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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의 대화 | '당신은 햄버거 하나에 팔렸습니다'의 김지헌 세종대 교수] 소비자는 무엇으로 움직이는가 

 

조용탁 기자 ytcho@joongang.co.kr
소셜미디어 시대를 읽는 다섯 가지 코드...‘공감·공유·공명·공생·공정’

▎사진:전민규 기자
김지헌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브랜드 심리학자다.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고, 어떤 사안에 영향을 받는지 등을 연구한다. 김 교수는 “심리학은 사람의 마음을 과학적으로 이해하는 학문”이라며 “사람을 분석해서 얻은 자료를 기반으로 브랜드 전략을 세우는 일을 한다”고 본인을 소개했다. 그가 새로 펴낸 [당신은 햄버거 하나에 팔렸습니다]에는 자신이 진행하는 연구의 특성을 그대로 담았다.

‘왜 이 책을 썼는가’라는 질문에 그는 담담히 말했다. “소셜미디어가 소비자의 생각과 행동에 작용하는 과정과 원리를 보여줄 수 있는, 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프레임을 만들어 독자들과 나누고 싶어서입니다.” 기존 소셜 마케팅 관련 서적을 보면 대부분 기술적인 측면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예컨대 ‘몇 시에 어떤 콘텐트를 올려야 클릭수가 늘어난다’든지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제목’ 같이 방법을 강조한 측면이 강했다. 김 교수는 조금 더 들여다 보기 원했다. 사람들의 행동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다. 여기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찾아, 보이는 소비 형태 아래에 있는 ‘언더라이닝 메커니즘(underlying mechanism)’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는 “소셜미디어 활용 방법이 아니라 소셜미디어가 가져온 소비자의 행동 변화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책을 집필했다”고 말했다. 겉으로 드러난 현상만 봐서는 소비자의 행동을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나아가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전략을 세우기는 더욱 힘들다.

저자가 처음에 생각한 제목은 ‘소셜미디어 시대의 소비자를 이해하는 다섯 가지 핵심 코드’였다. 대중성과 너무 떨어져 있다고 생각한 출판사 편집팀은 ‘당신은 햄버거 하나에 팔렸습니다’로 제목을 정했다. 2009년 버거킹이 페이스북을 통해 진행한 ‘와퍼의 희생양’이란 행사에서 따왔다. 우정보다 와퍼가 강하다는 이벤트였는데, 페이스북 친구 10명을 지우면 와퍼 하나를 주는 내용이다. 편집팀은 페이스북에서 진행한 독특한 마케팅이 실제 인간관계에 영향을 미친 점을 들어 제목을 정했다.

물론 책은 다섯 가지 핵심 코드에 관한 내용으로 가득하다. 김 교수는 책에서 소셜미디어 시대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코드로 ‘공감·공유·공명·공생·공정’의 다섯 가지 코드를 들었다. 책도 5개의 장으로 구성했다. 각 장의 이름은 다음과 같다. ‘공감’ 머리로 이해하고 가슴으로 다가가다. ‘공유’ 소비자를 마케팅에 참여시켜라. ‘공명’ 중요한 건 울림이 있는 메시지다. ‘공생’ 정글 같은 시장에서 더불어 사는 법. ‘공정’ 투명함과 공정함, 새로운 성공의 요건이 되다.

마케팅의 핵심은 데이터가 아니라 사람


저자는 “책이 두 가지 메시지를 동시에 전한다”라고 소개했다. 먼저 마케터 입장에서는 소비자가 어떻게 반응을 하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왜 이를 공유하며 공명과 공정을 추구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기업이 왜 이렇게 나오는지 보인다. 책의 주제 가운데 공생이 있다. 함께 사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다. 결국 기업과 기업, 기업과 소비자는 함께 사회를 구성하고 발전해야 하는 동반자다. 김 교수는 “공생이라는 키워드 중심으로 서로를 살아가는 배려와 공감이 왜 중요한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책에 넣으려다가 만 개념으로 공상도 있었다. 하지만 내용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주제에서 벗어난 점이 보여 소개하지는 않았다.

이 책은 전문 서적임에도 읽기가 편하다. 개념을 그대로 설명하기보다는 우리가 현실에서 보고 들을 수 있는 다양한 예를 통해 소개한 덕이다. 책은 275페이지 분량인데, 놀랍게도 책장을 넘길 때마다 적절한 사례가 기다리고 있었다. 책을 읽다 보면 다음에는 어떤 재미있는 사례가 나올지 기대가 될 정도였다. 각각의 사례를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저자가 이야기하는 개념을 받아들이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쌓인 개념을 서로 연결해주며 소셜미디어의 영향력을 보여준다. 5곳에서 시작된 이야기들은 그물망처럼 이어지며 하나의 스토리로 엮인다. 눈앞에 있던 나무를 멀찍이 바라보면 숲이 보이듯이 책을 다 읽으면 소셜미디어 시대가 보인다. 우리가 어떻게 영향을 받고, 세상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지금 우리 시대의 단면을 볼 수 있었다.

그에게 책을 소셜미디어에 어떻게 소개하고 홍보할 것인지 물어봤다. 김 교수는 미국 팝의 여왕 테일러 스위프트처럼 홍보를 하는 것도 한번 생각했었다고 한다. 책의 두 번째 장인 공유편에는 테일러 스위프트의 독특한 마케팅 방법이 소개됐다. 2017년 8월, 미국에 99년 만에 개기일식이 찾아왔다. 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서 모든 콘텐트를 지웠다. 홈페이지는 어둡게 변했고, 페이스북·인스타그램의 모든 자료가 사라졌다. 팬들은 뭔가 변화가 있음을 직감하고 긴장과 기대에 빠졌다. 그리고 며칠 후 그는 3년 만에 새 앨범을 발표한다. 각종 언론에서는 놀라운 마케팅 전략이라고 칭찬했다. 김 교수는 이를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 팝 스타의 앨범 발표와 경영학 교수의 신간 출시는 성격이 다른 이벤트여서다. 그는 “책을 소개하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아 이벤트는 벌이지 않았다”며 “페이스북 팔로워가 500명 정도 되는데, 이들에게 신간 출시 소식을 알렸다”고 말했다.

2년마다 신간 출시

집필 기간은 약 2년이다.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고 한다. 롯데그룹 사보 등 여러 매체에 두루 투고한 칼럼을 정리한 덕이다. 이 책은 그의 네 번째 저서다. [가치를 사는 소비자 공감을 파는 마케터] [소비자의 기억을 잡아라] 그리고 [Day1: 18년째 지켜온 아마존 첫날의 서약]이 있다. 김 교수는 다음에는 브랜드 여행에 관한 책을 생각 중이라 말했다. 여행을 좋아하고 많이 다니는 지인이 있다. 세계 곳곳을 다니며 개성있는 건물이나 현지의 독특한 제품을 볼 때마다 정리를 했다. 각각의 이야기를 풀어 나가며 브랜드란 무엇인지 소개하고 싶다고 했다.

인터뷰 말미에 독자들에게 가장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김 교수는 말했다. “마케팅 전략을 세울 때는 보통 빅데이터로 소비패턴을 분석합니다. 저는 여기서 조금 더 들어가 사람이 행동하고 반응하는 근본적인 이유를 들여다 봐야 한다고 봅니다. 빅데이터보다 더 중요한 것이 사람의 행동에 대한 이해라는 점을 책을 통해 전달하고 싶습니다. 소셜미디어 세상이 왔지만 여전히 마케팅의 기본은 사람에 대한 이해라고 생각합니다.”

1444호 (2018.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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