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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맥짚기] 당분간 대형주보다 중소형주 유망 

 

이종우 증시칼럼니스트
미 증시 조정, 금리 인상 여파로 주가 박스권 … 신흥국 경제위기설도 악재

▎아르헨티나가 국제통화기금(IMF)에 300억 달러의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사진은 지난 5월 11일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한 환전소 앞의 모습. / 사진:연합뉴스
신흥국에서 경제위기가 발생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힘을 얻고 있다. 몇몇 신흥국에서 이상신호가 발생한 게 원인이다. 아르헨티나가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300억 달러에 달하는 자금 지원을 받았다. 터키 리라화 가치는 금리 인상에도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런 상황은 다른 나라로 번져 원화 대비 브라질 헤알화가 2015년에 기록했던 저점 밑으로 내려왔다. 신흥국 위기 수준을 측정하는 지수가 2011년 남부 유럽의 재정위기 때와 맞먹을 정도로 악화됐다.

아르헨티나·터키·브라질 등 이상신호

왜 신흥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갑자기 커졌을까? 근본적으로는 경제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브라질·터키·멕시코 같은 주요 신흥국 중에 경제성장률이 3%를 넘는 나라가 없다. 높은 성장이란 신흥국 경제의 장점이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대외 수지도 사정이 비슷하다. 지난 몇 년 동안 낮은 자원 가격 탓에 신흥국의 무역수지 흑자가 줄어들었다. 그동안은 글로벌 자금이 신흥국으로 몰려 외화 부족 상황을 극복할 수 있었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면서 이런 구조가 통하지 않게 됐다.

어떤 나라에서 돈이 빠져 어디로 들어가느냐를 좌우하는 핵심 요인은 금리다. 비슷한 수준의 국가 사이에서는 금리가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돈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자연이자율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자연이자율은 물가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저축과 투자를 엇비슷하게 유지해 주는 이자율 수준을 말한다. 한 나라 경제가 균형 상태에 있을 때 형성된 이자율과 비슷한 개념으로 생각하면 된다. 만약 특정 국가의 시장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을 뺀 실질시장금리가 자연이자율보다 낮다면 자금이 해외로 빠져 나가게 된다. 시장에서 형성된 금리가 균형 수준보다 낮기 때문이다. 반대로 실질시장금리가 자연이자율보다 높으면 금리에 대한 매력이 높아져 해외로부터 자금이 들어온다.

자연이자율을 정확하게 측정할 순 없지만, 미국의 시장금리가 자연이자율보다 높을 가능성이 있는 유일한 국가라는 건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지난 3년 동안 금리가 꾸준히 상승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금리차가 커진 상황에서 연준이 유동성 흡수에 나섰고, 이 흐름이 다시 자산시장에 반영돼 달러가 강세가 됐다. 모두 신흥국에서 자금 이탈을 촉진하는 요인들이다.

1980년 이후 미국의 시장금리가 자연이자율을 상회한 경우가 네 번 있었다. 1980년대 중반과 1989~1991년 사이, 1995~1999년 초까지 그리고 2006년 하반기~2009년까지가 거기에 해당한다. 각 기간 모두 평범한 경기순환 국면이 아니었다. 첫 번째인 1980년대 초반은 중남미에서 외채 위기가 발생한 때였고, 두 번째인 1990년 전후는 미국에서 주택대부조합 위기가 발생한 기간이었다. 1990년대 중후반은 중남미와 아시아에서 외환위기가 발생했으며, 2008년 전후는 미국에서 금융위기가 초읽기에 들어간 시기였다. 선진국에서 발생한 경제적 변화가 신흥국에서 위기로 발전했거나 신흥국 자체에서 위기가 발생한 경우에 해당한다.

시장에서는 현재 미국의 자연이자율이 0.0~0.5% 사이에 위치하고 있는 걸로 보고 있다. 금융위기 이전에 2%대 중반에 비해서는 상당히 내려왔다. 실질시장금리는 -0.5% 정도로 수 차례 금리 인상에도 아직 자연이자율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금리만 놓고 보면 여러 불안 요인에도 신흥국이 집단적으로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크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아직은 아르헨티나에서 시작된 위기가 터키를 거쳐 자원수출국 전체로 확산되지 않을까 우려할 필요가 없다.

문제는 미래다. 시장에서는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때 연준이 금리를 올림과 동시에 올해 네 번의 금리 인상을 공식화할 거라 보고 있다. 이런 인상 속도가 유지된다면 올해 말이나 내년 상반기에 미국의 시장금리가 자연이자율보다 높아지게 된다. 신흥국 경제가 위기에 빠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신흥국에서 위기가 발생하더라도 우리 경제가 위기에 빠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외환위기가 발생하고 20년이 지나는 동안 우리 무역수지가 적자를 기록한 건 17개월 밖에 되지 않는다. 특수한 경우 외에는 항상 무역흑자가 유지돼왔다는 의미가 되는데, 무역 구조가 외환위기 이전과 달라졌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 덕분에 외환보유액이 4000억 달러까지 늘었다. 어떤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대비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 건데 5월에 신흥국에 대한 우려가 높았을 때에도 원화가 강세를 유지할 수 있었던 동력 역할을 했다.

주가는 위기 가능성과 별개로 움직이고 있다. 신흥국과 비슷한 모습으로 연초 이후 종합주가지수가 2350과 2600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장기 횡보 국면을 뚫고 나오면 주가가 크게 올랐던 과거 흐름과 맞지 않는 형태다. 주가가 6년에 걸친 박스권을 뚫고 나온 후 1년도 안돼 그보다 약간 높은 지수대의 박스권에 다시 갇혀 버린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제기될 정도다.

주가가 이런 모습이 된 건 상당 부분 미국 시장에 책임이 있다. 미국 시장이 세 번째 조정국면에 들어가면서 우리 시장도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2009년 시작된 미국의 주가 상승이 2년 간 계속된 후 2011년에 마무리됐다. 그리고 2011년에 고점 대비 18% 정도 떨어질 정도로 하락을 겪었다. 2012~2014년에 주가가 다시 올라 지난 10년 간 상승에서 가장 큰 호황을 경험했다. 2015년에 이 국면이 끝나고 1년 간 다시 조정을 겪은 후, 2016년부터 작년까지 세 번째 상승이 있었다. 지금 시장은 세 번의 상승이 끝나고 조정에 들어간 상태인데 연초 이후 5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2011년이나 2015년 같이 주가와 금리가 훨씬 낮을 때에도 미국 시장이 한번 조정에 들어가면 1년 넘게 약세를 면치 못할 정도였는데 지금은 당시보다 상황이 더 좋지 않다. 과거에 비해 금리가 높고 유동성도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조정이 상반기에 마무리되기보다 이전 두 번처럼 1년 이상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 시장이 조정에 들어가면서 우리 시장도 그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주가 상승이 강한 미국 시장을 토대로 진행돼온 만큼 필연적으로 겪어야 할 진통이다.

미국에서도 나스닥은 상승세

주가의 위 아래가 정해졌다. 당분간 종합주가지수가 2600을 넘지 못할 걸로 전망된다. 하반기에도 새로운 상승보다는 종목 중심의 시장이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 가격 부담이 계속되고 있는 것도 부담이 된다. 현재 S&P 500의 주가순이익비율(PER)은 16배 수준으로 IT버블 때보다 낮지만 금융위기 때보다는 높은 상태다. 과거 주가가 이렇게 높을 때 급락으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았다. 투자자들의 높은 기대와 경기 회복이 주가를 유지하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주가를 끌어올릴 정도는 아니어서 당분간 조정이 계속될 걸로 전망된다.

상승 탄력이 약해지면서 선도시장과 후발시장의 움직임이 달라졌다. 미국의 경우 나스닥이 두드러지게 상승하고 있다. 우리 시장에서도 거래소와 코스닥 사이에 차별화가 나타나고 있다. 코스닥시장의 상대적으로 강한데, 차별화된 움직임은 업종과 종목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시장은 어려울수록 유망한 곳으로 모이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과거 조정 때에도 비슷했다. 이 과정에 중소형주의 상승이 두드러졌는데 당분간 대형주보다는 중소형주가 유망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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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8호 (2018.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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