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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가격 개편 후폭풍 부나] 종부세 이어 재산세 ‘폭탄’ 터질 수도 

 

안장원 중앙일보 기자 ahnjw@joongang.co.kr
“시세의 90% 이상 반영” 주장도…재건축 부담금, 건강보험료 급증 가능성도

▎서울시내 아파트 전경.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산정 기준 금액인 공시가격이 오르면 이들 세금도 자연히 오른다. 정부가 종부세 인상을 추진하고 있어 보유세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주택 공시가격 ‘판도라 상자’가 열린다. 정부가 2005년 공시가격 제도를 정착시킨 지 13년 만에 대대적인 수술을 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평가 가격인 공시가격은 세제·복지 등 국민 생활 전반에 연동돼 있어 공시가격 개편 후폭풍이 만만찮다. 특히 정부가 추진 중인 종부세 강화와 맞물려 ‘세금 폭탄’까지 예상된다.

공시가격 문제점은 그동안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낮은 현실화율 수준과 가격별·지역별 불균형에 대한 지적을 잘 안다”며 “의견수렴 등을 거쳐 부동산 공시의 투명성과 형평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민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국토교통부 관행혁신위원회가 공시가격 개편 신호탄을 쐈다. 지난 7월 10일 ‘국토부 주요 정책에 대한 2차 개선 권고안’을 발표하면서 부동산 가격 공시제도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김남근 위원장은 “부동산가격 공시제도의 낮은 현실화율을 제고하고 형평성과 투명성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공시가격은 실제 거래된 가격인 실거래가격이나 실거래가격·호가(주인이 부르는 가격) 등으로 잡는 시세(시가)와 다르다. 정부가 매년 감정평가 등을 통해 개별 주택마다 부여한 가격이다. 공시가격 문제의 핵심은 현실화율이다. 실거래가나 시세 반영률보다 너무 낮다는 것이다. 공시가격은 법에 ‘부동산의 적정가격(適正價格)’으로 규정돼 있다. 적정가격의 법적 뜻은 ‘통상적인 시장에서 정상적인 거래가 이루어지는 경우 성립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인정되는 가격’이다.

현재 공시가격 시세 반영률 70% 이하


하지만 참여연대가 2013~2017년 거래된 전국 공동주택 229만여건의 공시가격과 실거래 가격을 분석한 결과 공시가격의 실거래가 반영률이 66~69%였다. 중앙일보가 지난 4월 말 정부의 공시가격 발표 때 참고자료로 공개한 수도권 10개 단지의 공시가격을 국민은행 시세와 비교한 결과 공시가격이 시세의 70%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은행 시세는 상위 평균가와 하위 평균가를 제외하고 일반 평균가를 비교 대상으로 삼았다. 일반 평균가는 시가로 보기에 충분하다. 개별 특성이 강한 실거래가격보다 더 시가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관행혁신위는 실거래가 건수가 부족하고 시기·지역이 편중돼 있으며, 매년 표본이 불연속적이고 당사자간 특수한 사정이 개입된 거래 및 허위 신고 등으로 인해 공시가격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유형·가격대 간 형평성 문제도 있다. 토지·단독주택·공동주택 등 유형 간 현실화율이 다르고 가격이 급등한 지역이 안정적인 지역보다 현실화율이 낮았다. 공동주택은 실거래가가 많고 형태가 정형화되어 있는 반면 토지·단독주택은 실거래가가 적고, 개별성이 커서 상대적으로 정확한 시세 파악이 어려워 다소 보수적으로 가격을 결정했던 관행이 있었다. 김 위원장은 “현실화율을 구체적으로 언급할 수 없지만 고가 단독주택은 50%에 불과하고 공동주택은 서울 강북이 70%, 강남은 60%로 들쑥날쑥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지역의 부동산시장이 과열돼 실거래가가 급등한 경우 급등한 실거래가가 충분히 누적돼 시장에서 정상적인 시세로 받아들여지기 전까지는 공시가격을 점진적으로 올리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공시가격의 형평성 제고는 사회적 공감대가 큰 만큼 빠른 시일 안에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앞으로 공시가격을 조사할 때 전국의 공동주택 1290만 가구에 대해 시세분석 보고서 작성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지자체가 공시가격을 계산할 때 표준으로 삼도록 국토부가 공시하는 전국의 토지 50만 필지, 단독주택 22만 가구도 보고서 작성 대상에 포함된다. 국토부는 보고서를 통해 공시가격이 시세를 얼마나 반영하고 있는지 계산한 후 지역별·유형별 형평성을 고려해 공시가격을 단계적으로 올릴 계획이다. 1차 타깃은 고급 단독주택과 골프장, 유원지 등 특수 부동산이다.

관행혁신위원회는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몇 % 수준으로 올릴지 못 박지는 않았다. 김 위원장은 “공시가격은 시세의 90% 이상을 반영해야 하겠지만 한꺼번에 이 수준으로 높이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전혀 검토한 바 없는 숫자”라는 입장을 보였다. 어쨌든 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이 올라갈 것은 분명하다.

공시가격은 61가지 행정목적에 활용된다. ▶재산세·종합부동산세·양도소득세 등 5가지 조세 ▶개발부담금·재건축부담금 등 12가지 부담금 ▶기초노령연금·기초생활보장·생계유지곤란자의 병역 감면 등 10가지 복지 분야 ▶건강보험료 산정, 국민주택 입주자 선정 등 22가지 기타 행정분야 ▶보상평가,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 매수청구금 등 12가지 공적 감정평가 등이다.

무엇보다 재산세·종부세 등 보유세 파장이 크다. 다른 세금과 달리 보유세는 실거래가격이 아닌 공시가격으로 세금을 산정하기 때문이다. 공시가격이 올라가면 그만큼 세금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2016년 기준으로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개인이 1300여만 명이다. 적어도 이들의 재산세가 오르게 된다. 주택 공시가격 9억원(2주택 이상 보유 6억원) 초과에 부과하는 주택분 종부세 납부자는 27만여 명이다. 대략 서울 아파트 평균 시세인 6억원짜리 주택의 현 공시가격은 70%선인 4억2000만원 정도다.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10%포인트 올리면 재산세가 현재 89만원에서 105만원으로 늘어난다. 종부세는 없다.

종부세 대상 주택의 보유세 부담은 더 늘어난다. 15억원짜리 주택의 공시가격이 10억5000만원에서 12억원으로 올라가면 재산세는 315만원에서 371만원으로 56만원, 종부세는 37만원에서 75만원으로 뛴다. 총 보유세 증가분은 94만원이다. 김종필 세무사는 “정부가 발표한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 세율 상향에 이어 공시가격 현실화율 제고까지 합치면 서로 상승 효과를 일으켜 세금이 확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강남권 재건축 단지 소유자는 보유세뿐 아니라 재건축부담금도 급증하게 된다. 재건축부담금은 재건축으로 오른 집값에서 해당 지역 평균 집값 상승분과 개발비용을 뺀 초과이익에 부과되는 부담금이다. 집값 계산 기준 금액이 공시가격이다.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올라가면 집값 상승분이 시세를 기준으로 한 실제보다 더 많게 된다. 지난 5월 구청에서 통보한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현대 재건축부담금 예정액이 1억3000여 만원이었다. 구청은 재건축 준공 시점 예상 시세의 75%로 공시가격을 계산했다. 이를 10%포인트 높은 85%로 계산하면 부담금이 2억1000여만원으로 8000만원이나 급증하는 것으로 예상된다.

후폭풍 강도는 현실화율에 달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6월 25일 공시가격 제도 개선 방침을 밝혔다. 사진은 6월 22일 ‘노선버스 근무시간 단축 점검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자영업자나 일용직 근로자, 은퇴자 등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건강보험료(지역가입자) 등이 올라서다. 공시가격은 건강보험료 등급 산정, 기초노령연금 수급 대상 판정, 장애인 연금 대상 판정, 기초생활보장 수급 대상 판단 등 각종 복지 혜택 자격을 가리는 데도 활용된다. 최근 몇 년 간 땅값이 급등한 제주에서 공시가격이 뛰는 바람에 기초노령연금 신청자가 대거 탈락했다. 지난해 기초연금을 신청한 9593명 중 4138명(43%)이 심사에서 탈락했다.

안종석 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공시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면 지역가입자가 매달 내는 건강보험료도 함께 올라 납세자들이 당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건강보험 지역가입자 대상은 지난 2월 말 기준으로 1379만여 명이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시가격 개편 후폭풍의 강도는 현실화율을 얼마로 하고 어떻게 올리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1443호 (2018.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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