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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맥짚기] 무역분쟁? 약한 시장 에너지가 문제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기업 실적 대비 주가 고평가 상태...금리 인상에도 취약해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지난 3월에 기준금리를 1.50~1.75%로 0.25%포인트 올렸다. 미국 경제가 양호하다는 예상에 따라 올해 금리 인상이 총 4번으로 늘어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밥 먹고 분석만 한다는 전문가들도 왜 시장을 예측하지 못하는 걸까? 정보의 양이 많아지고, 컴퓨터를 이용해 그걸 더 잘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는데도 말이다. 우선 희망을 예측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도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존재여서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기운 채 예측한다. 전망에 엄청난 잡음이 끼는 건데, 판단하는 사람이 정확한 위치에 있지 않다 보니 판단 자체가 맞을 리 없는 것이다. 쓸데 없는 정보에 집착하는 것도 예측을 그르치게 만드는 요인이다. 정보라고 해서 다 같은 정보가 아니다. 판단에 도움이 되는 정보인 신호가 있는가 하면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키는 소음 같은 정보도 있다. 정확한 예측을 위해서는 이 둘을 잘 가려내야 하는데 소음에 집착하는 경우가 많다. 제대로 된 정보보다 자극적이고 그럴 듯해 보이기 때문이다.

해외 시장도 강하지 않아

시장을 판단할 때 재료의 선별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발생했다. 주가가 무역분쟁 우려 탓에 요동을 쳤다. 미국이 6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자, 중국도 미국산 철강과 돈육에 대해 비슷한 조치를 취했다. 경제 규모 1~2위인 나라들이 다툴 경우 세계 교역량이 줄어 우리 경제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는 표면적인 이유일 뿐 더 중요한 부분은 안에 숨어 있었다. 우선 시장의 힘 자체가 주가를 끌어올릴 정도로 강하지 못하다. 3월초에 국내외 시장이 반등에 들어갔지만 단기에 그쳤다. 미국 시장도 전체가 올랐던 1월과 달리 이번에는 나스닥만 의미있는 상승을 기록했을 뿐 나머지는 지지부진한 상황을 면치 못했다. 그만큼 상승 대상이 축소된 건데 다른 선진국은 더하다. 유럽과 일본 모두 1월에 하락한 부분의 30%도 만회하지 못하고 주가가 다시 하락했다.

이런 현상이 발생한 건 시장 에너지가 여러 지역의 주가를 동시에 끌어올리기 힘들 정도로 약해졌기 때문이다. 고주가 부담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여서 경기 회복과 기업 실적에 대한 기대가 제한적인 역할 밖에 하지 못하고 있다. 주가를 유지할 수는 있어도 이를 끌어올리기는 힘들다는 의미가 된다. 여기에 하반기에 다른 선진국까지 금리 인상에 동참하는 상황이 벌어질 경우 앞으로 상승 동력이 더 약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무역분쟁이란 재료가 없었어도 주가가 오르기 힘들었을 걸로 추정된다. 높은 주가에 따른 부담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내부 동력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외부 요인에 의한 주가 상승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금리도 주가에 부담을 줬다. 공교롭게 미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린 다음 날부터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한 걸 보면 여전히 금리가 만만치 않은 존재임을 알 수 있다. 2월에 시중 금리가 오르면서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그 영향으로 지금은 시장이 약간의 금리 움직임에도 주가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형태로 변했다. 금리가 주가에 악영향을 줄 정도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당초 투자자들은 3월에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주식시장이 영향을 받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지난 2년간 시장이 그렇게 움직여왔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예상과 달리 금리를 올린 직후부터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했다.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끝나고 연준이 미국 경제에 대해 양호하게 평가함에 따라 올해 금리 인상이 4번까지 늘어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이다. 과거 같으면 이 부분이 시장에서 어렵지 않게 소화됐을 텐데 금리가 높아서인지 잘 흡수되지 않았다.

앞으로 금리의 영향은 두 가지 형태로 나타날 것이다. 하나는 기준금리 인상이다. 금리를 올릴 때마다 주식시장이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기준금리 인상이 전반적인 금리 상승을 초래할 거란 우려 때문이다. 또 하나는 시중금리 상승이다. 상반기 중에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지만 하반기에는 어려운 상황을 만들 수도 있다. 미국의 시중금리가 3.0%를 통과할 경우 주가가 또 한번 요동을 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금리에 대한 시장 적응력이 아주 낮아진 상태다. 세계 금융시장에 몸담고 있는 사람 중 최소한 3분의 1, 최대 절반은 금리가 높다는 게 어떤 건지 경험해 보지 못했다. 금융위기 이전을 포함해 10년 가까이 낮은 금리가 유지돼왔기 때문이다. 그만큼 변화에 취약하다는 의미가 되는데 사실 이상으로 주가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하반기가 되면 더 많은 나라가 금리 인상에 참여하고 그만큼 유동성이 줄어들 것이다. 지난 2~3년 간 무난히 넘어오던 미국의 금리 인상이 갑자기 시장을 압박한 것도 이런 미래의 불확실성이 주가에 반영된 결과라고 생각된다.

무역분쟁이 단기 재료라면 시장 에너지 수준과 금리에 대한 반응은 시장의 틀과 관련된 부분이다. 무역분쟁이 최악의 상황으로 발전된 예는 별로 없다. 그 경우 관련된 모든 나라가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여러 정치적 이유로 무역분쟁이 일어나고 있지만 필요가 사라질 경우 빠른 속도로 원상을 회복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특성 때문에 그동안 무역분쟁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았고 이번에도 2~3일 주가가 하락한 후 다시 올랐다.

이와 달리 구조적인 틀과 관련된 부분은 시장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준다. 시장의 에너지가 어느 날 갑자기 강해질 수는 없기 때문이다. 주가가 하락해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주식을 살 수 있는 수준이 되든지 기업 실적이 크게 개선돼야 문제가 해결되는데 이런 일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주가가 금리의 영향에서 벗어나는 것도 비슷하다. 금리가 언제쯤 안정될 것인가는 경제정책과 관련된 부분이다. 금리를 올리고 유동성을 축소하는 게 대세인 만큼 주가가 금리의 영향권에서 벗어나는 건 정책이 만족할 만한 효과를 내고 있다는 확신이 든 후에나 가능하다. 그렇게 보면 시장을 판단하기 위해 어떤 부분에 주력할 건지 분명해 진다.

당분간 지지부진한 양상

종합주가지수가 2500선 위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주가 상승 요인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3월 초 주가 상승에는 반도체와 원화 강세의 역할이 컸다. 원·달러 환율이 1060원까지 내려오면서 달러화로 환산한 종합주가 지수가 상승했고, 여기에 미국의 반도체 주가 상승에 따른 영향이 더해지면서 외국인 매수가 늘었다. 개별 종목의 영향이 다른 어떤 때보다 컸던 셈인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상승이 3월 초 이후 코스피 변동의 60% 이상을 차지할 정도였다.

지금은 반도체와 원화 모두 다 긍정적인 흐름에서 멀어지고 있다. 미국 반도체 주식은 1차 상승이 끝난 후에도 주가가 크게 하락하지 않았다. 해당 기간인 작년 11월~올해 1월 사이에 미국의 대표적인 D램(Dram)업체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주가가 40달러를 유지했던 게 대표적인 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는 230만원까지 하락했다. 2월에 미국 반도체 주가가 상승하면서 우리 주식도 바닥에서 벗어났지만 상승률은 미국에 비해 약하다. 반도체 주가 상승이 우리 시장 내부 에너지보다 해외 시장에 의존하는 형태여서 상승이 생각보다 빨리 끝날 수 있다.

원화의 추가 강세도 쉽지 않다. 2015년 이후 원·달러 환율이 1050원 밑으로 내려온 적이 없다. 최근 남북관계 개선 기대감으로 강세 요인이 더해지긴 했지만 경제 상황이 여전히 만만치 않다. 성장률은 우리와 미국이 비슷한 반면 금리는 미국이 더 높고, 올해 우리 대외수지가 지난해보다 개선될 가능성도 없다. 원화가 강해지기보다 거꾸로 약해질 수도 있는데, 주가가 더 상승하기 위해서는 시장 에너지 보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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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0호 (2018.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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