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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우진의 1인 회사 설립·운영 길잡이(4)] 대법원인터넷등기소는 법무사 전용? 

 

백우진 글쟁이주식회사 대표
일반인은 ‘회사설립등기신청’ 통해야 시행착오 적어...법인설립등기는 중기부 ‘온라인법인설립시스템’이 편해

▎1. 대법원인터넷등기소의 첫 화면. 가운데에 ‘법인등기’ 중 ‘전자신청’ 메뉴가 보인다. / 2. 초기화면에서 ‘법인등기’의 ‘전자신청’을 클릭하면 나오는 화면이다. 법무사가 아닌 일반인은 위의 ‘전자신청하기’가 아니라 화면의 맨 아래에 있는 작은 메뉴인 ‘회사설립등기신청’을 선택해서 절차를 따라가야 한다.
“당신은 당신 말대로 측량기사로서 채용되었어요.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우리에겐 측량기사가 필요 없다오.”(프란츠 카프카 [성(城)] 중에서). 대법원인터넷등기소(www.iros.go.kr/)는 내게 프란츠 카프카의 ‘성’과 같은 곳이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측량기사 K는 성의 영주인 백작에 의해 채용돼 성 인근 마을에 도착한다. 그러나 성의 관료주의 조직의 일부인 마을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할 규정과 논리를 들어 그를 빙빙 돌리면서 성 안으로 들이지 않는다.

주식회사 설립 등기를 온라인에서 스스로 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대법원인터넷등기소는 카프카적인 성이자 미로다. 이정표와 안내문구는 있지만 정작 주요 갈림길에는 아무 설명도 없다. 내 경우 첫 단계부터 악몽이 시작됐다.

나는 하나의 의심도 없이 대법원인터넷등기소의 가장 눈에 띄는 ‘큰 문’을 열고 들어갔다. ‘법인등기’의 ‘전자신청’ 메뉴였다. 여기서 나는 거듭해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순서에 따라 설립등기신청서, 정관, 발기인의 주식인수증, 발기인의 주식발행 사항동의서, 발기인회의의사록, 조사보고서 등을 작성하고 첨부해 올렸다.

‘법인등기’의 ‘전자신청’ 메뉴는 피해야

‘1인 회사라도 갖출 것은 다 갖춰야 한다는 말이지’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렇게 파일을 일일이 첨부하는 대신 국세청 홈택스 시스템처럼 화면에 양식이 뜨게 하고 기재사항을 신청자가 선택하거나 입력하는 방식이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어렴풋이 들었다.

2박 3일에 걸친 작업 끝에 서류 작업을 마무리했다고 생각하고 회사설립등기 신청을 하는 단계에서 막혔다. 상담하는 등기소 직원이 내가 법무사인지 물어봤다. 아니라고 하자 그는 ‘전자신청’은 법무사들이 법인등기를 대행하는 메뉴라고 대답했다.

나는 물었다.

“경로가 다르더라도 제출하는 서류가 같다면 등기 처리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그래야 하는데, 그렇게 처리되지 않을 건데요.”

그는 나처럼 법무사가 아닌 일반인이 직접 주식회사를 설립하기 위해 들어가야 하는 다른 문을 알려줬다. 초기화면에서 ‘법인등기’의 ‘전자신청’을 클릭하면 나오는 화면의 ‘좌측서브 메뉴’ 중 ‘회사설립등기신청’을 클릭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회사설립등기신청을 따라가니 과연 서류를 첨부할 필요가 없어 전자신청에 비해 훨씬 편리했다. 그러나 작업 흐름이 사용자의 예상과 기대를 벗어나는 부분이 많았다. 예를 들어 어느 단계에서는 ‘좌측서브메뉴’의 ‘전자서명자용’ 메뉴로 넘어가서 전자서명을 한 뒤 다시 돌아와야 한다. 또 서류 작업을 순서에 따라 해야 하는데, 어느 하나라도 어긋나면 처음 단계부터 되밟아야 한다. 특히 법인인감을 찍은 종이를 스캔해서 등록하는 작업이 번거로웠다(온라인으로 회사설립등기신청을 하려면 컴퓨터에 직접(네트워크를 통해서가 아니라) 연결된 스캐너가 있어야 한다). 나는 인감 스캔-등록을 수십 번 되풀이해야 했다(이렇게 법인 직접설립 고군분투기를 쓸 줄 알았다면 과정 하나하나를 세세히 기록해놓았을 텐데).

하나 틀리면 처음부터! 인감 스캐닝만 수십 번

등록면허세는 40만원 정도 들었다. 온라인으로 서울시 ETAX 시스템을 통해 간단히 결제되는 과정을 보면서 대법원 인터넷시스템이 얼마나 전근대적인지 비교하게 됐다. 대법원 인터넷등기소에 사용자지원센터가 없었다면 나는 회사설립 등기를 마치지 못했을 것이다. 대법원인터넷등기소는 ‘카프카의 성’ 같은 곳이었지만, 그나마 사용자지원센터는 친절했다. 전화 연결이 쉽게 되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내가 회사설립등기를 직접 한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 사업을 시작하는 단계에서 까다로운 서류 작업도 한 번 경험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둘째, 회사설립등기를 법무사에게 맡길 경우 들어가는 수십 만원 비용도 절감하자고 생각했다.

천신만고 끝에 법인설립등기를 마치고 나서야 알았다. 처음부터 대법원인터넷등기소에서 작업하는 대신 중소벤처기업부에서 만들어 운영하는 온라인법인설립시스템 (www.startbiz.go.kr)을 활용할 수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이 사이트에서 법인설립 기본정보, 인감 등록, 조사보고서 등을 작성하고 잔액을 증명하고 법인등록면허세를 신고·납부할 수 있다. 이런 절차를 마치면 대법원인터넷등기소에서 처리할 일은 간단한 몇 가지만 남는다.

세무사에게 의뢰하는 방법도 있다. 회사를 설립한 후 세무 업무를 맡긴다는 조건으로, 그 전 단계인 설립등기 업무도 처리해주는 세무사가 있다. 세무사는 직접 그 일을 대행하는 것이 아니라 제휴한 법무사를 통해 한다.

나는 회사설립등기를 1월 말에 마쳤다. 이후 그동안 알게 된 것은 회사 운영이 설립보다 어렵다는 사실이다.

[박스기사] 법인인감 놓고 벌어질 뻔한 해프닝

“법인인감 글자 중 일부가 뚜렷하지 않네요. 인감을 다시 등록하는 편이 낫겠어요.”

등기소 창구의 직원이 인감증명서를 내게 건네주면서 이렇게 권했다.

“네?”

나는 지난 3주일 동안 온라인 법인 설립이라는 미로를 돌고 돌다가 이제 막 출구로 나온 터였다. 인감 다시 등록이 아주 부분적인 절차일지라도 결코 밟고 싶지 않았다. ‘인감에 인주도 마르기 전인데….’

말을 못 알아듣는 표정이 분명한 내게 그는 설명했다.

“이렇게 (이미지로 등록된) 법인인감 글자 중 일부가 흐릿하면 은행에서 법인계좌를 개설해주지 않을 것이거든요. (다시 발걸음을 하기보다) 등기소에 들른 김에 인감을 다시 등록하는 편이 낫다고요.”

법인계좌를 만들려면 인감증명서도 제출해야 한다. 인감증명서를 다시 보니 인감의 ‘글쟁이 주식회사’ 중 ‘글’ 글자가 흐릿하게 찍혔다. 인감 글자가 뚜렷하게 찍힌 이미지를 다시 전자적으로 등록하라는 말이었다. 그가 말하는 인감을 다시 등록해야 하는 이유를 듣고 나는 안심했고, 그의 말을 따르지 않기로 했다. 내가 그렇게 판단한 논리는 다음과 같았다.

‘은행은 등기소와 다르답니다. 당신네 등기소는 온갖 규정과 절차와 요건으로 업무를 까다롭게 하면서 민원인을 불편하게 하는 반면, 은행한테 나는 고객이랍니다. 은행이 새로 법인계좌를 개설하려고 하는 나 같은 고객에게 등록된 인감 글자의 일부가 뚜렷하지 않다며 등기소에 가서 인감을 다시 등록한 뒤 오라며 퇴짜를 놓을 이유가 있을까요.’

며칠 후 서류를 준비해 은행 지점에 들러 법인계좌를 만들고 법인카드도 받았다. 은행 창구 직원은 등록된 인감 글자의 일부가 희미하다는 데에는 관심을 전혀 나타내지 않았다.

이후에야 나는 등록된 인감은 글자가 아니라 이미지로 처리된다는 얘기를 들었다. 따라서 등록된 인감의 한 글자가 무슨 글자인지 뚜렷하지 않다고 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설명이었다. 예컨대 ‘글쟁이 주식회사’의 인감이 ‘글장이 주식회사’라고 새겨지고 찍혀서 등록됐더라도 무방하다는 것이다.

※ 필자는 글쟁이주식회사 대표다. 동아일보·이코노미스트 등에서 기자와 편집장으로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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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2호 (2018.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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