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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맞는 새로운 데이터 요금제는] 요금 8만원 넘으면 ‘완전 무제한’ 유리 

 

함승민 기자 sham@joongang.co.kr
5만원대 요금제 사용자는 ‘낙동강 오리알’ … 품질 저하 우려는 좀 더 지켜봐야

LG유플러스와 KT가 무제한 속도·용량 데이터 요금제를 잇따라 출시했다. LG유플러스는 월 8만8000원에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는 ‘속도·용량 걱정 없는 데이터’ 요금제를 내놨다. 기본 제공 데이터 사용 후엔 속도가 떨어지는 기존 무제한 요금제와 달리 같은 속도로 데이터를 무제한 사용하는 상품이다. 그러자 KT는 이를 더 세분화하면서 맞불을 놨다. LG유플러스의 신상품과 거의 비슷한 ‘데이터 ON 프리미엄’과 함께, 가격대를 낮춘 ‘데이터 ON 비디오’와 ‘데이터 ON 톡’을 출시했다. 기존처럼 속도 제한은 있지만 기본 제공 데이터를 늘리고, 각각 월 6만원 대와 4만원대로 가격을 낮췄다.

이동통신 요금은 새 상품이 나왔다고 해도 소비자가 가만히 있으면 아무런 혜택도 받을 수 없다. 직접 자신의 사용패턴을 분석하고 요금제별 유·불리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 정광재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존 요금제보다 데이터 제공량이 많아진 만큼, 이용자들이 얼마나 활용하느냐에 따라 데이터 중심의 새 요금제의 저변이 확대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 나오는 데이터 요금제에 맞춰 소비자의 선택은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까. 각 통신사 가입자, 사용 요금대별 선택의 수를 따져봤다. 특히 통신사의 브랜드 파워나 요금제에 붙는 부가 서비스, 멤버십 혜택 등은 분석에서 제외하고 제공되는 데이터와 월 요금 등 상품의 몸통에만 집중했다.

8만원 이하 무제한 사용자에겐 ‘데이터 ON 비디오’ 유리

먼저 현재 KT의 무제한 요금제를 쓰고 있는 고객이다. 부가서비스 등을 제외하고 단순히 데이터와 요금만 비교한다면 기존 KT 무제한 요금제 고객은 새로 나온 요금제로 바꾸는 게 좋다. 가령 KT에서 월 10만9890원의 ‘데이터 선택 109’나 월 8만7890원의 ‘데이터 선택 87.8’을 사용하던 사용자는 ‘데이터 ON 프리미엄’으로 바꾸는 게 유리하다. 전자의 고객은 오히려 한 달에 약 2만원을 적게 내면서도 속도제어 없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후자의 경우도 한 달에 1000원만 더 내면 된다.

SKT 고객 ‘통신사 갈아탈까’ 고민


‘데이터 선택 76.8’ 가입자는 ‘데이터 ON 비디오’로 바꾸는 걸 고려할 만하다. 한 달에 8000원을 덜 내는데도 월 단위 기본 데이터 제공은 더 많고 이후의 속도도 더 빠르다. 아예 고가 요금제인 ‘데이터 109’·’데이터 87.8’ 가입자가 ‘데이터 ON 비디오’ 요금제로 바꾸는 것도 나쁘지 않다. 기본 제공 데이터가 100GB로 많은 편이고 이후 줄어드는 속도(5Mpbs)도 일반적인 모바일 콘텐트 사용에 불편한 정도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완전 무제한’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관점에서다. 이 경우 각각 한 달에 4만원, 1만9000원으로 적지 않은 돈을 절약할 수 있다.

LG유플러스 고객의 경우 통신사 내에서의 요금제 변경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LG유플러스는 10만원대 요금제가 없다. 각각 기본 데이터를 16GB, 11GB를 제공하는 무제한 요금제 ‘데이터 스페셜B’와 ‘데이터 스페셜A’만 있다. 데이터 제공량만 보면 둘 다 새로 나온 ‘속도 용량 걱정 없는 데이터’와 상품군과 그에 따른 고객 타깃이 다르다. 가격대로 봐도 이들 가입자들이 완전 무제한 요금제로 갈아타려면 월 1만5000원~2만3000원을 더 내야 한다. 통신사 내에서 서비스를 변경하기엔 동인이 적을 수밖에 없다. 통신사 입장에서는 ‘제 살 깎아먹기’는 없는 셈이다. LG유플러스의 경우 망내 사용자의 이동보다는 타사 이용 고객 끌어들이기에 더 초점을 맞췄다고 볼 수도 있다.

단 반대로 LG유플러스 고객이 다른 통신사로 갈아탈 가능성도 생각해볼 수 있다. 이 경우 대상이 되는 건 KT의 ‘데이터 ON 비디오’가 유력하다. KT의 ‘데이터 ON 프리미엄’은 LG유플러스의 완전 무제한 요금제와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굳이 통신사를 변경할 필요가 없어서다. 반면 LG유플러스에서 ‘데이터 스페셜B’를 사용하던 고객이 KT로 통신사를 갈아타면서 ‘데이터 ON 비디오’ 요금제를 가입하면 요금은 월 6000원 정도를 아끼고 더 많은 기본 데이터를 제공받을 수 있다.

SK텔레콤 고객은 통신사 변경의 고민이 더 커진다. 경쟁사가 불을 붙인 만큼 SK텔레콤도 곧 대응 요금제를 내놓을 가능성이 크지만, 무작정 기다릴 수도 없고 어떤 요금제가 나올지 장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약정이나 결합상품 등 ‘발목 잡힐 것(lock-in)’이 없는 고객이라면 통신사 이동에 대한 유혹이 더욱 크다. 이들을 기준으로 ‘멤버십’ 같은 정성적인 부분을 제외하고 단순 비교하면 SK텔레콤 고객의 계산은 KT의 기존 고객과 크게 다르지 않다. 두 통신사의 고가형 요금제의 구조가 비슷하기 때문이다.

‘데이터 ON 톡’ 중저가 고객 흡수할 수도

가령 SK텔레콤의 ‘T시그니처 마스터’는 가격이나 데이터 제공량이 KT의 ‘데이터 선택 109’와 거의 같다. ‘T시그니처 클래식’은 ‘데이터 선택 87.8’에 대응된다. 즉 통신사를 바꿔 탈 결정을 했다면 앞서 기존 KT 고객과 비슷한 선택을 하면 유리하다는 얘기다. 간단히 정리하면 기존에 월정액이 8만원 이하의 무제한 요금제를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데이터 ON 비디오’가 유리하다. 그보다 비싼 요금제를 사용하고 있다면 ‘데이터 ON 프리미엄’으로 바꾸면 돈을 절약할 수 있다. 물론 어차피 통신사를 바꿀 거라면 ‘데이터 ON 프리미엄’ 대신 LG유플러스의 ‘속도 용량 걱정 없는 데이터’를 선택해도 된다.

여기까지는 기존에 무제한 요금제를 사용하는 이들의 고민이다. 그렇지 않은 이들은 어떨까. 사실 이번에 KT가 시장에 던진 진짜 돌은 ‘데이터 ON 톡’ 요금제일 수 있다. 그동안 큰 변화가 없었던 중저가 요금제 시장에 변화를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현재 1~3GB대 데이터, 4만~5만원 초반 요금제를 사용하는 소비자들이 이 요금제로의 변경을 고려해볼 수 있다. LG유플러스 ‘데이터 3.6’부터 SKT의 ‘밴드 데이터 1.2G’까지 해당되는 이들이다. 이들에게 ‘데이터 ON 톡’은 기본 제공되는 데이터는 기존 상품과 비슷하거나 많은데 여기에 ‘무제한’이 추가되는 상품이다. 요금 차이도 크지 않고, 오히려 더 저렴하기도 하다.

다만 ‘데이터 ON 톡’ 요금제의 경우 월 3GB 데이터 사용 후 속도가 1Mbps로 확 떨어진다. 다른 무제한 요금제가 보통 3Mbps나 5Mbps로 떨어지는 것보다 더 느리다. 이 속도가 얼마나 느린 걸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17년 통신서비스 품질평가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측정한 LTE의 평균 다운로드 속도는 133.43Mbps다. 3G(3세대)의 평균 다운로드 속도는 5.24Mpbs로 나타났다. 즉 무제한 요금제라도 주어진 기본 데이터를 다 쓰고 나면 3G보다 속도가 느려지는 셈이다.

물론 이 속도는 현재 모바일 기기에서 일반적인 콘텐트를 이용하는 데는 크게 지장이 없는 수준이다. 3Mpbs 정도만 되더라도 720p 수준의 동영상을 보는 데도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 1Mbps 정도의 속도라면 420p 이상의 동영상 재생이나 사진·동영상이 포함된 페이지를 여는 데는 버벅거림이 있지만, 카카오톡 같은 메신저 서비스나 음원 스트리밍은 원활하게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동영상 시청 여부나 패턴에 따라서 1Mbps 속도의 무제한도 합리적 선택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5만원대 고객은 선택의 폭 좁아


한편 기존에 ‘5만원대-6GB데이터’ 상품을 이용하던 고객들은 별다른 혜택을 받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SKT의 ‘밴드 데이터 6.5G’, KT의 ‘데이터 선택 54.8’, LG유플러스의 ‘데이터 6.6’ 요금제 가입자들이다. 이번에 새로 나온 요금제 가운데 이들의 데이터 사용량이나 패턴에 대안이 될 만한 게 없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와 KT의 완전 무제한 요금제로 바꾸기엔 매달 내는 요금이 4만원가량 늘어나 부담이 크다. ‘데이터 ON 비디오’도 월 1만원 이상 더 내야 한다. 그렇다고 KT의 저가형 ‘데이터 ON 톡’으로 바꾸기엔 제공 데이터가 절반 밖에 되지 않는다.

역설적이게도 이 구간은 국내 이동통신 소비자가 집중된 계층이기도 하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국내 이동통신 가입자들은 월평균 5.1GB의 데이터를 사용한다. 각 이동통신사가 상품별 가입자 수를 공개하지 않아 정확하게 파악할 수는 없지만, 사용자 수가 평균 사용량에 따라 정규분포를 그린다면 한 달에 5GB 내외의 데이터를 사용하는 사용자가 가장 많다고 볼 수 있다. 이때 소비자들은 보통 자신의 평소 데이터 사용량을 조금 넘는 수준의 요금제를 선택한다. 데이터는 필요한 만큼 쓰면서도 요금은 최대한 아끼기 위해서다.

그런데 시중에 나와있는 데이터 요금제 상품은 이 ‘중간 계층’의 거의 없다. 기본 제공 데이터 기준으로 6GB대 요금제 바로 밑의 상품군은 3GB대 상품이다. 위로는 바로 무제한 요금제가 자리하고 있다. 이에 비해 그 밑의 상품군은 300MB, 1GB, 2GB로 촘촘하게 구성돼 있다. 즉 국내 ‘평균적인’ 이동통신 사용자 입장에선 6GB 상품에 몰릴 수밖에 없다. 그게 아니면 5000원 정도를 아끼기 위해 데이터 제공량 절반을 포기하거나, 1만원을 더 내고 무제한 요금제에 가입해야 한다. 선택의 폭이 상당히 좁은 셈이다.

이에 따라 이번에 이동통신사들이 앞다퉈 데이터 혜택 강화를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혜택은 고가 요금제에 집중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LG유플러스는 이번에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선보이면서도 기존 중저가 요금제는 손대지 않았고, KT는 세분화한 요금제를 내놨지만 정작 중간 요금제 사용자에게 대안이 될 만한 상품은 없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고가 요금제를 쓰도록 유도해 통신비 부담을 과중시키고 저가 요금제 가입자를 차별한다는 얘기다.

지난 2월 나온 가계통신비정책협의회 결과 보고서에서도 이 부분을 지적했다. 저가 요금제와 고가 요금제 간 데이터 제공량 차이 등 이용자 차별이 11개국 중 미국과 한국이 가장 심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6만6000원대 요금제 기본 데이터 제공량이 최대 74GB인데 반해 3만3000원대 요금제는 300MB로 가격 차이는 2배뿐이지만 제공량 차이는 252배나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요금제별 데이터 제공량 차이가 커져 이용자 차별은 심화되고 저가 요금제 가입자가 고가 요금제 가입자를 보조하는 현상이 발생한다”며 “한국은 차별 정도가 지나치게 크고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LG “트래픽 여유”, KT “시설 투자로 해결”


무제한 요금제 출시를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또 다른 걱정은 이동통신 데이터 트래픽의 폭발적 증가로 통신망 과부하가 발생해 속도 저하·접속 장애 등의 문제가 있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다. 도로폭은 동일한데 통행료를 싸게 해 오가는 자동차가 많으면 그만큼 체증이 발생하기 쉬워진다는 것이다.

LG유플러스는 ‘우리는 도로에 차가 많지 않아 여유가 있다’는 입장이다. LG유플러스는 지난 2월 무제한 제품을 발표할 당시 “경쟁사가 무제한요금제 상품을 출시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그 근거로 주파수 여유 현황을 들기도 했다. LTE 주파수 대역폭 및 가입자는 각각 SK텔레콤이 70㎒에 2285만 명, KT는 50㎒에 1452만 명, LG유플러스는 50㎒에 1191만 명 순이다.

KT는 ‘도로는 넓히면 된다’는 논리다. 이필재 KT 마케팅부문장은 “데이터무제한 요금제 가입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난다고 해도 시설 투자를 늘리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며 “가입자 수 대비 주파수 대역폭이 적다는 이유로 인해 속도가 느려진다거나 통신 품질에 문제가 발생하는 일은 전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1441호 (2018.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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