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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기관투자자 천국인 공매도] 개인투자자에게는 그림의 떡 

 

함승민 기자 sham@joongang.co.kr
빌릴 만한 주식 적고 수수료 비싸...개인 공매도 활성화 목소리 커져

공매도를 둘러싼 논란은 개인투자자와 기관·외국인투자자 사이의 갈등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개인투자자 중 상당수는 외국인과 기관의 공매도 공세 때문에 보유한 주식이 제값을 못 받는다고 본다. 기관투자자로부터 피해를 보았다고 생각하는 일반투자자의 불만과 비난은 인터넷 공간에서 매우 흔한 일이 됐다. 공매도에 대한 불신을 갖고 시장을 떠나는 투자자도 많다. 특히 공매도가 외국인과 기관의 전유물이라는 점은 이런 불만을 부채질하는 요소다. 개인투자자의 공매도에 대한 불신은 참여가 제한된 탓도 크다는 지적이다.

공매도 개인 비중 0.33%

국내 공매도 거래는 외국인과 기관이 주도하고 있다. 전체 공매도에서 4분의 3을 외국인이, 나머지 4분의 1을 기관이 차지한다. 개인투자자의 비중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다. 한국거래소 ‘공매도 종합 포털’의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해 5월 22일부터 올해 4월 10일까지 약 1년 간 코스피 시장의 전체 공매도 거래에서 개인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0.33%에 불과하다. 하루 평균 공매도 거래대금은 외국인 2684억원, 기관 834억원이다. 개인은 11억원 수준으로 크게 못 미친다. 코스닥 시장에서의 개인의 비중(0.65%)은 코스피 시장보다 약간 높지만, 1%에도 못 미치는 건 마찬가지다.

개인투자자의 소외는 공매도 신고 건수에서도 드러난다. 지난해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박찬대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에서 제출받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약 1년 간 코스피 공매도 보고 건수는 74만6624건에 달했다. 이 중 58%(43만2836건)가 외국계 투자자를 통해 거래됐다. 코스닥 시장의 외국계 투자자 공매도 비중은 더 컸다. 같은 기간 코스닥에서 보고된 63만665건 중 83.4%(53만521건)가 외국계 투자자를 통해 이뤄진 것으로 집계됐다.

먼지 같은 비중이지만, 적게나마 숫자가 있다는 건 개인투자자의 공매도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걸 의미한다. 실제로 자본시장법 등 관련 법규에서는 공매도 거래에서 개인·기관·외국인 등 투자 주체별로 별도의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단, 국내에서는 주식을 빌린 후 파는 ‘차입 공매도’만 허용하고 있다. 먼저 다른 사람의 주식을 빌려 시장에서 판 후 떨어진 가격으로 다시 사서 빌린 주식을 갚는 방식이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투자 주체에 관계없이 ‘증권 차입’을 한 경우에는 누구든지 공매도가 가능하다.

문제는 바로 이 ‘차입’이다. 애초에 개인투자자는 공매도를 위한 증권 차입이 어렵다. 공매도를 위해 주식을 빌리는 방법에는 대차거래와 대주거래가 있다. 대차거래는 기관과 외국인이 한국예탁결제원·한국증권금융·증권사 등 대차 중개기관을 통해 일정 수수료를 지급하고 주식을 빌리는 것을 말한다. 사실상 종목이나 수량에 제한이 없고 수수료도 낮은 편이다. 예탁결제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10일 주식 대차 종합비용지수는 2.36%다. 종합비용지수는 주식을 빌릴 때 주고받는 대차거래 수수료를 지수화한 것이다. 종합비용지수가 2%이라면 주식을 빌릴 때 평균적으로 연 2% 수수료를 낸다는 뜻이다. 이 지수는 2013년 이후 1~3% 사이에서 움직이고 있다. 대차거래를 통해 증권을 차입한 경우 기관마다 다르지만 보통 6개월~1년 정도 빌린다. 이를 통해 장기간 매매 거래가 정지된 종목에 대해서도 공매도 투자를 하고 있다. 주식 거래 정지 사유 발생으로 갑자기 매매가 정지됐을 경우, 거래가 다시 시작되는 날 주가 하락은 당연할 수밖에 없다. 결국 외국인과 기관이 공매도를 통해 돈을 벌 가능성이 커진다.

개인투자자 차입 조건 ‘원천적 차단’ 수준


이와 달리 개인투자자는 예탁원으로부터 주식을 빌리는 것은 법으로 금지돼 있다. 따라서 증권사의 중개를 통해 일정 기간 주식을 빌리는 대주거래를 통해야만 공매도를 할 수 있다. 수수료는 통상 최대 5% 이상으로 높은 편이다. 대여 수수료와 증권사 중개 마진이 붙어서다. 예컨대 중개 마진이 0.5%일 경우 증권사는 차입자로부터 4.5%의 차입 수수료를 받은 후 고객(대여자)에게 4%의 대여 수수료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증권사는 주식을 대여해준 고객에게 대여 수수료로 보통 0.1~5%를 지급한다. 해당 종목의 희귀성이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달라진다. 증권사가 수취하는 중개 마진은 유동성이 풍부한 대형주의 경우 0.1~0.2% 수준이지만, 주로 개인 투자자들에게 공급받는 코스닥 종목은 0.5~1%까지 커진다. 그만큼 높은 수익을 내야 효과가 있는 셈이다.

비용은 큰 반면 수익 기회는 적다. 대차거래에는 1년의 여유 기간이 있는 반면, 대주거래를 통한 경우 증권사별로 차이는 있지만 약 30∼60일 내에 차입한 증권을 상환해야 한다. 또 증권사마다 보유하고 있는 주식 종류와 수량이 다르기 때문에 투자 종목과 물량에 제한이 크다. 증권사가 개인의 소량 공매도 수요에 맞춰 공매도 물량을 원활히 제공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우량종목이나 거래가 거의 없는 종목을 일정 수량 이하만 대주를 이용할 수 있다. 투자자 입장에선 거래 증권사가 가진 주식으로만 공매도를 하거나, 아니면 어떤 증권사가 어떤 주식을 어떤 조건으로 빌려주는지 하나하나 찾아 다녀야 한다. 투자 수단으로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이처럼 개인투자자의 주식 차입이 어려운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개인의 신용을 믿고 주식을 빌려주는 기관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개인투자자의 신용도가 기관 및 외국인 투자자에 비해 낮은 편이기 때문에 불리한 차입 조건이 적용되는 것은 불가피하다”면서도 “현재의 차입환경은 개인의 접근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개인투자자의 공매도가 사실상 불가능함에 따라 개인들은 사실상 주식을 사서, 오를 때만 이익을 내는 일방적인 거래만 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개인 공매도 시장을 활성화해 투자 기회를 균등하게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 방안으로 대주거래와 대차거래를 통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기관뿐 아니라 개인도 현행 대차제도를 이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해외 대부분 국가에서 대주거래와 대차 거래를 구분하지 않고 통합된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다.

1430호 (2018.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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