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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건국대 스마트팩토리] 아이디어 들고 가니 제품이 뚝딱 

 

함승민 기자 sham@joongang.co.kr
3D프린터, 가상현실 기기, 금속·목공장비 갖춰…시설 활용 관련 교육 프로그램도 마련

▎학생들이 신공학관 스마트팩토리 VR실에서 VR기기를 착용하고 항공조종 컨텐츠를 체험하고 있다.
건국대 3학년 김민수씨는 자동차 사고에서 2차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사망률도 높다는 뉴스를 듣고 한 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사고 발생 때 설치하는 안전삼각대에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접목시킨다는 생각이었다. 사용자의 스마트폰과 연동해 후방에서 접근하는 차량정보를 알려주고, 자동으로 119 등 관제센터에 위치정보를 전송하는 ‘스마트 안전삼각대’를 만드는 것이다.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뜻이 맞는 친구들을 모아 지난해 창업동아리 ‘래피렌’을 만들었다. 교내 공모전을 통해 150만원 정도의 지원금을 받고 본격적인 제품 제작에 들어갔다. 이때 김씨기 찾아간 곳은 건국대가 새로 마련한 ‘KU 스마트 팩토리’. 이곳에서 레이저 커터와 밀링머신 사용법에 대한 간단한 교육을 받은 후 각종 장비를 활용해 시제품을 완성시킬 수 있었다. 김씨는 “단순히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말하는 것과 그것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것 또는 실제로 제작하는 것은 천지차이”라며 “창업을 현실화하는 데는 지원 환경이 중요한데, 교내에 재료만 가져가면 거의 모든 걸 가공할 수 있는 스마트팩토리가 있어서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건국대는 지난해 5월 ‘KU 스마트팩토리’를 만들었다. 스마트팩토리는 학생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공유하며 더 나아가 이를 직접 제조해볼 수 있는 공간이다. 전공 학생들만 사용할 수 있던 기존 연구시설과 달리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오픈랩(Open Lab)’ 형태다. 미국 MIT ‘팹랩(Fab Lab)’과 독일 뮌헨공대의 ‘메이커 스페이스(Maker Space)’를 벤치마킹했다. 팹랩이나 메이커스페이스는 시제품 및 공예품을 만드는 사람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3D프린터, 레이저커터 등을 갖춘 일종의 공동작업실이다. 메이커에게 고가의 장비를 제공하고, 이들이 모여 실제 제품을 만들며 서로의 지식을 교류하는 장이다. 최근에는 일반인들의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3D프린팅과 이를 활용하는 데 필요한 기술교육을 실시해 창의적 생각이 구체적인 제품으로 이어지도록 지원하는 기능도 겸비하고 있다.

MIT ‘팹랩’, 뮌헨공대 ‘메이커스페이스’ 벤치마킹


▎학생들이 신공학관 스마트팩토리 드론운영시험장에서 직접 드론을 조종해보고 있다.
국내 대학에서는 서울대와 한양대 등도 메이커 스페이스를 운영하고 있지만 건국대의 스마트팩토리는 국내 최대 규모다. 고가의 장비가 많아 학부생의 접근이 어려웠던 기존 메이커 스페이스의 접근성을 크게 높인 것도 장점이다. 건국대는 40억여원을 들여 신공학관 1층의 6m가 넘는 높은 층고를 복층으로 활용해 1250여㎡ 공간을 확보하고, 가상현실(VR)실, 서버실, 전기전자·아두이노실, 금속장비실, 목공장비실, 가공실, 3D프린터실, 설계실, 무한상상실, 드론운영시험장 등의 다양한 모듈을 스마트 팩토리에 배치했다. 공간마다 VR시스템부터 3D프린터·스캐너, 선반, 밀링머신 등 최첨단 장비를 구비했다. 건국대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까지 건축비용을 제외하고 시설과 장비를 마련하는 데만 약 6억원을 투자했다.

3D프린터실은 다양한 모델을 출력해 학생들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손에 잡히는 제품으로 만들 수 있는 곳이다. 김남수 건국대 기계공학과 교수는 3D 프린터실 구성에서 특히 신경을 쓴 점으로 대중적 제품의 장비를 마련했다는 점을 꼽았다. 강도가 높아 하중을 받는 부품을 출력하는 데 많이 활용되는 FDM 방식과 출력물의 표면이 매끄러워 프라모델이나 액세서리 등의 출력에 많이 사용되는 DLP 방식의 프린터가 각각 4대씩 구비돼 있다. 작은 제품부터 다양한 크기의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3D프린터 크기도 다양하다.

VR실은 크게 두 개의 공간으로 나뉘어 있다. 한 곳은 VR기기를 체험하며 창의적인 콘텐트와 기술을 개발하는 공간이다. VR기기를 착용하고 방 전체를 걸어 다니며 체험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또 다른 곳에는 대형 입체 디스플레이, 3차원 VR 프로젝션 월 등 최첨단 장비를 구비해 여러 명이 VR를 동시에 체험하고 대형 데이터를 직접 분석하고 활용할 수 있다. 올해는 ‘모션플랫폼’까지 구축할 계획이다. 모션플랫폼은 항공우주, 비행기·자동차 제작, 영화,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VR과 접목돼 사실적인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장비다.


▎학생들이 신공학관 스마트팩토리 3D프린터실에서 3D프린터로 출력한 제품을 확인하고 있다. / 사진:건국대학교 제공
금속·목공장비실에는 학생이 원하는 장치를 제작·가공할 수 있는 장비가 모여 있다. 선반, 밀링머신, 드릴링머신, 금속 밴드쏘, 금속 가공용 손공구 세트, 테이블 쏘, 자동대패, 수압대패, 벨트샌더 등 각종 공구가 완비돼 있다. 기초적인 장비들이지만 과거에는 학교 외부에서나 할 수 있던 작업을 이제는 학교 스마트팩토리에서도 할 수 있다는 데 의미가 크다. 3D프린터실과 연계돼 있어 직접 손으로 만들기 어려운 부품은 3D 프린터로 제작할 수 있다. 전기전자·아두이노실은 전자제어 시스템을 직접 구현할 수 있는 공간이다. 태양전지 등 에너지 분야 실험에 꼭 필요한 장비가 잘 갖춰져 있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예술대학 학생도 이 장비를 이용해 자신의 작품을 구현할 수 있다. 전기전자 실험에 필요한 납땜을 하다 보면 인체에 유해한 연기가 나오는데 이를 즉각 차단하기 위해 실험대마다 스탠드 전등 모양의 이동형 환풍기를 설치했다.

우수 제작품 뽑아 창업 지원도


▎학생들이 신공학관 스마트팩토리 무한 상상실에서 창업 아이디어 도출을 위한 토론을 펼치고 있다.
스마트팩토리는 학생 누구나 간단한 교육만 받으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진입장벽도 낮추고 있다. 스마트팩토리에서는 매주 두세 번씩 수업이 열린다. 수업 내용은 주로 3D프린팅과 제품 제작 등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내용이다. 반지·가구·피아노 등 다양한 제품을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다. 수강료는 무료다. 3차원 영상강의와 캡스톤 디자인(capstone design) 등 기존 강의실에서는 장비가 마땅치 않아 할 수 없었던 실습도 이곳에서 진행한다. 캡스톤 디자인은 산업 현장의 수요에 맞는 기술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창의적 종합 설계’라고도 한다.

스마트팩토리는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창업할 수 있도록 돕는 시설이기도 하다. 학생들이 만든 제작품 중 우수작은 창업까지 이어지도록 지원한다. 김선주 건국대 공과대학장은 “학생들의 다양한 상상을 직접 실험해볼 수 있는 곳으로 아이디어가 창업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1434호 (2018.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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