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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맥짚기] 당분간 IT업종에 관심을 

 

이종우 증시칼럼니스트
삼성전자·LG전자 등 주가 높지 않아 … 美 나스닥 상승세 영향 받을 듯

1992년 삼성전자의 최저가는 506원이었다. 지난해 말에 5만7000원까지 상승했으니까 26년 만에 주가가 100배 넘는 수준으로 오른 셈이다. 상승은 다섯 번의 과정을 통해 이뤄졌다.

먼저 1993년 10월 이후 2년 간이다. 동력은 반도체였다. 1994년에 반도체가 처음 호황을 만났다. PC 보급이 본격화된 데다 때마침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를 내놓은 게 계기였다. 반도체 수요가 급증해 4메가디램(MD) 한 개의 가격이 48달러까지 치솟았다. 호황은 2년 만에 끝났다. 제품 가격이 오르자 너나없이 생산에 나섰고 그 영향으로 공급 과잉이 발생해 반도체 가격이 1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2년 사이에 제품 가격이 95% 정도 하락한 것이다. 반도체 부문이 적자로 돌아서면서 호황 때 2조원에 육박하던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3000억원대로 떨어졌다. 주가는 반도체 가격만큼 바쁘게 움직였다. 500원에서 시작한 주가가 최고 3500원으로 오르더니 다시 500원대로 떨어졌다. 이 모든 과정이 4년 사이에 일어났다. 주가가 한창 오르던 1994년 8월에는 10일 동안 연속 상한가를 기록해 한 달 간 33%나 오르더니 업황이 꺾이자 비슷한 속도로 내려왔다.

1999년에 두 번째 상승이 있었다. 1998년 10월을 저점으로 삼성전자 주가가 오르긴 했지만 이듬해 중반까지는 해당 종목의 상승률이 종합주가지수 상승률의 절반도 되지 않아 삼성전자의 상승으로 보기 힘들다. 1999년에 주가가 한 번 상승세를 타자 무서운 속도로 전진해 10개월 만에 370%나 올랐다. 당시 상승은 인터넷과 무선전화가 본격 보급된 결과였다. 해당 제품의 보급률이 30%를 넘으면서 반도체 수요가 급증한 데다 세계적인 IT붐이 가세하면서 상승 속도가 빨라졌다. IT경기가 꺾이자 문제가 생겼다. 삼성전자 주가도 4개월 만에 70%나 떨어질 정도로 극심한 침체를 겪었다. 이익도 좋지 않았다. 2000년 3분기에 2조1770억원을 기록했던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2000년 4분기에 1조4610억원으로 줄었다.

세 번째와 네 번째 상승은 동력이 바뀌었다. 반도체의 역할이 줄어든 대신 휴대폰의 역할이 커졌다. 그 영향이 주가에 그대로 반영돼 3, 4차 상승은 기간이 2년 반~3년으로 반도체가 이끈 상승 때보다 늘었지만 상승률은 150%로 1, 2차 상승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반도체는 수요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반면 휴대폰은 제품 가격이 수급과 무관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나온 결과였다. 하락은 상승보다 더했다. 떨어진 폭이 30%에 그쳐 반도체 때의 절반도 되지 않았지만 기간은 두 배 넘게 걸렸다.

2016년부터 시작된 다섯 번째 상승의 주역은 반도체다. 현재까지 2년 이상 반도체 호황이 이어지고 있는데 상승률이 160% 정도를 기록하고 있다. 똑같은 반도체 호황이지만 지금은 과거와 여러 면에서 비교가 된다. 우선 동력이 약하다. 이번 반도체 호황은 정확한 동력이 무엇인지 불분명하다. 서버 수요 증가에서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신규 수요 창출까지 다양한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이유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나온 현상이다. 그 영향으로 제품 가격이 과거 호황기만큼 오르지 못하고 주가 상승률도 1, 2차 상승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정점 이후 모양도 다르다. 과거에는 반도체 경기가 한 번 꺾이면 주가가 급락했지만 이번에는 6개월 넘게 고점 부근에 머물고 있다. 반도체 시장이 과점 체제로 바뀌면서 업황이 달라진 때문이다.

삼성전자 2분기 실적 기대에 못 미쳐

삼성전자가 2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1분기에 비해 각각 4.2%와 5.4% 줄었다. 7분기 만에 사상 최고치 행진이 멈춘 것이다. 더 문제는 사업부문별 실적이다. 2분기에 반도체가 삼성전자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2%를 기록했다. 지난 분기 65%보다 의존도가 더 높아진 것이다. 반도체 경기가 꺾일 경우 삼성전자의 이익이 빠르게 줄어들 여지가 생겼다. 스마트폰이나 디스플레이패널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스마트폰의 기술 진보가 사실상 마무리되면서 중국 등 신흥국의 스마트폰 품질이 높아져 삼성전자가 현 수준의 시장점유율을 유지하는 것조차 힘들어졌다. 반도체가 나쁠 때에는 스마트폰이 막고, 반대로 스마트폰이 나쁠 때에는 반도체가 이익 감소를 막아주던 패턴이 작동하지 않게 된 것이다. 새로운 스마트폰이 나와도 점유율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기 어렵다는 걸 감안하면 당분간 스마트폰에서 2분기 이상의 실적이 나오긴 힘들다.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은 2분기 전체 상장사 이익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있음을 암시한다. 이런 징조는 1분기에 이미 나타났다. 1분기 전체 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 정도 늘었지만 반도체를 제외할 경우 오히려 5% 감소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전체 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까지 올라왔는데 단일 업종으로 사상 최고치다. 이미 실적 둔화가 가시화됐다고 볼 수 있는데 반도체가 꺾일 경우 그 경향이 보다 뚜렷해 질 것이다.

미·중 무역분쟁이 가시화된 후 시장의 관심이 바뀌고 있다. 무역분쟁의 영향이 숫자로 확인되려면 오랜 시간이 걸려 시장이 해당 재료에 집착할 수 없다. 새로운 뉴스가 나올 것도 없다. 500억 달러 규모의 상품에 25% 관세를 부과한다는 방침은 오래 전에 나왔기 때문에 실제 관세를 매긴다 해도 문제될 게 없다. 시장이 반응하려면 관세율이 더 높아지던지 관세 부과 규모가 500억 달러의 몇 배는 돼야 하는데 그건 미국도 감당하기 힘들다. 무역분쟁이란 재료가 특수 요인에서 일반 요인으로 성격이 변해 버린 건데, 시장이 경기 동향에 매일 반응하지 않는 것처럼 무역분쟁에도 반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대신 기업 실적이 부상하지 싶다. 지금이 2분기 실적 발표 시기이기 때문이다. 상황이 좋지 않다. 첫 번째 실적 발표 주자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숫자를 내놓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경쟁력이 좋은 기업의 이익이 좋지 못하다는 건 다른 기업은 더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 당분간 시장이 힘을 쓰지 못할 걸로 전망된다. 주가가 크게 떨어진 데다 무역분쟁의 영향력이 약해져 어느 정도 반등은 있겠지만 그 기간과 폭이 크지 않을 것이다. 상반기에 비해 주가의 박스권이 한 단계 낮아졌음을 인정해야 한다. 이번 하락으로 당분간 종합주가지수가 2400을 넘기 힘들 것 같다.

코스피 지수 당분간 2400 넘기 어려울 듯

종목별로는 IT업종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삼성전자·LG전자 같은 대표 회사들이 미흡한 숫자를 내놓았지만 주가가 떨어진 걸 감안하면 반등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기술주로 구성된 나스닥이 모든 지수 중 가장 빨리 사상 최고치에 근접한 것도 고려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나스닥과 구성이 가장 유사한 업종이 IT이다. 나스닥이 계속 상승하는데 우리 IT 주식만 떨어지는 건 맞지 않는 그림이다. 나스닥이 올라갈 경우 우리 IT주식은 떠밀려서라도 상승할 수 있다.

1443호 (2018.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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