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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맥짚기] 자동차·철강·조선업 고전 가능성 

 

이종우 증시칼럼니스트
엔화 대비 원화 강세 현상…원·헤알화 환율, 사상 최저치 밑돌 수도

▎5월 17일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 해양사업부의 골리앗 크레인과 울산 동구가 해무에 덮여 있다. 현대중공업은 수주 절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원화가 엔화 대비 강세를 보이면서 조선업이 타격을 입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달러 인덱스(dollar index)라는 게 있다. 유로·엔 등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의 평균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다. 2016년 12월에 103을 고점으로 하락하기 시작해 최근 89까지 내려왔다. 1년 반 사이에 달러화 가치가 13% 가까이 떨어진 것이다. 4월 중순부터 상황이 바뀌었다. 달러 인덱스가 한 달 사이에 4.7%나 올랐다. 최근 상승은 1년 반에 걸친 하락과 4개월 동안의 횡보를 이겨낸 후 시작된 것이어서 시사하는 바가 더 크다.

미국 금리 상승으로 달러 강세

미국과 여타 선진국의 금리 움직임이 다른 게 달러가 강해진 첫 번째 원인이다.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이 3.1%까지 상승했다. 2013년 버냉키 당시 미 연준 의장이 금리 인상을 처음 얘기했을 때 시장 금리가 2%대 후반까지 오른 적이 있었다. 이번 상승으로 이 수준을 확실히 넘었다. 여러 차례 시도 끝에 미국 시중금리가 3%대에 안착했다는 점과 미국 경제가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당분간 금리가 3% 밑으로 떨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와 달리 유럽과 일본의 금리는 뚜렷하게 상승하지 않고 있다. 실물경기가 약세를 보여서다. 연초 이후 미국 금리가 0.7% 오르는 동안 독일과 영국은 미국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0.2~0.3%, 일본은 0.01% 상승에 그쳤다. 금리가 낮은 쪽에서 높은 쪽으로 돈이 움직인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달러 가치가 강해지는 게 당연하다. 시장에서는 지난해에도 지금과 상황이 비슷했지만 결국 달러가 약세였다는 사실을 근거로 조만간 달러 강세가 끝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에 달러가 약세였던 건 경제 상황보다 트럼프노믹스가 차질을 빚을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가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미국의 금리 상승이 뚜렷해지면서 달러 강세가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 됐다.

최근 공개된 미국의 금융정책도 달러를 강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 연준이 빠른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인플레가 생각보다 심하지 않아 금융정책을 정상화하는 데 거리낄 게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올해 말 미국 기준금리는 지금보다 0.5~0.75% 높은 2.00~2.25%가 될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2~3차례 금리를 더 인상할 거란 의미다. 지난해보다 금리 인상 횟수가 많다. 이와 달리 다른 선진국은 올해 중에 금리를 올리기 힘들 걸로 보인다. 일본은 아베노믹스 지원을 위해 낮은 금리와 유동성 공급을 계속해야 한다. 유럽은행이 통화정책 정상화를 선언했지만 유럽 국가들은 여전히 금리 인상보다 유동성 공급을 줄이는 테이퍼링에 주력하고 있다. 내년부터 미 연준의 자산 축소가 시행되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경기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 조심스럽게 접근하겠지만 단순히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것보다 금융정책 정상화에 한 보 더 다가선다는 점에서 달러 강세 요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유동성이 미국의 자산으로 몰리고 있는 점도 달러 강세에 도움이 된다. 지난 몇 년 간 미국 금융자산은 다른 곳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주가가 유럽 주요국보다 두 배 이상 올랐고, 금리가 높아져 채권의 매력도 커졌다. 이런 상황이 당분간 계속될 텐데, 자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만큼 달러에 대한 선호도도 높아질 것이다.

원화는 달러 강세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았다. 지난 한 달 원·달러 환율은 1060~1080원 사이를 벗어나지 않았다. 같은 기간 엔화가 107엔에서 110엔으로, 유로화는 1.24달러에서 1.17달러로 절하된 것과 비교된다. 원화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유지한 건 남북 관련 이벤트 때문이다.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 일정이 잡히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이 줄어들 거란 기대가 커졌다.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진 건데 그 효과가 환율에 나타났다. 북미 정상회담이 끝난 후 원화가 약해질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원·달러 환율이 다시 1100원까지 올라갈 수도 있다. 환율은 궁극적으로 이벤트보다 경제 상황에 따라 좌우되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원화 약세는 단기에 그치고 달러를 제외한 다른 통화에 대한 강세를 유지할 걸로 판단된다.

원화가 달러를 제외한 다른 선진국 통화에 대해 강세를 기록 중인 상황은 주식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까? 환율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일정치 않다. 주식시장에서는 원화가 절하되는 게 주가에 도움이 된다고 믿고 있는 투자자들이 있다. 수출이 우리 경제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는 걸 고려할 때 원화가 절하되는 게 절상되는 것보다 기업 매출을 늘리는 데 좋기 때문이다. 수출 제품을 만들기 위해 중간재를 도입하는 비용이 늘긴 하지만, 그보다 매출이 더 크게 늘어 이익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현실이다. 원화가 약세일 때 주가가 올라갈 거란 전망과 달리 실제는 원화가 강세일 때 주가가 오른 경우가 더 많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원화는 국내 경기가 비교국보다 좋을 때 강세가 된다. 원화가 강할 때 수출이 감소해 주가를 끌어내리지만, 원화가 강세가 될 정도로 경제가 좋은 부분이 주가를 끌어올려 원하 강세와 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원화가 강해진 이유도 주가에 영향을 미친다. 경제가 좋아서 원화가 강세가 될 경우와 이벤트에 의해 강세가 될 경우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진다. 경제가 좋아서 원화가 강세가 될 때에는 주가가 오르지만 이벤트에 의한 경우는 주가가 하락한다. 자기 실력 이상으로 환율이 강해져 대외 경쟁력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현재 원화 강세는 우리 경제가 좋아서가 아니다. 원화 강세가 주가를 올리는 역할을 할거란 전망을 하기 힘든 이유다. 이번 원화 강세의 영향은 시장 전체보다 개별 종목에 국한해 나타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자동차와 철강, 조선 업종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원화가 단숨에 엔화 대비 4% 이상 절상됐다. 일본과 경합관계에 있는 업종이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큰데, 앞의 업종이 대표적이다.

신흥국 채권 투자 유의해야

앞으로는 환율의 영향을 측정하는 범위를 주식에서 다른 자산까지 넓혀야 한다. 특히 신흥국 채권 투자는 주의가 필요하다. 지난 한 해 우리 투자자들은 4조원어치의 브라질 국채를 사들였다. 올해도 4월까지 7000억원의 매수를 기록했다. 브라질 국채를 둘러싼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최근 원·헤알화 환율이 280원대까지 떨어졌는데, 역사상 최저인 2015년 286원에 근접하는 수치다. 해당 채권을 새로 매수하려는 투자자들에게는 매력적이지만 이미 보유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고통스러운 상황이다. 최근 원·헤알화 약세는 헤알화 약세와 원화 강세가 맞물린 결과다. 5월 말 현재 달러당 헤알화 환율은 3.7헤알을 기록하고 있다. 2015년 최고치 4.2헤알보다 낮다. 헤알화가 추가로 약해질 여지가 있다. 원화가 지금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브라질 대선에 따른 불안으로 헤알화가 더 절하될 경우 원·헤알화 환율이 사상 최저치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 브라질 대선이 10월이어서 앞으로 시간이 많이 남아 있다.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투자가 늘면서 환율의 영향이 달라졌다. 원화 강세가 외국인 순매수에 미치는 영향 이상으로 우리 투자자들이 가지고 있는 해외 자산의 가격이 어떻게 변하는가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1436호 (2018.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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