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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진 기자의 ‘라이징 스타트업’(26) | 런스팀에듀센터] 부모가 코딩 교육에 분명한 철학 가져야 

 

최영진 기자
한국 첫 로봇 코딩 교육센터로 주목 … 온라인 교육 시스템 마련해 외연 확대

▎지난 5월 8일 런스팀에듀센터 분당점에서 만난 전상현 대표가 마인드스톰의 장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사진:지미연 객원기자
1980년대 초반 경남 마산의 한 동네에 컴퓨터 학원이 생겼다. 초등학교 5학년인 한 아이가 겁도 없이 학원 문을 열고 들어갔다. 친구 집에서 봤던 신기한 컴퓨터를 보고 싶어서였다. 컴퓨터 학원 선생님은 컴퓨터를 신기하게 보고 있던 학생에게 “친구 데려오면 공짜로 수업 듣게 해줄게”라고 말했다. “알겠다”는 대답을 하고 컴퓨터의 세계에 빠졌다. 친구를 데려온다는 약속은 지키지 못했다고 한다. 그렇게 아이는 운이 좋게도 초등학생 때부터 컴퓨터의 세계에 빠졌다. 시기도 좋았다. 중학교에 들어가니 컴퓨터부가 있었다. 서울대 사범대학 교육학과에 입학한 후에는 과에서 컴퓨터 전문가로 소문이 날 정도였다. 그는 “대학 때 컴퓨터로 용돈을 많이 벌었다”고 말할 정도. 서울대 학생이라면 보통 과외로 학비와 용돈을 벌던 시기, 그는 몇 개월 해보고 과외 선생을 그만뒀다. 재미가 없어서였다. 대신 서울 용산에서 부품을 사고 조립 컴퓨터를 팔았다. “그 당시에 한 대 팔면 10만~20만원이 남았다”라고 말했다. 심지어 교수들도 그에게 컴퓨터 조립을 부탁할 정도였다. 3학년이 되니 학교에 중앙전산실이 생겼다. 프로그래밍도 할 줄 아는 문과 학생이었다. 내친 김에 3학년 때 복수전공으로 컴퓨터공학을 선택했다. 아쉽게도 학점을 이수하지 못했다. 시험 점수를 따기 위해 프로그래밍을 하는 것은 체질에 맞지 않았던 탓이다.

레고 마인드스톰 보고 코딩 교육 가능성 느껴

학교 졸업 후 그는 자연스럽게 초등학교 교사가 아닌 엔지니어로 사회에 발을 디뎠다. “교생 실습을 나갔는데, 아이를 가르친다는 게 나와 맞지 않다고 느꼈다”라고 교사 생활을 포기한 이유를 밝혔다. 1998년에는 국내 최초로 모바일 3D 엔진을 개발했고, 2000년에는 인터넷 서점 알라딘의 시스템을 설계·개발하는 총책임 팀장으로 일했다. 쉽게 말해 엔지니어 분야에서 실력자로 인정받은 것. 2003년 꿈의 연봉인 1억원을 받는 엔지니어로 등극했다. 잘 나가던 엔지니어는 2006년 갑자기 일을 그만두고 영재학교 대비 수학 강의를 시작했다. “엔지니어로서의 꿈이 사라졌기 때문”이라는 말로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기업의 경영 논리 때문에 개발자가 강력하게 추진했던 프로젝트가 망가지는 것을 보고 개발자의 삶에 회의를 느꼈기 때문이다.

지금은 다시 엔지니어로 돌아왔다. 아니 아이들에게 코딩을 교육하는 엔지니어이자 강사로 살아가고 있다. 2013년 한국에서 처음으로 로봇 코딩 교육센터인 런스팀에듀센터를 개설한 전상현(49) 대표 이야기다. 런스팀에듀센터는 현재 1호점인 강동점을 시작으로 분당점, 대치점, 부산점 등 4개 센터로 확장했다. “왜 다시 코딩의 세계로 돌아왔나”라는 질문에 “나에게 수학 강의를 듣던 초등학생 한 명이 로봇을 가지고 와서 코딩을 가르쳐 달라고 했다”면서 “레고가 개발한 코딩 로봇 마인드스톰이었는데, 아이들이 흥미롭게 코딩을 배울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답변했다.

그가 런스팀에듀센터를 처음 만들었던 때는 코딩 교육이라는 말도 없었던 때다. 코딩이 의무교육이 될 것이라고는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시기이기도 하다. 전 대표는 “코딩 교육의 목적은 아이들의 창의력을 키워주는 데 있다”면서 “로봇을 이용하면 아이들은 재미있게 코딩의 세계를 접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시작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인드스톰 코딩 교육의 효과를 직접 실험해보기로 했다. 센터를 만들기 전에 12명의 학생에게 로봇 코딩 교육을 해봤다. 그는 “로봇을 가지고 교육을 하니까 아이들의 집중도가 확 달라졌다”면서 “돈을 벌겠다는 생각보다 아이들에게 코딩의 재미를 알려주고 싶어서 이 시장에 도전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을 엔지니어의 세계로 돌아오게 한 레고의 마인드스톰에 주목했다. 코딩 로봇인 마인드스톰은 역사가 18년이나 된다. 마인드스톰을 작동하게 하는 프로그램은 MIT 미디어랩과 레고가 함께 개발했다. 전 대표는 “레고의 강점은 아이들이 쉽게 로봇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라며 “로봇을 만들면 레고가 제공하는 코딩 프로그램을 가지고 로봇을 동작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전문적인 코딩 실력을 갖추고 있는 학생들은 마인드스톰을 가지고 다양한 실험도 할 수 있는 확장성도 있다.

로봇 코딩 교육 교재 직접 만들어

레고는 마인드스톰을 이용한 로봇 대회를 매년 열고 있다. 다양한 장애물과 과제를 몇 분 안에 완수하는 대회다. 이 대회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팀을 꾸리고 대비를 해야 한다. 코딩 실력뿐 아니라 팀워크까지 필요하다. 그는 “세계에서 보통 3만여 팀 넘게 도전하는데, 인원으로 따지면 30만 명이 넘는 학생들이 도전하는 셈”이라며 “한국에서는 예선에 300여 팀 정도가 도전하는데, 우리 센터 출신 아이들이 매년 본선에 진출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2분 30초 안에 10여 개가 넘는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창의력이 많이 필요한 대회”라고 덧붙였다.

처음 센터를 만들 때는 유일한 로봇 코딩 교육센터였지만, 지금은 로봇을 이용한 코딩 교육센터가 늘어나고 있다. 전 대표는 학부모가 코딩 교육에 대해 철학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AI 시대에는 컴퓨팅 사고가 필요하고, 이 때문에 코딩 교육이 필요하다”면서 “주의해야 할 점은 아이들에게 처음부터 베이직·파이선 등 같은 코딩을 가르치면 흥미를 잃기 쉽다”고 조언했다. 그는 강의를 듣는 아이들에게 흥미와 창의성을 살려주기 위해 직접 교재도 개발했다. 전문 교재가 없어서 교수 등 전문가를 직접 찾아다니면서 만들었다고. “그때 교육학 전공을 하길 잘했다고 처음 느꼈다”며 웃었다.

센터가 4곳으로 늘어나고 인기가 높아지면서 그는 새로운 고민을 하고 있다. 로봇 코딩의 대중화다. 전 대표는 “로봇과 코딩의 재미를 대중화하는 데 센터는 한계가 있다”면서 “좀 더 쉬운 접근과 보편화를 위해 ‘온라인 로봇 코딩 교육 시스템’ 마련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교육 시스템을 마련하기 위해서 투자 유치도 시도할 계획이다. 그는 “올해 목표는 로봇 코딩 교육의 외연을 확대할 것”이라며 “코딩 기술이 아닌 코딩을 하는 이유를 아이들에게 대중적으로 가르쳐주고 싶다”고 말했다.

1436호 (2018.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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