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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상기 수혜주라는 금융주 왜 부진?] 이익 감소-자본 확충 우려에 발목 잡혀 

 

김성희 기자 kim.sunghee@joongang.co.kr
KRX은행업 지수 올 들어 10% 하락…2분기부터 상승 가능성도

지난 3월 21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방기금 금리를 1.25~1.50%에서 1.50~1.75%로 올렸다. 지난해 12월 이후 3개월 만이다. 2015년 12월 제로금리를 끝낸 이후로는 6번째 금리 인상이다. 지난해 말부터 미국의 실물경기가 개선되면서 실업률이 낮아지는 등 경기지표가 좋아지고 있어서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올해 기준금리를 3차례 올릴 것이란 전망이 많다. 덩달아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속도로 빨라질 전망이다. 올해 5월, 10월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0.5% 올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본격적인 금리 인상기에 들어서면서 주식시장에서는 수혜주를 가려내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특히 금리 인상기의 대표 수혜주로 꼽히는 은행·보험 등 금융주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금리가 오르면 은행의 경우 예대마진(대출금리에서 예금금리를 뺀 것)이 확대돼 이자이익 증가로 이어진다. 보험사도 운용자산이익률 상승으로 이어져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다. 그러나 기대감과는 다르게 금융주는 좀처럼 상승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4월 3일 KRX은행업 지수는 846포인트로 연초 이후 10% 하락했다. 1월 한때 1014포인트까지 올랐던 지수는 이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KRX보험지수 역시 같은 기간 동안 7% 하락했다.

은행별로는 하나금융 주가가 16.6% 떨어지며 낙폭이 가장 컸다. 우리은행과 KB금융도 각각 12.9%, 8.7% 하락했다. 신한금융만 같은 기간 동안 2%로 올랐다. 보험사 주가도 약세를 보이고 있다. 올 들어 4월 3일까지 현대해상의 주가는 19% 급락했다. 미래에셋생명과 삼성생명도 각각 4%, 3% 떨어졌다.

채용비리 일회성 이슈도 주가 영향


금리 상승기에도 은행 주가가 떨어진 것은 이익이 줄어들 우려 때문이다. 정부는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제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가계부채종합대책을 내놨다. 여기에 올해에는 후속 대책으로 올 1월부터 기존 주택담보대출 원금도 총부채상환비율(DTI) 산정시 부채에 반영하는 신(新) DTI를 시행했다. 4월부터는 소득으로 빚을 갚을 수 있는 만큼만 돈을 빌려주는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을 도입했다. DSR은 개인이 돈을 빌릴 때 주택담보대출뿐 아니라 전세대출·신용대출 등의 원리금 상환액을 모두 합산한 후 연 소득과 비교해 대출한도를 정하는 방식이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KB금융·신한·우리·하나·기업은행 등 5대 은행그룹에서 주택 관련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59%다. 때문에 은행권 가계대출이 축소되면 이자수익 감소로 이어진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 3년 간 은행의 순이익 차이를 좌우한 변수는 부동산 관련 대출이었다”며 “대출 규제 강화와 기준금리 인상은 여신 성장률과 이자이익 증가율을 둔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험사는 예상보다 낮은 실적이 주가를 끌어내렸다. 국내 증권사들은 10대 상장 보험사(생명보험사 5개·손해보험사 5개)의 지난해 4분기 당기순이익이 5000억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실제 당기순이익은 2140억원에 그쳤다. 보험료 수입 증가세도 둔화되고 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보험사 보험료 수입은 전년보다 2.2% 늘었지만 2016년(3.5%)보다는 줄었다. 올해에는 1.24%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 모든 보험사는 2021년까지 국제회계기준(IFRS17) 적용에 따라 자본금을 확충해야 한다. 보험사들은 유상증자나 채권 발행 등을 통해 자본을 늘려야 하는데 이럴 경우 주가 하락 가능성이 커진다.

외부 리스크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은행에 대한 채용비리 수사, 불투명한 지배구조 등은 주가 상승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채용 비리와 관련한 금융감독원장 사임 여파 등 은행 지배구조 불확실성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는 점도 위험 요인”이라며 “지난해 10월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 사퇴 때처럼 외국인 투자자들의 대규모 매도세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채용비리 사태가 불거진 우리은행의 주가는 한 달 만에 1만5000원대로 떨어졌다.

두 달 사이 주가가 20% 하락한 한화생명도 단기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예금보험공사가 보유 중인 한화생명 주식(지분 10%)의 보호예수기간이 지난 2월 종료되면서 이를 매각할 것이란 우려가 커졌다. 김도하 SK증권 연구원은 “예금보험공사의 물량 출회 시기와 물량을 짐작하기 어려워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주가는 실적에 비해 여전히 저평가

일부에서는 금융주의 주가 부진이 일시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투자심리는 위축될 수 있으나 금리·경기·환율과 같은 거시 환경은 나쁘지 않아서다. 지난해 은행들은 11조20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2011년(14조4000억원) 이후 6년 만에 최대 수준이다. 장기적으로 금리 인상은 악재보다 호재로 작용하고, 채용비리와 같은 일회성 이슈는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여전히 금융주는 실적에 비해 저평가돼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최정욱 연구원은 “최근 외국인과 기관이 은행주를 순매도하며 수급 여건이 악화했으나 주가 약세는 과도한 수준”이라며 “2~3월 주가 하락으로 은행주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58배까지 하락해 가격은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보험시장도 금리 상승이 보험사의 자산건전성에 대한 우려를 완화시켜줄 것으로 보고 있다. 박혜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손보사의 경우 장기보험손해율이 점점 개선되고 있고 지난해까지 최근 2년 간 25% 이상 인상된 실손보험료에 대한 승수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생명보험사도 저축성보험보다 수익성이 더 높은 보장성보험 판매에 집중하고 있는 데다 보험료 인상 효과, 손해율 개선 등이 긍정적인 효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2분기 이후에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센터장은 “현재 주가는 지난해 은행 구조조정 등과 같은 일회성 요인이 반영된 것”이라며 “당분간 조정을 받을 수 있지만 금리 인상 이슈가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2분기부터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1429호 (2018.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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