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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수의 이솝투자학] 펀드 수익률로 투자 판단하지 말라 

 

서명수 중앙일보 ‘더, 오래팀’ 기획위원
도박사의 오류와 ‘양치기 소년과 늑대’…우연의 반복을 필연으로 착각해선 곤란

기원 전 6세기 그리스의 노예 이솝이 쓴 것으로 알려진 [이솝 우화]는 인간의 심리를 동물의 행동에 투영한 우화집이다. 이솝은 정글의 논리가 판치는 세상에서 약자가 살아남는 비법을 번득이는 재치로 풀어내고 있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이솝 우화의 “숲 속의 두 마리 새보다 손 안의 한 마리 새가 낫다”를 인용하며 비효율적 숲 이론을 제시했다. 투자자 행동과 관련이 있는 이솝 우화 이야기를 읽으며 성공 투자의 길을 모색해본다.


▎사진:© gettyimagesbank
마을에서 가까운 언덕에 양떼를 지키는 목동이 있었다. 혼자 양 떼나 지키고 있자니 심심하기만 했던 목동은 어느 날 마을을 향해 소리쳤다. “늑대다 늑대가 나타났다!” 그 소리에 놀란 마을 사람들은 일제히 몽둥이를 들고 언덕 위로 뛰어올라 왔다. 하지만 늑대는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은 목동이 거짓말을 했다는 것을 알고, 욕을 하면서 돌아가 버렸다. 그런 사람들의 모습에 목동은 매우 즐거워했다. 그 후로도 목동은 세 번의 거짓말을 더 했고, 그럴 때마다 마을 사람들은 언덕 위로 올라왔다. 그러나 사람들은 기다리는 것은 언제나 목동의 비웃음뿐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정말로 늑대가 나타났다. “늑대다! 늑대가 나타났다!” 겁먹은 소년은 젖 먹던 힘까지 동원해 외쳤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은 목동이 또 장난을 치는 줄을 알고 무시해 버렸다. 혼자뿐인 목동은 사방에서 날뛰는 늑대의 무리를 어쩌지 못했고 늑대들은 결국 양떼를 다 잡아먹어 치웠다.

양치기 소년은 어찌 보면 도박사의 기질이 다분하다. 늑대가 나타날지도 모르는 위험을 무릅쓰고 마을 주민들을 상대로 똑같은 장난을 네 번씩이나 반복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신뢰를 잃게 된 양치기 소년은 다섯 번째 거짓말이 먹혀 들지 않아 낭패를 당했다. 양치기 소년은 스스로 파놓은 ‘도박사의 오류’ 함정에 빠지게 된 것이다. 도박사의 오류는 인간이기 때문에 저지르는 오류다. 동물에는 잘 나타나지 않는다고 한다. 앞의 결과가 다음 시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착각하는 것이 도박사의 오류다. 위 이솝우화의 예로 설명하면 늑대가 나타났다는 양치기 소년의 장난에 마을 사람들이 속아 넘어가자(앞의 결과), 그런 장난이 통할 줄 알고 계속 시도(다음 번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착각)한 것이다. 사실 5번째 늑대가 나타날 확률은 0.39%가 아니라 그냥 2분의 1로 봐야 한다. 늑대가 나타나고 안 나타나고는 양치기 소년의 의지와 아무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연속해서 늑대가 나타나지 않다 보니 양치기 소년은 착각을 하게 됐다.

5번째 늑대 출현 확률은 2분의 1

도박장에 몰려드는 많은 사람은 이런 착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한 번 따기 시작하면 행운이 자기편에 서기 시작했다며 판에서 나오지 못한다. 하지만 연속으로 잃어도 곧 딸 때가 되었다며 역시 빠져 나오지 못한다. 왜 딸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일까. 간단하다. 연속으로 돈을 잃는다는 건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연이라면 따거나 잃는 것이 비슷한 비율로 나와야 한다. 그런데 여러 번 계속해서 잃었다면 다음 번엔 꼭 딸 것이라는 착각에 빠진다. 이 때문에 수많은 순진한 사람이 도박장에서 주머니를 털리고 있다.

간단히 동전 던지기 게임을 해보자. 동전을 던져 앞이 나오느냐 뒤가 나오느냐에 따라 승패가 좌우된다. 연속적으로 동전을 던졌는데, 우연인지 필연인지 9번 연속으로 앞면만이 나왔다. 이제 10번째 던지려는 순간 돈을 건다고 할 때 앞면과 뒷면 중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할까. 대부분의 사람은 뒷면을 선택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10번 연속으로 앞면이 나올 가능성은 아주 희박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바로 이경우가 도박사의 오류에 빠진 케이스다. 확률론에 ‘독립 시행’이라는 것이 있다. 뒷 사건의 결과는 앞 사건의 결과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의미다. 따라서 동전을 던지기에 앞서 앞면이 9번이 나왔든, 99번이 나왔든 다음 번 동전 던지기에서 앞면이 나올 확률은 여전히 2분의 1인 것이다.

주식시장의 투자자들은 도박사의 오류에 자주 빠진다. 3년 연속 시장보다 나은 수익률을 올린 펀드매니저가 있다고 하자. 우연의 관점에서 보면 전혀 불가능한 성과가 아닌데, 보통 투자자들은 이 펀드매니저를 주시한다. 결국은 3년 동안 연속해서 성과를 보여줬으니 앞으로도 그러리라 믿고 돈을 맡긴다. 그의 성과가 실력이 좋아서가 아니라 운이 좋았기 때문인데도 말이다. 3년이 아니라 5년 동안 시장을 이겼어도 내년엔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시장에서 성공을 거뒀다면 ‘운 70%, 기술 30%’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통계학에 ‘평균 회귀’란 말이 있다. 많은 자료를 토대로 결과를 예측할 때 평균에 가까워지려는 경향을 말하는데, 큰 값이 나왔다면 언젠가는 작은 값이 나와 전체적으로 평균 수준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결국 모든 것은 원점으로 돌아간다는 자연현상을 보여준다. 아무리 날고 기는 뜨거운 손이라도 평균 회귀에 따라 언젠가는 평소 실력으로 되돌아 간다. 햇빛이 강할수록 그림자는 짙어지는 법이다.

펀드의 수익률이 높다는 건 그 자체로 위험신호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이 수익률을 보고 가입하는 순간 해당 펀드의 규모는 점점 불어나고 이때부터 펀드 운용에 많은 제약이 따르는 ‘공룡펀드의 저주’가 시작된다. 운용 금액이 너무 커져 투자대상을 찾는 데 어려움이 생기면 작은 몸집으로 높은 수익을 올리던 때처럼 좋은 성적을 내기 힘들어진다는 것이 공룡펀드의 저주다. 그동안 장래가 촉망되던 수많은 국내 주식형 펀드가 설정액 7000억~1조원에서 쓴 맛을 봤다. 이를 감안하면 수익률 순위표상 상위에 올라 있다고 좋은 펀드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그 반대일 수 있다. 다음 번 순위표 작성 때엔 그 자리를 지키지 못할 확률이 높다. 평균 회귀에 따라 다시 평균 실적으로 돌아갈 일만 남을 수 있다.

그럼 어떻게 하면 도박사의 오류를 피할 수 있을까. 사람들은 어떤 현상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면 그것에 영향을 미치는 필연적인 뭔가가 있다고 믿고 싶어 한다. 필연을 구성하는 요소 중 하나가 연속성이다. 그렇지만 우연에도 필연처럼 보이게 하는 연속성이 있다. 우연이 판을 치는 주식시장에서 수익률 순위가 연속적으로 이어졌다고 이에 의미를 부여한다면 우연의 장난에 속아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연관성을 먼저 찾고 그 다음 해석한다거나 하면 우연을 과대평가할 위험이 커진다. 펀드 수익률은 의심하는 마음으로 접근해야 한다. 왜 연속적인지, 그리고 미래에도 그럴 것인지 따져보아야 한다. 우연은 생각보다 훨씬 무서운 존재다.

높은 펀드 수익률은 위험 신호

예전에 업계의 선두권을 달리는 한 증권사가 ‘보이는 것만 믿으라’는 광고를 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공개되는 수익률이 실력을 가장 확실하게 보여주는 징표이니 자기네 회사에 투자하라는 것이었다. 펀드 투자에서 보이는 것만 믿다간 후회할 수 있다. 펀드의 수익률이 투자자 자신의 성과와 곧장 연결되는 것은 아니어서다. 이 증권사는 돈몰이에 성공했지만 펀드의 성과가 갈수록 나빠져 수많은 투자자를 울렸다.

저금리·저성장 시대에 펀드는 재산 증식을 가져다 줄 수 있는 투자대상인 건 분명하지만 과거 수익률을 투자판단의 대상으로 삼아선 안 된다. 시장엔 영원한 승자가 없듯이 아무리 훌륭한 펀드라도 부침을 겪게 돼 있다. 펀드의 과거 성과보다는 펀드 운용이 투자자 자신의 성향과 맞는지, 펀드매니저가 얼마나 자주 교체되는지, 저점은 어딘지 살피는 노력이 중요하다. 뭐니뭐니 해도 우연의 먹잇감에서 벗어나게 하는 기법은 분산투자다. 투자대상을 이리저리, 예컨대 주식형·채권형·리츠(Reits)·파생상품 등으로 흩트려 놓으면 우연의 거친 공격을 무디게 할 수 있다. 세계 투자의 귀재들이 분산투자로 위험관리 하라는 건 다 이유가 있다.

※ 필자는 중앙일보 ‘더, 오래팀’ 기획위원이다.

1431호 (2018.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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