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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 ㈜LG 신임 회장] LG그룹 ‘4세 경영’ 막 올라 

 

손해용 중앙일보 기자 sohn.yong@joongang.co.kr
국내 10대 그룹 첫 사례…“신사업 발굴에 중요한 역할”

▎구광모 ㈜LG 신임 회장. / 사진:㈜LG 제공
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장남이자 그룹 4세대 후계자인 구광모(41) LG전자 상무가 그룹 지주회사인 ㈜LG의 대표이사 회장에 올랐다. ㈜LG는 6월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구 상무를 등기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LG는 곧바로 이사회를 개최해 구 상무에게 대표이사 회장 직함을 부여했다.

하현회 ㈜LG 부회장,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등 전문경영인 대표들이 가까이에서 그를 보좌할 것으로 예상된다. ㈜LG 관계자는 “주력 계열사의 대표이사를 맡은 이들 6명이 모두 부회장이라는 점에서 보고 체계상 회장이 더 적합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며 “LG를 대표하고 지주회사 이사회 의장으로서 책임경영에 임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지난 2003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LG그룹은 ㈜LG가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구조여서 구 회장은 사실상 그룹 총수가 됐다. 창업주 구인회 전 회장과 구자경 명예회장, 구본무 회장에 이은 구광모 체제의 출범을 공식화한 것이다. 국내 10대 그룹 가운데 4세대 총수가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 경복초교, 영동고교를 거쳐 미국 로체스터 공대를 졸업한 구 회장은 2006년 LG전자 재경 부문에 대리로 입사하면서 본격적인 경영수업을 받아왔다.

재계에서는 그가 지주사 대표이사에 오르는 것을 신호탄으로 그룹 내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가전·화학 등 경쟁력 있는 주력 사업은 그대로 밀고 나가면서 바이오·에너지·전장부품 등 신수종 사업을 육성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그가 특히 공을 들일 분야는 자동차부품(전장) 사업일 것으로 보인다. 전장은 LG그룹의 각 계열사와의 시너지 효과가 크다. 각종 전자제품은 LG전자, 배터리는 LG화학, 통신부품과 일반모터는 LG이노텍, 차량용 디스플레이는 LG디스플레이, 차량용 경량화 소재 등 내·외장재는 LG하우시스 식으로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LG전자가 지난 4월 말 오스트리아 자동차 헤드램프 제조 업체인 ZKW를 약 1조4000억원에 인수한 것도 전장사업을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키우겠다는 연장선에 있다.

로봇 분야도 눈여겨보고 있다. LG는 지난해 웨어러블 로봇 스타트업인 ‘에스지로보틱스’를 시작으로 올해 로봇개발업체 ‘로보티즈’, 인공지능 스타트업 ‘아크릴’, 산업용 로봇제조업체 ‘로보스타’ 등에 차례로 투자하면서 산업용 로봇 완제품과 로봇 액추에이터 등 로봇사업 포트폴리오를 보강했다. 이와 함께 구 회장은 인공지능·사물인터넷(IoT) 등 다른 4차 산업 관련 분야에서도 적극적인 인수·합병(M&A)과 연구·개발(R&D)에 나설 전망이다.

하지만 그가 처한 경영 환경은 녹록하지 않다. LG전자 모바일 사업은 스마트폰 사업 철수설이 나올 정도로 경쟁력이 떨어졌다. LG디스플레이는 주력 제품인 액정표시장치(LCD) 사업에서 중국과의 경쟁에서 밀리며 지난 1분기 6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이날 주총 안건에는 오르지 않았지만 조만간 구본준 부회장의 독립도 가시화할 전망이다. ‘장자 승계’의 전통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조카인 구광모 회장에게 길을 터주고 계열 분리를 할 가능성이 크다. LG 관계자는 “구 부회장이 독립하는 수순을 밟는 중”이라며 “다만 어떤 계열사를 어떤 방식으로 분리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1441호 (2018.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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