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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수도권 신도시 상가] 高분양가에 지하철 개통까지 늦어져 ‘몸살’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개발 기대감에 분양가 높인 게 주요 원인…경기 침체,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영업자도 줄어

▎수도권의 한 신도시 중심상업지구에 들어선 상가 빌딩. 준공한 지 몇 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점포 상당수가 비어 있다.
신도시 조성이 막바지에 이른 경기도 하남시 미사강변도시. 신도급으로 개발된 택지개발지구로 주거환경이 쾌적하고 서울 접근성이 좋아 주거지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덕에 아파트값도 최초 분양가보다 3억~4억원 이상 올랐다. 그런데 아파트와 달리 상업시설은 상황이 정반대다. 특히 중심상업지구 내 상가는 상당수가 비었다. 심지어 건물 전체가 공실인 상가 건물도 곳곳에 눈에 띈다. 중심상업지구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사장은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 이상 공실인 상가가 수두룩하다”고 전했다. 서울 강남 대체신도시로 개발된 서울 위례신도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말끔히 지어진 건물 저층에 위치한 상가는 대부분이 비었다. 서울 지하철 8호선 위례역(가칭) 인근에 지어진 한 오피스텔 단지 내 상가는 200여 점포 중 140여 점포가 임차인을 구하지 못했다. 입점률이 30% 정도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위례신도시 중심상업지구인 트랜짓몰(노면 전철인 트램을 따라 형성된 상권)도 상권 침체로 공실이 적지 않다. 아파트 입주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면서 가격이 수억원씩 오른 것과는 대조적이다.

렌트프리에 마이너스 프리미엄까지 등장


위례신도시·미사강변도시 등 수도권 주요 택지개발지구 상가가 ‘유령상가’가 돼가고 있다. 경기도 화성시 동탄2신도시, 수원시 광교신도시, 남양주시 다산신도시·별내지구 등 수도권 2기 신도시 대부분의 지역이 마찬가지다. 상가가 몰려 있는 중심상업지구는 물론 신도시 주거시설 주변의 상가까지도 공실로 허덕이고 있다. 상가 공실이 늘어나자 일정기간 임대료를 받지 않는 ‘렌트프리’ 상가도 등장했다. 렌트프리 기간은 2개월이 보통이다. 그러나 지하층이나 상권이 좋지 않은 곳은 6개월 간 월세를 받지 않아도 임차인을 구하기 쉽지 않다는 게 현지 부동산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 1분기 전국 중대형 상가의 공실률은 10.4%로 지난해 4분기보다 0.7%포인트 증가했다. 소규모 상가 공실률도 4.7%로 전 분기보다 0.3%포인트 늘었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최근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일부 지역의 주력사업 침체 등으로 폐업하는 매장이 늘면서 빈 상가도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임대가 안 되다 보니 분양가 수준이나 그 이하에라도 처분하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 신도시마다 중심상업지구 상가의 경우 분양가보다 수천만원 싸게 내놓은 이른바 ‘마이너스 프리미엄’ 상가 매물이 쌓이고 있다. 몇 달째 임대를 하지 못하자 상가 투자자들이 대출금을 감당하지 못해 분양가 이하로 내놓는 것이다. 위례신도시의 경우 분양가 10억원짜리 상가는 5000만∼6000만원, 20억원짜리 상가는 분양가보다 1억원 이상 저렴한 매물이 적지 않다. 미사강변도시·동탄2신도시 등지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 마저 거래가 안 된다. 미사강변도시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인기 있는 1층 자리 중에 분양가보다 10% 정도 싸게 나온 급매물도 있는데 한 달이 넘도록 안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상가 분양에 들어간 다산신도시는 아예 분양가보다 5~10% 싸게 할인 분양을 하고 있다. 상가 대부분이 3.3㎡당 4000만~5000만원대에 분양가가 책정됐는데, 미분양이 늘자 수천만원씩 할인해 팔고 있는 것이다.

신도시 상가가 유령상가가 된 가장 큰 이유는 고(高)분양가 때문이다. 최근 몇 년 간 저금리 바람을 타고 수익형부동산시장이 활황세를 보이자 분양가를 확 높여 판 것이다. 미사강변도시 상가는 1층 기준 분양가가 3.3㎡당 5000만~5500만원 선이었다. 일부 상가는 3.3㎡당 6000만원을 넘기도 했다. 동탄2신도시도 인근 동탄1신도시보다 3.3㎡당 1000만~2000만원 비싼 3.3㎡당 5000만∼6000만원 선에 분양됐다. 위례신도시 트랜짓몰 주변 상가 분양가는 2014~2015년 3.3㎡당 최고 1억원에 육박했다. 10년 전 위례신도시 상가 1층 가격이 3.3㎡당 3000만원 선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약 2.5배 수준으로 뛴 금액이다. 분양가 자체가 비싸다 보니 상가 투자자들은 임대수익을 내기 위해 임대료를 높일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공실이 생기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 상가 전문가는 “개발 호재만 믿고 너무 비싸게 분양한 것이 문제”라며 “임대료를 맞춰줄 임차인이 없다 보니 이미 준공된 상가도 고스란히 비어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정작 신도시 입주에 맞춰 개통할 예정이던 지하철 등은 사업 지연으로 늦어지고 있다. 미사강변도시 중심상업지구는 당초 올해 말 서울 지하철 5호선 미사역이 개통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개통이 내년으로 연기됐다. 위례신도시 개발의 핵심인 트램은 착공도 못했고, 이미 완공됐어야 할 위례역은 최근에야 사업이 본격화하고 있다. 예정대로라면 공사가 한창이어야 할 위례~신사선 경전철 사업은 이제야 걸음마를 뗐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위례신도시 상권은 트램 노선을 축으로 조성되는데 트램 사업이 표류하고 있고 위례~신사선 경전철도 지연되면서 외부인이 위례로 들어와 소비할 여건이 되지 않고 있다”며 “위례는 상가 공급량이 워낙 많은 데다 사실상 베드타운이 돼 버려서 상권 활성화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산신도시도 서울 지하철 8호선 연장선이 당초 2022년 개통 예정이었으나 1년 이상 지연될 전망이다.

경기 침체,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자영업자가 줄고 있는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한국고용정보원이 고용보험 가입자를 기반으로 조사한 ‘사업장 성립소멸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 문을 닫은 자영업자는 14만9300명으로 새로 문을 연 자영업자 7만1900명의 두 배 수준을 넘어섰다. 상가정보 연구소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상권분석시스템을 분석한 결과도 비슷하다. 지난해 하반기 전국 8대 업종 폐업률은 2.5%인 반면 창업률은 2.1% 선이었다. 경기 침체 등으로 자영업자의 대출 연체율은 상승세로 돌아섰다. 금융권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4대 시중은행의 평균 자영업 대출 연체율은 0.245%로 작년 12월 말(0.2%) 대비 0.045%포인트 상승했다. 그동안 자영업 대출 연체율은 지속적으로 감소 추세였지만 올해 1분기 상승 전환한 것이다.

배후수요 입주율 등 꼼꼼히 따져야

전문가들은 대출 금리가 상승세인 데다 주택 경기마저 위축되고 있어 신도시 상가 투자자들이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한다. 주택 경기 침체로 신도시 입주율이 떨어지면 그만큼 배후 수요가 줄기 때문이다. 수익형부동산 특성상 대출 금리가 오르면 그만큼 임대수익률은 감소하게 된다. 한 상가 전문가는 “동탄2신도시의 남동탄만 해도 7만 가구가 입주하는데 현재 분양가보다 수천만씩 싼 분양권이 수두룩한 상황에서 과연 입주가 제대로 잘 될지 걱정”이라며 “아파트 입주가 더디면 상권 활성화는 더욱 늦어지기 때문에 투자자나 임차인들이 이런 리스크를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는 “신규 분양 상가의 경우 분양가는 적정한지, 주변 배후수요가 될 아파트 입주율은 높은지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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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3호 (2018.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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