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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투자의 대안으로 떠오른 암호화폐공개] 규제·스캠(인터넷 신용사기) 우려에도 뭉칫돈 몰려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IT 스타트업, 프리미어리그에 광고도 ... 주요국 속속 규제 나서 투자 신중해야

▎사진:© gettyimagesbank
“암호화폐 시장이 더 추락한다면 상장도 의미 없는 거 아닌가. 암호화폐공개(ICO, initial coin offering)에 참여할지 말지 고민에 잠이 안 온다.”

“프리세일(사전 투자자 모집)에 참여할 수 있는 초대장이 왔는데 스캠(인터넷 신용사기) 메일일지 걱정이다. 관리자의 확인이 필요하다.” 국내 한 벤처기업이 개발한 암호화폐 ‘하이콘’의 투자자들이 모인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 2차 ICO를 앞두고 투자자 간에 의견 교환과 문의가 새벽까지 이어진다. 텔레그램 채팅방의 경우 국내외 투자자 1만2500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 코인은 지난해 9월 1차 ICO에서 3500 비트코인을 모집했다. 2차 ICO도 흥행할 것이란 기대 속에 채팅방은 투자자들로 붐비고 있다.

상장만 하면 대박?


ICO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암호화폐를 둘러싼 주요국의 규제와 잇단 암호화폐 거래소 해킹 사고 등으로 암호화폐 거래시장이 지지부진하자 암호화폐에 대한 투자자의 열기가 ICO로 옮겨간 때문이다. ICO란 암호화폐를 개발한 기업이 이를 투자자에게 판매해 자본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암호화폐를 서비스·재화 등에 지불해 유통시키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투자자들은 가격 상승을 기대하기 때문에 실제로 활발하게 거래가 이뤄지는 경우는 아직까진 많지 않다. 투자자들이 ICO에 몰리는 것은 신규 코인에 투자하면 상장 후 대박을 맞을 수도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한국 기업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암호화폐 ‘아이콘(ICON)’은 지난해 8월 개당 100원에 ICO를 진행했는데, 올 초 아이콘 가격이 최고 1만3000원으로 치솟기도 했다.

금융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ICO로 조달된 자금은 총 40억 달러(약 4조2600억원)로 전년(2억2000만 달러) 대비 20배가량으로 증가했다. 토큰리포트 조사에서는 올 1~2월 2개월 간 글로벌 ICO가 480건 이뤄져 16억6000만 달러(약 1조7700억원)가 모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추세가 유지된다면 올해 약 100억 달러가 ICO를 통해 조달될 전망이다.

ICO가 뜨거운 근본적인 이유는 코인 거래시장의 부진 때문이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8일 1만9511달러를 찍은 비트코인 국제시세는 올 2월 들어 6000달러대로 곤두박질쳤다. 블록체인닷인포 조사에서는 2월 비트코인 거래량은 지난해 말 대비 60%가량 쪼그라들었다. 지분증명(POS)·작업증명(POW)에 따른 이자 지급 등 호재보다는 정부 규제나 사건·사고 등 악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시장으로 변했다. 신규 투자자금 유입이 지지부진하면서 글로벌 코인 시가총액도 5000억 달러를 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신규 코인은 워낙 낮은 가격으로 상장되기 때문에 시장의 기대감만으로도 적지 않은 웃돈이 붙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투자자들은 ICO를 주목하고 있다.

ICO 시장의 성장은 스타트업으로 새로운 투자금이 들어오는 통로가 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기업공개(IPO)의 벽을 넘기 어려운 소규모 블록체인 개발 업체로서는 성장의 계기가 될 수 있다. ICO를 준비 중인 한 정보기술(IT) 기업 관계자는 “스타트업은 뾰족한 비즈니스 모델이 나오기 전까지는 매달 자금난에 허덕일 수밖에 없다”며 “그러나 ICO로 창업 초기 많은 자금을 끌어들일 수 있기 때문에 스타트업이 속속 ICO에 뛰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만 100여 종류의 코인이 상장을 진행하고 있거나 준비 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

ICO를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 대형 마케팅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한다. 하이콘의 경우 3월 11일(현지시간) 영국 프로축구 경기에서 경기장 옆 A보드 광고를 진행했다. 하이콘이 실생활에서도 거래되는 3세대 코인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광고비용은 하이콘으로 지불했다. 이미 플랫폼을 확보한 유수의 IT 대기업도 ICO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이른바 ‘리버스 ICO’다. 기존 주주들의 지분을 희석시키지 않고 대규모 자금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라서다. 카카오는 3월 중 자회사를 설립해 ICO를 진행, 블록체인 프로젝트 등의 사업을 추진할 것으로 전해졌다. 카카오 플랫폼에서 거래할 수 있는 전용 코인이 나올 전망이다.

플랫폼을 갖고 있더라도 뾰족한 사업 아이템을 잡지 못한 기업도 투자금 확보를 위해 리버스 ICO에 나선다. 텔레그램은 2월 ‘텔레그램 오픈 네트워크(TON)’라는 블록체인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으며, 여기서 이용되는 암호화폐 ‘그램’을 개발해 ICO에 나섰다. 개당 발행가는 0.1달러로 사모 프리세일에서 8억5000만 달러를 모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암호화폐 스팀·비트셰어의 개발사 블록닷원도 ICO를 통해 지난해 6월부터 15억 달러 이상을 조달했다. ICO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자 세계 각국에서 규제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ICO가 유사수신의 성격이 있으며, 테러·범죄 자금에 악용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중국은 지난해 7월 ICO를 불법으로 규정하는 한편 암호화폐 거래소를 폐쇄하고 암호화폐 채굴도 금지했다. 한국 금융위원회도 지난해 9월 ICO를 불법으로 규정했다. 아직 뚜렷한 규제안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구두 개입을 통해 지속적으로 경고 메시지를 날리고 있다. 관망하던 미국도 규제에 동참하는 움직임이다. 3월 14일(현지시간) 미국 하원 금융위원회 ‘암호화폐 및 ICO 시장조사’ 청문회에서 레드 셔먼 민주당 의원은 “암호화폐는 완전 사기”라며 “테러리스트·범죄자의 검은 돈 거래와 탈세에 활용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암호화폐는 특별한 규제 없이 자금 유치가 용이하다는 점에서 이른바 ‘검은손’이 진입하기 쉽다.

규제도 규제지만 아직 사업의 구체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암호화폐 ICO 흥행의 불안한 요소다. 실생활에 쓰이는 3세대 코인이 올해부터 나올 전망인데 대다수 코인이 아직까지는 금융·의료 등 특정 분야 거래에 국한돼 있다. 사실상 사업계획만으로 투자금을 유치하기 때문에 투자금을 날릴 가능성도 크다. ICO의 문을 연 이더리움조차 아직 기술 개발이 완료된 상태가 아니다. 미 정치권에서의 부정적인 기류가 우세한 이유다. 미 하원 청문회에서 크리스 브러머 조지타운대학교 법학대학 교수 등은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의 암호화폐 규제·감독 권한을 확대해 제도권에 편입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펼쳤다. 그러나 암호화폐가 구체적인 대중화 방안을 마련하지 않는 한 제도권 편입은 오랜 기간 진통을 겪을 전망이다. 이광상 금융연구원 연구원은 “ICO 규제는 앞으로 가상토큰을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감독 정책과 관할 당국이 달라질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코인의 활용 분야 제한적

불법적 요소가 많다는 지적과 정부 규제가 어느 방향으로 튈지 모른다는 불확실성 속에 기업들은 ICO 투자금을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으로 유치하고 있다. 구입은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으로만 할 수 있지만 정작 코인 발행 가격은 달러 가격에 고정해 놓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달러화 대비 이들 암호화폐의 가격이 떨어질 경우 더 많은 코인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ICO에 참여하고자 비트코인·이더리움을 매도하는 투자자가 늘면서 코인시장 가격을 전반적으로 억누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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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7호 (2018.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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