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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맥짚기] 최고치 경신한 나스닥, 한국 증시의 희망 될까 

 

이종우 증시칼럼니스트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나스닥→여타 미국 주가지수→선진국→이머징 마켓’ 순으로 상승

▎나스닥 지수는 애플·구글·아마존 등의 주가 상승에 힘입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장이 이머징 마켓에 묶여 전전긍긍하는 동안 나스닥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상승의 계기가 만들어진 것이다. 선진국과 이머징 마켓의 분리 현상이 더욱 뚜렷해졌다. 나스닥을 끌어 올린 동력은 셋이다. 우선 미국 경제가 괜찮다. 5월 실업률이 3.75%로 1969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실업률만 보면 현재 미국 경제는 최장기 호황의 고점이었던 1990년대 말을 넘어선 셈이 된다. 고용이 늘어나자 임금도 상승했다. 실업률 하락과 상관없이 낮은 수준에 머물던 임금 상승률이 5월에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7% 올랐다.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소비 증가의 토대가 되고 있다. 생산 등 기업 활동도 양호하게 진행되고 있다. ISM 제조업지수가 크게 상승해 경기 회복이 서비스뿐만 아니라 제조업에서도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1분기에 주춤했던 경제가 회복되면서 2분기에 3%대의 성장과 2%에 근접한 물가 상승이 실현될 가능성이 커졌다.

경기 회복으로 기업 실적도 좋아졌다. 올해 미국 기업의 이익은 예년과 다르게 추정되고 있다. 과거 기업 실적 예상치는 연초에 가장 높고 이후 계속 낮아지는 게 일반적이었다. 2001년 이후 둘 사이에 격차가 평균 6.1% 정도였다. 이런 현상은 멀리 떨어져 있는 미래를 좋게 보려는 속성 때문에 발생하는데 이익 쏠림 현상과 함께 실적의 불확실성을 높여주는 역할을 했다. 올해는 다르다. 연초 이후 5개월 동안 이익 추정치가 9.2%나 상승했다. 경기 회복과 함께 세제 개편의 영향 때문이다.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낮추자 1분기에만 S&P 500의 이익 추정치가 7% 증가했다. 법인세 인하 효과가 한두 달 전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만큼 이익 증가 추세도 당분간 이어질 걸로 전망된다.

투자종목도 나스닥 지수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시장 영향력이 큰 애플·구글·아마존의 주가가 최고치를 경신했다. 특히 아마존의 상승이 두드러져 시가총액이 8300억 달러로 1위인 애플과의 격차가 1200억 달러로 줄었다. 이들은 주가의 천장이 어디인지 가늠하기 힘들다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 해당 기업이 성장 업종에 속해 있고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만큼 주가에 대해 다양한 상상을 해볼 수 있다. 시장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더 높은 평가를 줄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의미가 되는데 주가에 도움이 된다. 과거 이런 주식들의 주가는 예상보다 훨씬 높은 수준까지 올라갔다가 급락으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았다. 2000년 IT버블이 대표적이다. 시스코 등 당시를 대표하던 주식 역시 시장이 적정하다고 평가하는 주가순이익비율(PER)보다 두 배 이상 올랐다. 아직 투자자들이 나스닥 주요 종목이 버블화되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상승에 힘을 실어주는 부분이다.

국내 경기 회복 더디고 반도체 주가도 지지부진


금융위기 이후 세계 주식시장은 ‘나스닥→여타 미국 주가지수→선진국→이머징 마켓’ 순으로 상승해왔다. 나스닥이 세계 시장을 끌고 가는 역할을 한 것이다. 처음에는 기술주 주가가 낮았던 게 동력이었지만 수익성 개선이 이루어진 후에는 기업 실적을 동력으로 나스닥이 움직였다. 그 힘이 외부로 옮겨지면서 다른 시장이 따라 올랐는데 조만간 그런 모습이 나타날 걸로 기대된다.

나스닥 상승에도 우리 시장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종합주가지수가 2400을 유지했지만 그 이상을 보여주지도 못했다. 국내 시장이 예상보다 부진한 건 미국에 비해 경기 전망이 좋지 않아서다. 여러 기관이 발표한 하반기 국내 경제 전망을 보면, 경기에 대한 기대에도 전망치가 계속 하락하고 있다. 올해 성장을 낙관적으로 보는 곳조차 지난해 수준의 성장을 확신하지 못할 정도다. 성장은 그래도 낫다. 청년실업률이나 소비처럼이 경기를 직접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은 더 부진하다. 숫자의 흐름만 놓고 보면 국내 경기는 하반기를 지나면서 둔화 국면으로 바뀔 확률이 높아 주식시장에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선진국과 신흥국 간 격차 확대도 우리 시장에 부담이 되고 있다. 미국은 사상 최장기 경기 회복에 도전하고 있는 반면 신흥국은 혹시 위기가 발생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5월에 선진국은 제조업과 서비스업 모두에서 좋은 성과를 낸 반면 신흥국은 두 부문 모두 후퇴했다. 개별 국가별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경제 제재의 영향으로 러시아의 제조업 PMI가 2016년 7월 이후 처음 기준치 밑으로 떨어졌다. 브라질과 인도는 유가 상승에 따른 비용 증가와 고용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경제 상항이 달라지자 선진국과 신흥국이 금리를 대하는 태도도 바뀌었다. 선진국은 과열된 경기를 잡기 위한 예비적 성격으로 금리 인상에 나서는 반면 신흥국은 외화 유출을 막아야 한다는 절박감 때문에 금리를 올리고 있다. 이런 차이로 인해 선진국은 금리 인상과 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반면 이머징 마켓은 주가가 하락하고 있다.

우리 시장이 선진국으로 인식되느냐 이머징 마켓으로 인정되느냐는 중요한 문제다. 그런데 외국인들은 우리 시장을 여전히 이머징 마켓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 영향으로 외국인이 올 들어 우리 주식을 2조원 가까이 내다 팔았다. 반도체 주가가 박스권에 갇힌 것도 우리 시장과 나스닥이 달라진 이유가 된다. 1분기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20조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두 회사를 제외한 나머지 모두의 영업이익이 30조원에 불과한 것과 비교된다. 반도체가 전체 이익에서 40%를 차지해 매출액 비중보다 두 배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이런 상황인데도 외국인과 국내 기관은 반도체에 대해 일관된 매매형태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의 수익성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근 세계 IT 시장에서 우리 반도체 기업에 대한 견제가 심해졌다. 반도체 가격 상승으로 이를 사용하는 완성품 업체의 수익성이 떨어지는 걸 우려한 행동이다. 반도체 주가가 이익 수준에 훨씬 못 미치는 상황이 6개월 이상 계속되자 해당 업종에 대한 믿음이 약해졌다.

연초 이후 ‘바이오→경협 관련주→은행→IT’로 상승

아직은 나스닥 상승의 영향이 미국의 다른 시장과 유럽 정도에 머물고 있다. 과거보다 반응이 느리게 나타나고 있는 건데, 나스닥 지수가 더 올라 투자자들에게 시장이 바뀌었다는 확신을 심어주든지 이머징 마켓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야만 반응 속도가 빨라질 것 같다. 시장이 선진국과 다른 형태로 움직이다 보니 종목도 뚜렷한 특징을 나타나지 않고 있다. 주가가 어느 정도 오르면 약세로 기울고 그 기간에 먼저 떨어졌던 종목이 오르는 수순을 지속하고 있다. 연초 이후 ‘바이오→경협 관련주→은행→IT’로 상승 종목이 빈번하게 이동한 게 그런 흐름을 보여준다. 상황이 개선되려면 시장에 대한 판단이 먼저 바뀌어야 할 것 같다. 기술주를 매개로 진행돼오던 국내 시장과 나스닥의 결속력이 과거에 비해 약해졌다. 우리 시장에서 애플·아마존에 대응할 만한 종목이 없는 게 원인이다. 과거에 비해 나스닥 상승이 우리 시장으로 연결되는 과정이 길어졌지만 여전히 나스닥의 역할에 기대를 걸어 보고 싶다.

1439호 (2018.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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