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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맥짚기] 이제 기댈 언덕은 2분기 실적뿐… 

 

이종우 증시칼럼니스트
미·중 무역분쟁보다 경기 둔화와 기업 실적 악화 우려가 더 문제

▎코스피 지수가 전날 대비 0.72포인트(0.03%) 내린 2,264.74에 개장한 7월 5일 오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1990년 8월에 1차 걸프전이 벌어졌다.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한 게 원인이었다. 유엔이 제재에 나섰고 미국 주도 아래 34개국이 모인 다국적군이 결성됐다. 전쟁은 이듬해인 1991년 2월에 끝났다. 전쟁 기간에 주식시장은 약세를 면치 못했다. 600선을 경계로 오르락내리락 했다. 시장에서는 전쟁에 따른 불확실성이 약세의 원인이라고 얘기했다. 전쟁이 끝나면 주가가 오를 거란 전망이 많았지만 전쟁 후에도 상황이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하락이 빨라져 종전 이후 4개월 만에 주가가 10% 정도 낮아졌다. 걸프전이 하락의 원인이 아니었던 것이다. 당시 우리 경제는 3저 호황이 끝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미국도 1980년대 중반에 시작된 경기 회복이 마무리된 상태였다. 주가를 끌고 갈 동력이 마땅히 없었던 것이다. 반면 4년 간 계속된 주가 상승으로 기회 있을 때마다 매물이 쏟아져 나왔다. 많지 않은 유동성으로 이를 처리하기 힘들 정도였다. 이런 사정을 무시한 채 걸프전 탓만하고 있었으니 애초부터 정확한 판단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걸프전 탓에 증시 하락?

[신호와 소음]이란 책이 있다. 정보의 종류를 상황 판단에 도움이 되는 ‘신호’와 혼란만 가중시키는 ‘소음’으로 나누고, 왜 전문가들이 오류를 범하는지를 분석한 책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판단하는 사람이 희망을 예측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전문가도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존재들이어서 자기가 원하는 결과를 정해놓고 예측을 한다. 전망에 엄청난 잡음이 낀 건데, 판단하는 사람이 정상이 아니다 보니 전망이 제대로 될 리 없었다. 쓸데 없는 정보에 집착하는 것도 예측을 그르치게 만드는 요인이었다. 정확한 예측을 위해서는 신호를 택하고 소음을 버려야 하는데 오히려 소음에 집착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 정보가 더 자극적이고 그럴 듯해 보였기 때문이다. 1990년 1차 걸프전이 그 경우에 해당했다.

지금은 어떨까? 주가가 빠르게 하락했다. 2350에서 지지선이 만들어질 거라고 기대했지만 하락을 막지 못했다. 2200선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으로 몰렸다. 시장에서는 미·중 무역분쟁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얘기하고 있다. 국가 간 무역에는 국내 상거래가 가지고 있지 않은 게 하나 있다. 환율이 그것이다. 상황에 따라 환율이 바뀌면서 무역에 도움을 주기도 반대로 발목을 잡기도 한다. 연초 이후 중국 위안화 환율이 7% 절하됐다. 그만큼 중국 기업들이 수출 단가를 내릴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것이다.

현재 미국의 실효관세율은 1.7%에 지나지 않는다. 500억 달러에 해당하는 중국 제품에 25%의 관세를 물려도 실효 관세율은 2.0% 밖에 되지 않는다. 관세 부과가 개별 제품에 영향을 줄 수는 있어도 무역 전체에는 영향을 주기는 힘들다는 의미가 된다. 높은 관세가 미국 소비에 도움이 되지 않거나, 관세 부과로 중국의 수출이 줄어든 부분을 다른 신흥국이 차지할 가능성이 큰 점을 고려할 때 무역분쟁의 영향은 더 작아진다. 무역분쟁의 피해자는 중국이지 한국이 아니다. 우리 기업이 입는 피해는 중국에 수출한 제품 중 대미 수출과 관련된 부분에 한정된다. 그게 종합주가지수를 5% 넘게 끌어내릴 정도로 심각한 것인지 의심스럽다.

만약 미·중 무역분쟁이 주가를 끌어내리는 핵심 정보인 ‘신호’라면 주가는 빠르게 제자리를 찾을 가능성이 있다. 과거 무역분쟁이 힘보다 타협을 통해 해결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무역분쟁이 미국과 중국 모두에게 피해를 준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이상 심각한 상황으로 발전하기 힘들다. 상황이 타협까지 가지 않아도 괜찮다. 분쟁이 지금보다 격화되기 힘든 만큼 시간이 지나면 주가가 회복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무역분쟁이 핵심 정보가 아닌 ‘소음’일 경우다. 주식시장은 1차 걸프전 때처럼 잠시 반등했다 다시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 풀지 못한 ‘신호’가 남아있기 때문인데, 시장의 관심이 무역분쟁에서 국내 경기와 2분기 실적 같은 기초 체력 부분으로 빠르게 넘어갈 것이다. 시장에서는 국내 상장사의 2분기 영업이익이 53조원 정도될 걸로 예측하고 있다. 4월까지 이익 전망이 계속 줄어들다 5월 들어 비로소 횡보세로 바뀐 결과다.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수치에 따라 전망이 또 한번 바뀔 수 있지만, 기대만큼 나올 경우 종합주가지수 2300을 유지하는 게 어렵지 않을 걸로 전망된다.

상황이 만만치 않다. 6월 들어 경제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데 이 부분이 기업 실적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주가, 경기, 기업 실적 사이에는 주가가 먼저 움직인 후 경제지표→기업 실적 순으로 반응이 나타난다. 최근 국내 경제에 대한 우려가 틀린 게 아니라면 조만간 기업 실적 둔화가 나타날 수 있다. 분기점이 7월이다. 2분기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주가 하락은 단기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펀더멘털 약화를 반영해 장기적 형태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연초 이후 주가가 가장 많이 떨어진 종목은 경기 관련 주식들이다. 조선·기계 등 산업재와 화학·철강 등 소재 산업의 하락이 특히 컸다. 최근에는 경기에 대한 우려가 IT까지 번져 반도체 주식들이 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주가가 경기 둔화를 미리 반영한 결과다.

당분간 종목별 움직임은 절대적인 주가 수준과 실적에 따라 좌우될 걸로 전망된다. 2분기 실적이 괜찮은 회사는 하락을 막는 힘을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 은행주가 그 경우에 해당한다. 1분기에 이익을 괜찮게 올렸음에도 주가가 떨어졌다. 부동산 경기 둔화로 이익이 나빠질 걸 미리 반영했기 때문이다. 2분기 실적이 크게 둔화되지 않을 경우 하락이 멈추고 반등이 시작될 가능성이 있다.

주가의 수준은 경기 관련주와 관련된 부분이다. 시장은 발생 가능한 사안을 사실보다 확대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주가가 미래 전망에 따라 좌우되기 때문인데, 경기 관련주가 이미 크게 떨어져 몇 개의 긍정적인 변화만 있어도 주가가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

2분기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코스피가 추가 하락할 경우 가장 위험한 건 바이오 등 상반기에 주가가 오른 주식이다. 주가가 급등한 종목이 갑작스럽게 하락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상승 과정을 겪으면서 기대가 커져 주가를 지탱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바이오가 그 경우에 해당한다. 지난해 4분기 이후 6개월 간 주가가 최대 7배까지 올랐다. 이런 큰 상승이 나오면 기대가 오래 지속되기 때문에 주가가 일정 수준을 밑으로 떨어지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이런 기간이 최소 6개월 이상 지속되는데 2분기가 그 상황이었다. 문제는 그 이후다. 3분기에도 실적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가격의 적정성을 의심하는 투자자가 늘면서 주가가 갑자기 하락할 수 있다.

코스피지수 지지선 무너져 불안

그동안 2350선이 지켜질 거란 기대가 종목별 하락을 막는 역할을 해왔다. 시장이 흔들리지 않을 경우 개별 종목 주가도 하락하지 않을 거라 믿었다. 이 기대가 깨졌다. 종합주가지수가 너무 쉽게 지지선을 밀고 내려왔고 언제 그 수준을 다시 회복할 수 있을지 기약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 종합주가지수가 빨리 회복하지 못하면 종목은 더 크게 영향을 받게 된다. 마음이 편치 않다.

1442호 (2018.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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