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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 커지는 현대차그룹 분할합병안] “오너에 유리” 참여연대 주장 설득력 ↓ 

 

김수헌 글로벌모니터 대표
현대모비스 비영업가치 산정, 영구성장률 추정 등에서 합리적이지 않아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놓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왼쪽 가운데)
최근 현대자동차그룹(이하 현대차그룹)이 출자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하자 시민단체가 2차례에 걸쳐 40여쪽에 달하는 보고서를 내며 맹공을 퍼붓고 있다. 그 사이 행동주의 헤지펀드로 잘 알려진 엘리엇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도 50쪽이 넘는 제안서에서 지주회사로 전환하라는 훈수와 함께,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합리적 비판이고 제안이라면 현대차는 적극 수용을 검토하는 게 맞다. 사공이 많아도 노를 한 방향으로 잘 저으면 배에는 가속도가 붙는다. 그렇게 될까?

엘리엇 같은 헤지펀드는 잘 포장된 명분을 내세워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애쓴다. 그래서 홍보대행사까지 고용한다.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 등 3개사에 1조원 남짓 투자해 놓고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를 합병해 지주사로 전환하라고 요구하는 걸로 봐서는 같은 방향으로 노를 저을 생각이 있는 사공은 아니다. 참여연대는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은 주주에게 손실을 끼치면서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 부자(父子)가 지배력 확대 등 이익을 챙기려는 플랜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니 현대차그룹이 진행하고자 하는 방향을 수정시키는 게 목적일 것이다. 시민단체도 같은 방향으로 노를 저을 생각이 있지는 않은 것 같다.

참여연대 이어 엘리엇까지 현대차그룹 공격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이 모습을 드러내며 금융시장을 깜짝 놀라게 한 것은 지난 3월말 공시(公示)에서다. 현대모비스에서 모듈 및 AS(애프터서비스)사업을 떼내 현대글로비스에 합병시키겠다는 내용이었다. 경영전략 변화나 사업 구조조정 때문에 기업을 분할 또는 합병하는 일은 흔하다. 공시만 놓고 본다면 사실 그리 크게 놀랄 일은 아니다. 그런데 이게 다가 아니었다. 공시되지 않은 후속사건이 예정돼 있었다. 정 회장 부자가 합병 글로비스 지분(29.9%)을 모두 기아차 등 계열사에 매각하고, 대신 기아차 등 계열사가 가진 현대모비스 지분을 사들이기로 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현대차그룹의 출자 지배구조는 완전히 탈바꿈한다. 우선 순환출자 고리가 모두 끊어진다. 현대모비스가 그룹의 지배회사로 변신한다. ‘정 회장 부자→현대차→기아차 등’으로 이어지는 구도는 전문가들의 예상을 완전히 빗나가는 것이었다. 시장에서는 현대차·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 등 각각의 회사를 투자부문과 사업회사로 쪼갠 후 투자부문만을 다시 합병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 회장 부자가 막대한 세금 부담을 피하면서 순환출자를 해소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 회장 부자는 ‘정공법’을 선택했다. 분할합병 이후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과 현대모비스 지분 매입이다. 적어도 1조원 이상의 막대한 세금 부담을 떠안겠다는 결정이다. 분명 쉬운 결단은 아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초부터 분할합병안을 본격적으로 짜기 시작했다. 현대글로비스 주가는 거의 사상 최저 수준으로 바닥을 헤매고 있을 때다. 현대글로비스 지분이 많은 총수 일가의 이익만을 염두에 둔다면 시기적으로 분할합병을 추진하기에는 최악이다. 현대모비스에서 떼낸 분할사업을 신설회사로 만들어 재상장시킨 후 주가가 현대글로비스에 유리하게 돌아가는 시점에 합병하는 쪽으로 머리를 돌렸을 것이다. 필자 생각으로는 참여연대 주장처럼 분할합병 비율을 가지고 장난 칠 바에는 그게 훨씬 더 효과적이고 효율적일 것 같다.

분할합병 비율을 유리하게 산출하면 세금 부담을 줄일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이 있을 수 있겠다. 현대차그룹이 그렇게까지 생각한다면, 3월 말에 분할합병안을 발표하지는 않았을 거라는 게 필자 생각이다. 어쨌든 분할합병안에 대한 참여연대의 거센 공격은 얼마나 타당한 것일까. 분할합병비율이 현대모비스 주주들에게는 손해를, 총수에게는 이익을 안겨주는 꼼수일까? 그렇다면 왜 현대모비스 주가는 폭락하지 않을까. 오는 5월말로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분할합병안은 과연 통과할 수 있을까.

정공법 택한 정몽구·정의선 부자

이런 의문을 따져보기 위해 우선 분할과 합병 방법부터 먼저 간단하게 살펴보자. 현대모비스에는 크게 4개 부문이 있다. 핵심부품, 모듈, AS부품 등 3개 사업은 실제 영업부문이다. 나머지 1개는 비영업부문이다. 모비스가 보유하고 있는 현대차(20.8%), 현대건설(8.7%), 해외 생산판매법인 지분 등을 통틀어 투자사업이라 하기로 하자. 이 가운데 모듈과 AS사업을 인적분할해서 회사를 신설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신설회사가 현대모비스 자본금을 분할비율만큼 떼간다고 보면 된다. 자본금을 나누는 비율, 즉 주식 수를 나누는 비율이 바로 ‘분할비율’이다. 예컨대 신설회사 분할비율이 0.2(20%)이고 모비스 자본금이 100만원이라면 신설회사 자본금은 20만원이 된다.

그럼 분할비율은 어떻게 구할까? 정해진 기준은 따로 없으나, 대부분(사실상 예외 없이) 존속회사와 신설회사 간 순자산 비율을 구해 분할비율로 삼는다. 현대모비스 전체 순자산(자산-부채)이 1000만원인데, 모듈 및 AS사업에 속하는 순자산이 200만원(20%)이라면, 존속회사 대 신설회사의 자본금 분할은 0.8 대 0.2로 한다. 숫자를 최대한 간단하게 하면 [그림1]과 같다.


대개 상장사를 분할하면 [그림2]처럼 존속회사와 신설회사 모두 재상장을 한다. 홍길동이 현대모비스 주식 10주(총 가치 100만원)를 가지고 있다 하자. 분할로 홍길동은 존속회사 8주와 신설회사 2주를 배정받는다. 지분의 총가치는 변함없이 100만원이다. [그림2]처럼 분할비율을 0.6 대 0.4로 조정해도 마찬가지다.

분할비율을 어떻게 정하든 분할로 주주가치에 변화가 생기지는 않는다. 물론 존속회사와 신설회사가 재상장한 이후에는 달라진다. 주가가 시장거래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분할 전에 비해 손실 또는 이익을 볼 수 있다. 가령 존속회사 주가는 올라 12만원이 되고, 신설회사 주가는 떨어져 8만원이 됐다면, 홍길동의 지분 총가치는 112만원(12만원X8주+8만원X2주)이다.

그런데 현대모비스 분할은 이처럼 회사를 단순 인적분할해 재상장시키는 것이 아니다. 분할사업을 곧바로 현대글로비스에 합병시키는 이른바 ‘분할합병’이다. 분할은 한 회사를 나누는 것이라 상대방이 없다. 그러나 합병에는 상대방이 있고, 합병비율을 정하기 위한 가치평가를 해야 되기 때문에 논란이 일어날 소지가 있다. 지금부터는 일반독자들을 위해 최대한 간단하게 설명한다. A사가 B사를 합병한다고 하자. A사는 B사의 자산과 부채를 흡수하는 대신 소멸하는 B사의 주주들에게 보상(합병대가 지급)을 해야 한다. 거의 대부분 경우 A사가 B사의 기업가치만큼 신주를 발행해준다.


[그림3]에서 A사와 B사의 합병비율은 1 대 0.25다. A사 주당합병가치가 2만원, B사가 5000원이기 때문이다. A사는 주당가치가 4배이기 때문에 신주를 10주만 발행하면 된다. 만약 B사 주당가치가 1만원이라면 합병비율은 1 대 0.5가 될 것이고, B사의 총기업가치는 40만원이다. 따라서 B사 주주들은 A사 신주를 [그림3] 사례의 2배(20주)나 받을 수 있다.


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 분할합병 구조는 [그림4]와 같다. 존속부문(핵심부품사업·투자사업)과 분할부문(모듈·AS부품)간 분할비율은 0.79 대 0.21이다. 자본금(주식 수)도 이에 맞춰 나눴다. 분할만 놓고 보면 현대모비스 주식 100주를 가진 홍길동은 존속부문 79주와 분할부문 21주를 받을 것이다. 분할비율을 0.5 대 0.5로 정한다 해도 주주가치가 달라질 것은 없다. 분할부문 주식을 더 받으면 존속부문 주식을 덜 받게 된다.

다음으로,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 분할부문 간 합병 비율은 1 대 2.92다. 분할부문 주당합병가치가 45만2523원, 현대글로비스가 15만4911원으로 평가된 데 따른 것이다. 홍길동 주주의 현대모비스 분할부문 주식 21주는 합병으로 소각되고 대신 현대글로비스 주식 61주로 보상받는다. 분할비율 0.21과 합병비율 2.92를 곱한 분할합병비율이 0.61로 산출되기 때문이다. 홍길동은 결과적으로 분할합병 전 현대모비스 주식 100주에 대해 현대모비스 존속부문 79주와 현대글로비스 61주를 배정받는 셈이다.

참여연대가 문제 제기를 하는 지점이 이곳이다. 비상장회사라 할 수 있는 분할부문에 대한 가치평가, 그리고 이에 따른 분할부문과 현대글로비스 간 합병비율이다. 참여연대는 정 회장 부자의 지분이 많은 현대글로비스에 유리한 방향으로, 즉 현대모비스 분할부문의 가치를 의도적으로 낮게 평가한 것으로 본다.

참여연대 “현대모비스 분할부문 가치 저평가”

필자는 참여연대 주장, 가치평가를 수행한 삼일회계법인과 현대모비스 측의 반박, 그리고 참여연대의 재반박 자료를 꼼꼼히 살피고 관련 인사들을 접촉해 설명을 들었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거나 논문을 뒤져보기도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렇다. 필자의 경험과 지식을 기준으로 양측 주장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판단하건대, 참여연대의 주장처럼 현대모비스 분할부문에 대한 가치평가가 그렇게까지 불공평하게 진행됐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참여연대는 보고서 서두에서 분할합병비율 0.61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현대차그룹이 현대모비스 분할법인 가치를 현대글로비스 기준시가 15만4911원의 61%인 9만5242원으로 산정했다는 뜻이다.” 필자는 여기서부터 쉽게 수긍이 가지 않는다. 분할부문의 주당 합병가치는 45만2523원으로, 현대글로비스 기준시가 15만4911원의 2.92배라는 사실이 공시에 적시돼 있다. 현대모비스 주주가 분할부문 주식 21주 합병소각에 대한 대가로 현대글로비스 신주를 61주나 배정받는 것은 주당 가치가 현대글로비스 대비 크게 높게 평가됐기 때문이다. 물론 분할부문의 합병 주당가치를 45만원대가 아니라 60만원, 70만원대로 평가했다면 현대글로비스 주식을 더 받을 수는 있겠다. 하지만 “현대글로비스 기준시가의 61%로 산정됐다”고 평가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본다.

현대모비스의 분할부문은 재상장되지 않고 바로 합병되기 때문에 비상장사로 간주된다. 자본시장법과 시행령 등 관련 규정에 따르면 합병에서 비상장기업 가치는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1 대 1.5로 가중평균한다. 이를 본질가치라고 한다. 삼일회계법인이 평가한 분할부문 기업가치는 9조3000억원이다. 영업활동을 통한 미래 잉여현금흐름(영업가치)과 현재 보유현금(비영업가치) 등을 고려한 수익가치가 12조 4000억원이다. 자산가치(직전 연도 자본총계 조정액)는 4조5000억원이다. 이 둘을 가중평균한 수치가 9조3000억원이다.

시민단체 일각에서는 가령 현대모비스 분할부문에 현금자산 1조원을 더 분배했다면 자산가치가 5조5000억원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현대모비스 주주에게 득이 될까? 분할부문에 각각 어떤 자산과 어떤 부채를 얼마나 보낼 것인지를 결정하는 데는 엄격한 기준이 적용된다. 분할부문이 직간접적으로 사용하는 자산과 부채만을 이전하지 않을 경우 적격분할요건 위반으로 대규모 세금이 부과될 수도 있다.

참여연대는 현대모비스의 별도재무제표에 나타난 존속 모비스와 분할부문의 영업이익 비중(5% 대 95%)을 기준으로 존속법인 가치는 8조2000억, 분할부문 가치는 14조9000억원으로 추정했다. 삼일회계법인이 추정한 분할부문 가치 9조3000억원은 매우 과소평가됐다는 이야기다. 삼일회계법인은 이에 대해 “존속모비스는 해외 자회사 실적 등을 포함 시켜야 합리적인 평가가 가능하기 때문에 연결재무제표를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연결 기준 존속모비스와 분할부문 영업이익 비중은 34% 대 66%가 된다는 설명이다. 또한 “비영업가치를 산정할 때 참여연대가 순현금(존속모비스에 분배된 현금은 4조4000억원, 분할부문은 2조 5000억원)을 고려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필자는 삼일 측 주장이 좀 더 설득력이 있다고 보는 편이다. 2022년 이후 영구성장률을 1%로 가정한 데 대해 참여연대는 “최근 3년 매출성장률이 3~4%에 이르는 데도 영구현금흐름을 추정하기 위한 성장률을 1%로 적용한 것은 분할부문 가치를 낮추기 위한 과소추정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필자의 기억으로 가치평가에서 영구성장률을 2% 이상 가정한 사례를 본 적은 없다. 최근 몇 년 간 매출성장이 3~4%라 해서 이를 영구성장율의 기준치로 쓰는 것은 무리한 수준으로 보인다. 실무에서는 통상 0~2% 적용이 일반적이다. 삼일 측에 따르면 최근 5년 간 국내 비금융업체 합병시 영구성장률 적용사례를 전수조사한 결과 19건 가운데 10건이 1%, 8건이 0%였다. 0%라는 것은 잉여현금흐름 추정 5개 연도의 마지막 해인 2022년의 세후영업현금흐름이 영구히 지속된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가치평가 방법 개선은 필요

필자는 가치평가 방법을 개선해야 한다는 참여연대의 주장에는 공감한다. 존속회사와 분할회사 가치평가에서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방법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고 보는 편이다. 일부 전문가들이 주장하는 대로 특히 수익가치 평가를 할 때 현금흐름할인법(DCF) 일변도에서 벗어나 초과이익 할인모형 등 다양한 기법을 사용하고, 각 평가결과를 종합한 평균치를 활용하도록 규정하는 게 객관성을 높일 수 있는 길이라는 데도 공감한다. 이것이 가능해지려면 금융당국의 제도와 규정 개정, 정비가 선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1432호 (2018.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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