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저임금 근로자 많은 게 더 큰 문제 

 

김유현 한양대 행정학과 겸임교수
지난해부터 최저임금 인상 문제가 화두다. 지난해 논란 끝에 정부는 올해 최저임금을 7530원으로 지난해보다 16.4% 인상했다. 또 후속 조치로 소규모 사업주의 부담과 저임금 근로자의 실업을 완화하기 위한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 대책도 내놨다. 그러나 지원 실적이 저조하자 최저임금에 대한 찬반 논란이 재점화하는 양상이다.

최저임금 인상을 두고 옳고 그름의 이분법적 논쟁을 계속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근로자 임금 현실을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차분히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최저임금보다 더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는 노동시장의 양극화다. 저임금 근로자가 많은 문제를 해소하고, 사업주의 최저임금 준수율을 높여나가는 일이다.

한국의 2016년 상용직 근로자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의 상대적인 수준은 50.4%다. 영국 49.0%, 독일 46.7%, 일본 39.7%, 미국 34.9%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 높다. 이것만 놓고 보면, 한국의 최저임금이 심각하게 낮은 수준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문제는 최저임금 자체보다 저임금 근로자 수가 많다는 점이다. 상용직 근로자 중에서 중위임금의 3분의 2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임금 근로자 비중은 전체의 23.5%다. 비교 가능한 32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4번째로 높은 수치다. 지난해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의 근로 형태별 부가조사 결과를 분석해 보면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급여를 받는 근로자가 212만 명으로 전체 취업자 1990만 명의 10.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지금 정부는 최저임금 문제로 국정수행에 발목을 잡히기보다 최우선적으로 시장의 공정성과 윤리의식을 정상화해야 한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공정한 이익을 보장할 수 있도록 시장의 규칙을 좀 더 엄격하게 적용하고, 기술 탈취와 같은 비윤리적 행동에 대해서는 강력한 처벌을 해야 한다. 또 노동시장에 만연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을 해소하고, 모든 사업주가 최저임금을 준수토록 관련 법규를 보완해 나가야 할 것이다.

물론 중장기적으로는 최저임금의 절대적인 수준을 높이고, 근로시간 단축에도 나서야 한다. 2016년도 실질 최저임금을 시급으로 보면 우리는 5.8달러로 프랑스 11.2달러, 독일 10.3달러, 영국 8.4달러, 일본 7.4달러, 미국 7.2달러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하면 50~80% 수준에 불과하다. 이를 연봉으로 환산하면 미국의 97% 수준까지 높아지지만, 이는 낮은 최저임금 수준을 장시간 노동으로 보충하고 있음을 뜻한다. 근로시간 단축을 점진적으로 추진하면, 지금의 최저임금 수준으로는 기초생계를 유지하는 것이 어려워질 수 있다. 근로자들의 행복수준을 고려하면 근로시간 단축을 피할 수 없는 만큼 중장기적으로는 최저임금 수준 향상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다만 현 정부가 이 모든 것을 한 번에 이루려다 보니 그 과정에서 저임금 근로자들의 상황이 더 악화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된다. 이미 올해 최저임금은 예년 수준의 두 배 인상으로 대폭 올랐다. 이제는 시장의 공정성 회복에 더 집중하고,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은 속도를 조절해 중장기적으로 목표 수준에 이르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부디 급히 먹는 밥에 체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1427호 (2018.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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