담은 경력기술서는 면접관에게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한 중견기업 고위 관계자는 “경력 채용에서도 학력이나 어학점수 등 직장 경력과 무관한 스펙을 내세우는 지원자가 적지 않은데 스펙만으로는 신입직과 차별화 요소가 없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스펙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업무 경험이 많은 경력직 인재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경력직 채용 전형 중 가장 중요한 단계는 면접이다. 인사 담당자들은 경력직의 직무역량을 판단하기 위해 실무면접(55.1%)과 관련 직무 종사 기간(46.9%), 프로젝트 수행 경험(41.2%) 순으로 중요도를 매겼다. 면접 과정에서는 경력 기술서에서 볼 수 없는 지원자의 자신감과 태도를 주로 살핀다. 이때 새로운 업무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지, 경험으로 인한 자신감을 갖췄는지 등을 확인한다. 한 대기업 인사담당자는 “경력직은 경험이 풍부하고, 업무 성과를 경험했다는 점이 신입직보다 유리하다”며 “해당 직무에 대한 일의 전개 방향을 제시하고, 그에 따른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기대감을 줄 수 있다면 합격할 확률이 높다”고 조언했다.

면접에 성실하게 임하는 태도도 중요하다. 경력이 있다고 해서 전문성을 과시하는 하는 것은 오히려 좋지 못한 인상을 준다. 면접관과 정확히 눈을 맞추고, 상대의 말에 경청하는 모습은 경력 유무를 떠나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매너다. 이밖에 면접관의 질문 요지를 잘 파악하고, 안정감있는 태도로 자신있게 면접에 임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주의를 환기시키는 발성이나 일을 하며 겪는 에피소드를 조리있게 덧붙이면 점수는 배가 된다.

평판조회 일반화에 업무 마무리도 중요해져

최근에는 경력직 채용 때 평판조회가 일반화되고 있다. 경력직 직원을 채용하기에 앞서 지원자가 근무했던 전 직장 상사나 인사부서를 통해 지원자를 다각도로 평가하려는 것이다. 실제 잡코리아가 지난해 국내 기업 인사담당자 2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경력직 채용 시 평판조회를 한다’고 답한 기업이 64.9%에 달했다. 또 ‘채용이 거의 확정된 상태에서 평판조회 결과 때문에 지원자를 탈락시킨 경험이 있다’는 기업이 68.9%로 많았고, ‘탈락시키려던 지원자를 합격시켰던 경험이 있다’는 기업도 64.4%로 나타났다. 전 직장에서의 성과와 업무 태도가 그만큼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다. 한 중소기업 인사담당자는 “이직이나 퇴사를 결심했더라도 이전 직장 동료나 상사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전 직장을 떠나기 전 업무 마무리와 인수인계를 철저히 하고 나올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1426호 (2018.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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