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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긴축 속도 내는 미국·유럽] 美 금리 올해 두 번 더 오를 수도 

 

함승민 기자 sham@joongang.co.kr
호전된 고용·물가지표에 자신감…신흥국 영향은 전망 엇갈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6월 13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1.75~2.00%로 0.25%포인트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 사진: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긴축의 가속 페달을 밟았다. 연준은 6월 13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1.50~1.75%에서 1.75~2.00%로 0.25%포인트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3월 금리를 올린 데 이어 올 들어 두 번째다. 이른바 ‘제로 금리(0~0.25%)’ 시기를 지나 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2015년 12월 이후로는 7번째 인상이다. 미 기준금리 상단이 2%대 진입한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로 10년 만이다. 여기까지는 시장의 예상대로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FOMC 회의 전 전문가 3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에서 응답자 전원이 0.25%포인트 금리 인상을 예상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선물 시장도 0.2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96.3%로 봤다.

그만큼 이번에는 당장의 금리보다 앞으로의 금리 인상 속도와 폭에 대한 단서와 신호를 찾는 것에 시장의 관심이 더 집중됐다. FOMC 회의 직후 공개된 ‘점도표(dot-plot)’를 보면 연준은 지난 3월보다 매파 쪽에 한걸음 더 다가섰다. 점도표란 FOMC 위원 개개인의 금리 인상 스케줄을 분포도로 정리한 일종의 설문조사다. 이번 회의에서 FOMC 위원 15명 중 8명이 올해 4차례 금리 인상을 예상했다. 지난 3월 7명에서 1명이 늘었다. 올해 말 금리 전망치의 중앙값은 2.375%로 올랐다. 지난 3월엔 2.125%였다. 이번에 결정된 금리가 1.75~2.00%이고 금리 인상폭이 0.25%포인트를 유지한다고 봤을 때, 3월 회의의 중앙값은 하반기 한 번의 인상을 예상한 것과 달리 6월 회의의 중앙값은 최소 두 번의 추가 금리 인상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조정→인상으로 매파 기조 강화


FOMC의 성명에서도 매파적 색채가 짙어졌다. 소극적인 기류를 반영하는 문구들은 삭제하고 통화정책의 ‘조정(adjustments)’이라는 표현을 ‘인상(increases)’으로 바꿨다. 점진적인 금리 인상 기조를 더욱 명확히 밝힌 셈이다. 지난 성명에 포함된 “기준금리는 당분간 예상치보다 낮은 수준으로 유지될 것 같다” 등 연준의 향후 움직임을 소극적으로 예측한 문구도 일부 삭제했다. 경제매체 CNBC 방송은 “이번 FOMC 성명서는 불과 320단어로 이례적으로 간결했지만, 몇몇 문구들을 낙관적(경제 회복에 따른 금리 인상 선호) 뉘앙스로 수정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후 진행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기자회견에서는 금리 인상에 따른 시장 우려를 진화하는 모습도 나왔다.

연준이 이렇게 매파적 기조를 강화한 것은 미국 실물경기에 대한 자신감을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파월 의장은 “오늘의 결정은 미국 경제가 아주 좋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제 성장세는 강하고 노동 시장도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물가는 목표치에 다다랐다”고 말했다. 연준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2.8%로 상향 조정했다. 3월의 예상치보다 0.1%포인트 높게 잡았다. 감세 등 1조5000억 달러에 달하는 재정 부양과 3000억 달러 수준의 연방지출이 미국 경기를 끌어올리고 있다. 금리를 좌우하는 지표들도 탄탄한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미국의 5월 실업률은 3.8%를 기록했다. 2000년 4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올 4월 물가(PCE·개인소비지출) 상승률은 2.0%를 기록했다. 올해 말 물가 상승률은 2.1%, 실업률은 3.6%로 예상했다.

미국의 통화긴축은 자국 입장에서는 비정상의 정상화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비상체제를 마무리하고 경제 성장의 키를 건강을 회복한 민간에 다시 맡긴다는 의미다. 파월 의장은 “더 이상 경제활동 장려 또는 낙담을 위해 통화정책이 필요하지 않은 정상적인 수준에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경제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감안하면 연준의 대응은 놀랍지 않다”며 “연준은 미국 경제가 더 이상 취약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덧붙여 “연준은 오히려 경기 과열 위험이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면서 “경기 과열 때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이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신흥국 입장에서는 이런 결정이 야속할 수 있다. 미국 등 주요국의 통화긴축 정책은 신흥국 시장에서의 자본 이탈을 가속화할 수 있어서다. FOMC가 금리 인상 횟수를 늘리는 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아르헨티나·브라질·터키 등 최근 부각된 신흥국 시장의 불안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2013년 연준의 양적완화(QE) 축소(테이퍼링) 시사로 신흥시장이 패닉에 빠졌던 ‘긴축 발작’이 재연되면서 신흥국의 ‘6월 위기설’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자금 이탈 우려에 시달리는 신흥국들의 부채 상환 부담이 커지면서 연쇄 디폴트(채무상환 불이행)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반면 글로벌 경기 자체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신흥국 불안이 확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박스기사] 양적완화 끝내가는 유럽 - 이탈리아 불안에도 긴축 깜빡이

미국에 이어 유럽도 긴축으로 한걸음 다가섰다. 유럽중앙은행(ECB)은 6월 14일(현지시간) 오는 10월부터 12월까지 자산 매입 규모를 월 150억 유로로 줄인 후 양적완화 정책을 종료하기로 했다. 현재 매월 300억 유로 규모의 채권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유동성을 공급해온 ECB가 이를 단계적으로 줄여나갈 것이란 얘기다. 미국 연준이 금리 인상으로 통화긴축에 속도를 낸 지 하루 만에 유럽 또한 긴축 신호를 보낸 것이다. ECB는 2015년 1조1000억 유로 규모의 자산 매입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경기가 금세 살아나지 않자 자산 매입 규모를 기존 계획보다 두 배로 늘렸고, 지금까지 2조 유로 규모의 채권을 샀다. 이후 경제가 회복 기미를 보이면서 애초 800억 유로이던 채권 매입 규모는 매달 600억 유로로 줄어들었고, 올 1월부터는 300억 유로로 재차 축소됐다. 이번 결정으로 ECB는 10~12월 450억 유로의 자산 매입을 끝으로 양적완화를 끝낸다.

애초 시장에서는 ECB가 긴축 깜빡이를 켜는 시점을 7월로 미룰 것이란 관측도 있었다. 유로존 3번째 경제국인 이탈리아에서 국채 금리가 폭등하며 불확실성이 커진 점이 유럽 다른 나라로도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그러나 ECB는 연말 양적완화 종료를 발표했고, 이에 대해 인플레이션의 추이와 유럽 경제의 거시적 전망을 고려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미국 연준이 전날 금리 인상을 단행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다만 ECB는 이날 회의에서 제로 기준금리를 유지하고, 예금금리와 한계대출금리 역시 각각 현행 0.40%와 0.25%로 동결하고 이를 2019년 여름까지 유지하기로 결정하면서 통화긴축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경기 회복이 부진한 점 등을 고려해 제로 금리는 당분간 유지하기로 한 것이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통화정책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2019년 중반까지 현재의 금리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1439호 (2018.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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