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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뱅크 출범 1년, 인터넷전문은행 현주소는] 모바일뱅킹족에 파란불 자금력·서비스는 빨간불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바닥 드러낸 자금력, 적자 행진 … 카카오뱅크, 접속·결제 오류 잡음 잇따라

지난해 7월 27일 서비스를 시작한 인터넷전문은행(이하 인터넷은행) 카카오뱅크가 출범 1년을 맞았다. 카카오뱅크는 출범 100일 만에 가입자 수 430만 명, 수신액 4조200억원, 여신액 3조3900억원을 기록하며 초반 거센 돌풍을 일으켰다. 현재 카카오뱅크 가입자 수는 620만 명(7월 초 기준)에 이르며 기세를 이어가고 있다. 카카오뱅크보다 약 3개월 앞서 서비스를 시작한 케이뱅크도 출범 초기 연간 목표치를 일찌감치 달성하며 순항했다. 오픈 100일 만에 가입자 수 40만 명을 돌파하며 예·적금액 6100억원, 대출금액 6500억원을 기록했다.

인터넷은행의 등장으로 모바일뱅킹 이용 고객도 크게 늘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내 인터넷뱅킹서비스 이용현황’에 따르면 2016년 7467만5000명이었던 모바일뱅킹 등록 고객 수(중복 가입 합산)는 지난해 9089만3000명으로 1621만8000명이나 증가했다. 모바일뱅킹 실제 이용고객 수는 전년 말 대비 26.4% 증가한 5894만 명으로 집계됐다. 모바일뱅킹을 통한 일평균 이용 건수 및 금액도 각각 5857만건, 9630억원으로 1년 새 10.6%, 26.2% 증가했다. 당초 기존 금융회사들의 안정된 인터넷 뱅킹 시스템을 넘어서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과는 다른 결과다. 이처럼 두 인터넷은행이 설립 초반에 보여준 활약은 은행 업계를 뒤흔들 ‘메기효과’로 곧잘 비유되며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중금리대출 시장 활성화 기대 엇나가


지난해 모바일뱅킹을 포함한 인터넷뱅킹 대출신청 건수와 금액 연간 증가율이 각각 304.0%, 199.1%를 기록했다. 한국은행 편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로, 대부분 인터넷은행이 주도했다. 인터넷은행은 영업 초기 시중은행보다 낮은 금리로 고객을 유치하며 대출 영업에 두각을 나타냈다. 출범 초기 케이뱅크는 ‘직장인K신용대출’ 상품을 당시 은행권 금리보다 2%포인트 정도 낮은 연 2.65%로 출시했고, 카카오뱅크는 최대 1억5000만원, 연 2.86%의 신용대출을 선보였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5월 기준 일반신용대출 금리는 각각 5.75%(케이뱅크), 3.93%(카카오뱅크) 수준이다. 시장금리 상승의 영향으로 시중은행도 대출금리를 올리는 추세지만 우리은행(3.84%)·농협은행(3.87%)·국민은행(3.96%) 등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 인터넷은행 출범을 계기로 중금리대출 시장이 크게 활성화할 것이라는 전망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설상가상 자금력도 달리는 상황이다. 케이뱅크는 7월 12일 유상증자를 실시했지만 당초 목표치인 1500억원을 증자하는데 실패했다. 복잡한 주주 구성이 발목을 잡았다. 케이뱅크는 앞서 지난해 9월에도 1000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그러나 19개 주주 가운데 7곳이 증자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실권주가 발행했다. 그 결과 케이뱅크는 실권주 처리를 위해 부동산 개발 기업 MDM을 신규 투자자로 받아들여야 했다. 당초 지난해 말까지 증자를 완료할 계획이던 케이뱅크가 이번 2차 증자마저 난항을 겪은 것이다.

케이뱅크는 이번 증자에서 KT·우리은행·NH투자증권 등 3대 주주만 300억원어치 전환주에 대한 주금을 납입하면서 자본금을 3800억원까지 쌓는 데 그쳤다. 당장 급한 불은 껐지만 지속적인 사업 추진을 위해선 추가 유상증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자본 확충이 어려워지면서 아파트 담보대출 등 신규 상품 출시도 어려워졌다. 케이뱅크의 대표 상품으로 꼽힌 ‘직장인 K 신용대출’은 지난해 여름부터 아예 판매가 중단됐다. 6월에도 ‘직장인K 마이너스통장’ ‘슬림K 신용대출’ 등의 판매가 일시적으로 중단되는 등 피해는 고스란히 고객이 입게 됐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주주사가 많고 각자 자금 여력이 다른 탓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면서도 “다양한 주주의 역량을 활용해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그나마 카카오뱅크는 사정이 조금 낫다. 지난 4월 5000억원 증자를 단행해 자본금을 1조3000억원으로 늘렸다. 1분기 10.96%던 자기자본비율도 호전됐다. 케이뱅크와 달리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압도적 지배주주(지분율 58%)로 자본 확충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금융지주는 금융지주회사법과 은행법에 규정된 동일인 한도 10%를 넘어선 첫 사례다. 박근혜 정부 당시 금융위원회가 ‘은행업의 효율성과 건전성에 기여할 가능성, 해당 은행 주주의 보유지분 분포 등을 고려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해 특별히 보유한도를 풀어준 결과다.

증자 결과는 갈렸지만 양사 모두 적자를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올 1분기 케이뱅크는 188억4300만원, 카카오뱅크는 53억3400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 한 해 동안도 각각 837억8700만원, 1044억9100만원씩 순손실을 냈다. 자기자본 이익률(ROE)이 3%대~9%대에 달하는 시중은행에 못 미치는 마이너스 실적 탓에 자본금 확보가 어려워지는 악순환 구조다. 업계에서는 악순환의 원인으로 은산분리 규제를 꼽는다. 현행 은행법에 따라 산업자본(비금융주력자)의 은행 지분 소유를 10%(의결권 행사는 4%만) 이하로 제한하면서 적극적 사업 확장이 어렵다는 것이다. 인터넷은행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의 경우 전자상거래업체나 SNS업체에 30%까지 지분을 허용한다”며 “은산분리 규제 탓에 핀테크를 이용한 혁신성을 도모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접속 오류, 대출 신청 오류 등 잇따라

1년이 다 되도록 불안정한 서비스 시스템도 논란을 부추긴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출범 이틀 만에 대출 먹통 사태를 겪었다. 당시 카카오뱅크는 신용정보사의 신용등급 조회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렸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먹통 사태가 한 달째 이어지면서 출범 준비가 미흡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체크카드 결제 오류로 고객에 불편을 끼쳤다. 계좌에 돈이 있는데 결제가 거절되거나 결제 승인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등의 문제가 잇따랐다. 카카오뱅크 앱의 접속 오류가 끊이지 않는 데다 올 들어서만 대출 신청 오류, 계정 연결 오류 등 4건의 오류 현상이 발생했다. 그 때마다 불편함을 겪는 건 고객이었다. 카카오 관계자는 “고객이 짧은 시간에 집중되면서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서버 안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고객센터를 확충하는 등의 서비스 향상도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인터넷은행은 보안과 서비스 안전성이 핵심인데 출범 초기부터 꾸준히 잡음이 나오고 있다”며 “연이은 서비스 오류는 인터넷 은행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각에서는 인터넷은행이 빅데이터를 활용한 새로운 상품 개발보다는 예대 마진에 의존한 기존 은행권과 차이점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핀테크 활성화를 위해 정보통신기술(ICT) 기업과 증권·은행이 머리를 맞대 탄생한 결과물이 인터넷은행”이라며 “(인터넷은행이) 금융 업계에서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출범 취지에 부합하는 차별화된 서비스 개발이 필수”라고 말했다.

1444호 (2018.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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