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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예수’로 불리는 로저 버] “실사용 가능성 큰 비트코인캐시 주목”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비트코인은 기본 정신 잃어”...“시세 조정으로 부 축적, 채굴 진영 장악” 비판도 받아

▎로저 버 비트코인닷컴 대표가 4월 3일 ‘분산경제포럼2018’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 사진:분산경제포럼
블록체인의 ‘선구자’인가, 투자자를 부추기는 ‘선동꾼’인가. ‘비트코인 예수’로 불리는 로저 버(Roger Ver·39)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블록체인 전도사로 대중화와 상용화에 앞장서고 있지만, 비트코인캐시처럼 자신과 연관된 암호화폐만 띄우는 데 열을 올린다는 비판을 받는다. 그는 비트코인으로 갑부가 됐다. 비트코인을 2011년 개당 1000원에 2만5000개를 샀다. 한때 보유량이 30만개에 달했다. 약 2조4000억원이다. 그의 자산이 10조원 이상이라는 얘기도 있다. 그러다 지난해 세계 최대 채굴 업체 비트메인의 우지한 대표가 주축이 된 비트코인캐시를 지지하기 시작했다. 비트코인캐시는 지난해 8월 1일 비트코인 하드포크(업그레이드) 때 분리된 암호화폐다. 로저 버는 “비트코인은 검열되기 시작한 암호화폐며, 기본 정신을 잃었다. 비트코인캐시가 처리 속도와 실사용 면에서 가장 널리 쓰이고 있으며 미래가 밝다”고 지지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비트코인 개발자나 초기 채굴업자 중심의 코어 진영은 로저 버와 우지한이 손을 잡고 암호화폐의 주도권을 쥐려 한다고 비판한다. 막대한 비트코인캐시를 보유하고 있는 로저 버와 우지한이 시세 조종으로 부를 축적하고, 채굴 진영을 장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암호화폐 분야의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로저 버를 4월 4일 만났다. 그는 4월 3~4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분산경제포럼 2018’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무정부 자본주의(Anarchocapitalism)’를 지향한다는 그는 비트코인캐시가 미래 화폐로서 자리를 잡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자유경제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내부자거래 등 불법 행위도 용인돼야 한다는 급진주의적 모습도 보였다.

비트코인을 언제 처음 접했으며 왜 투자했나.

“한 라디오쇼에서 처음 알게 됐고 어디에 쓰이는 화폐인지 궁금해 연구를 시작했다. 당시 비트코인 가격은 1달러가 안됐다. 그리고 5~6개월 후 비트인스턴트를 통해 비트코인을 매입했다. 비트코인은 공급이 2100만개로 제한되고 세계 어디에서도 순식간에 돈을 주고 받을 수 있으며 수수료가 저렴하다. 또 당시에는 비트코인이 익명성이 보장된다고 믿었다. 지금은 충분히 추적할 수 있다.”

비트코인캐시 지지자로 돌아선 이유는 무엇인가.


“비트코인캐시는 내가 지지하고 동의했던 2011년의 비트코인 모습이다. 전송이 즉각적이고 수수료가 없으며 세계에서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비트코인은 그렇지 못하다. 코어 개발자들은 화폐로 쓰이길 바라지 않는다. 과학적 실험 프로젝트로 변질됐다. 비트코인캐시는 캐시라는 이름처럼 현금이라는 분명한 목적이 있다. 사토시 나카모토의 백서에도 비트코인을 디지털 캐시라고 표현한다. 비트코인캐시가 비트코인이라는 것은 너무나 분명하다.”

비트코인 코어 개발자들은 블록 사이즈를 유지하는 것이 사토시 정신을 지키는 것이라고 믿지 않나.

“사토시는 백서를 쓰고 난 후 또 다른 문서에 블록 사이즈를 어떻게 늘릴 수 있는지 소프트웨어 코드를 작성했다. 오리지널 비트코인은 블록사이즈에 한계가 없다.”

비트코인의 블록 사이즈는 1메가바이트(MB)인데 비해, 비트코인캐시는 8MB다. 블록 사이즈가 커지면 그만큼 결제 처리 속도가 오르고, 수수료가 싸진다. 비트코인의 블록 사이즈를 늘리자는 진영과 이를 지키자는 코어 개발진영 간 갈등 끝에 지난해 8월 1일 하드포크를 하면서 비트코인에서 비트코인캐시가 분리됐다. 코인 시장의 주도권을 두고 개발 및 채굴 진영 간 갈등은 현재도 진행되고 있다.

비트코인 코어 개발자들은 왜 블록 사이즈를 지키자고 하는가.

“개발진영은 경제를 모른다. 그들은 코인 생산량에 할당량을 만드는 데 이는 경제적으로 나쁜 결과를 낳는다. 생산량이 줄면 가격이 오르고 수요는 허용된 생산량보다 늘어난다. 블록이 작으면 수수료가 올라 대형 채굴세력에만 유리해진다. 중앙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

코어 개발자들은 비트코인을 디지털 금이라고 여기지 않나.

“비트코인 백서의 제목에 전자화폐라고 쓰여져 있다. 세계 역사적으로도 금은 화폐로 쓰였다. 금이 가치저장 수단이 되는 것은 교환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전자기기나 충치 치료 등 실제 쓰임도 있다. 다른 사용처가 없다면 가치저장 수단이 될 수 없다. 비트코인 코어 개발자들은 비트코인의 상거래 가능성을 제한하고 있다. 상거래에서 쓰이지 못한다면 가치저장 수단으로서 비트코인의 가치를 해칠 것이다.”

비트코인캐시는 지난해 11월 빗썸 서버 다운과 시세 조종설 등 여러 루머에 시달리고 있지 않은가.

“어떤 사람들은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다. 한국 암호화폐 거래소에 계좌를 갖고 있지 않으며 이미 충분한 비트코인캐시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일주일 만에 비트코인캐시 가격이 3배 급등했다. 같은 달 27일에는 시가총액이 비트코인의 절반을 넘어서며 기축통화 지위를 위협하기도 했다. 그러나 세계에서 가장 많은 비트코인캐시를 거래하던 한국 거래소 빗썸이 돌연 디도스 공격으로 서버가 다운되며 가격이 폭락했다. 시장에서는 가격 급등의 배후로 로저 버와 우지한을 의심하고 있다. 주도권 경쟁에서 위협을 느낀 코어 개발진영이 디도스 공격을 감행했으리라고 추정하고 있다.

암호화폐 가격이 지난해 말 급등했다가 올 1분기 급락한 이유는.

“암호화폐는 현실에서 쓰임새가 늘어날 때 가격이 오른다. 지난해 말 사람들이 가능성만 바라본 바람에 투기가 일었다. 이제 실제 실사용 사례가 늘어나면 가격이 다시 오를 것이다. 비트코인 탄생 후 10년은 걸린다고 봤는데, 이제 8년이 지났다.”

비트코인이 암호화폐의 기축통화로서 가치가 있다고 보나.

“그런 흐름에 변화가 오고 있다. 비트코인은 첫 암호화폐이기 때문에 상장된 거래소가 많지만 선점 효과와 독점 구도가 깨지고 있다. 앞으로 비트코인캐시 가격이 더 높아질 것이다.”

올 들어 실생활 사용을 목적으로 한 3세대 알트 코인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전망은 어떤가.

“유용하게 쓰이는 코인만 살아남을 것이다. 5월 7일 비트코인캐시도 하드포크를 하는데 스마트 콘트랙트 기능을 추가할 것이다. 원래 비트코인도 스마트 콘트랙트를 적용할 수 있었지만 개발자들이 가로막았다. 새로운 코인이 많이 나오지만 비트코인도 모든 것을 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이더리움은 물론 여러 알트 코인들을 좋아한다. 개발자 진영은 라이트코인만을 인정한다.”

어떤 알트코인이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가.

“비트코인캐시와 이더리움·지캐시·대시·모네로 등을 유망하다고 본다. 지캐시 등이 제공하는 프라이버시 보호 기능도 비트코인캐시에 적용할 계획이다. 코인의 가장 중요한 점은 다른 코인에 대한 대체 가능성이다.”

테러 자금 등 문제로 익명성 코인에 대한 정부 규제가 강화될 수도 있는데.

“테러 자금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돈은 달러다. 현금 역시 지급하고 나면 돈이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는 일이다.”

세금을 통한 부의 재분배 같은 정부의 역할을 부정하나.

“정부는 모든 이들에게 세금의 형태로 조용히 빼앗아 다리·도로·헬스케어 등 크게 쓴다. 그런데 정부의 영향력이 강한 나라일수록 오히려 경제적으로 못 사는 경우가 많다. 시장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 정부보다 민간이 발행한 돈이 더 낫다.”

1430호 (2018.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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