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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요금 누진제 변천사 보니] 2016년에 요금폭탄 집중 투하 

 

한정연 기자 han.jeongyeon@joongang.co.kr
지난해 구간별 요금 변화폭 줄여… 태양광 발전기 등 설치로 요금 절약 효과

▎사진:윤이삭
국내 한 스타트업의 사업개발 매니저인 윤이삭씨는 7월 14일 자택에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했다. 윤씨는 서울 강동구 강일동의 한 고층 아파트에 산다. 그는 지난 4월 아파트 게시판에서 녹색드림협동조합의 305Wh 베란다 거치식 제품을 정가의 3분의 1 수준인 20만원에 판다는 광고를 보고 설치를 신청했다. 나머지는 서울시가 보조금으로 업체에 지급한다. 3개월을 기다려야 할 만큼 인기가 좋았다. 태양광 발전기 인버터의 코드를 가구 내 콘센트에 꽂으면 현재 발생된 전기를 한국전력공사에서 공급한 전기보다 우선적으로 쓸 수 있게 돼 있다. 윤씨는 이 거치식 태양광 발전기를 냉장고에 연결해서 쓴다. 에어컨을 돌리기에는 발전량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그는 “1주일에 10KWh 한달이면 40KWh 정도 전기를 만드는데, 전기요금이 한 5만원에서 4만원으로 1만원 정도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며 “전기요금 누진제 구간에 걸쳐있는 세대라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 1973년에 도입


폭염이 이어지면서 잠 못 드는 밤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불면의 이유는 열대야다. 서울 기온은 새벽에도 30도에 육박한다. 7월 26일 오전 5시 서울 기온은 28도였다. 숨만 쉬어도 땀이 난다. 열대야에서도 편히 잠들게 해줄 수 있는 묘약은 있다. 바깥 기온이 얼마가 됐든 에어컨을 자는 내내 틀어놓으면 숙면을 취할 수 있다. 문제는 전기요금, 그중에서도 특히 누진제다. 전기를 더 많이 쓰면 더 많은 요금을 부과하는 누진제도가 2016년 생긴 것으로 아는 이들이 많다. 누진제도를 무려 6단계로 나누어 전기를 가장 많이 쓴 가정의 경우 전기 공급 원가보다 무려 10여 배나 많이 부과해 요금폭탄이란 말이 나은게 2016년이기 때문이다. 2016년 누진제 파동으로 전기를 아끼자는 말이 단지 1970~1980년대의 빛 바랜 구호가 아닌 현실이라는 점을 깨달은 셈이다.

하지만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는 무려 44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제도다. 누진요금 제도는 1973년 오일쇼크로 당시 주력 전기 공급원이던 화력발전소 원료인 석유값이 크게 오르면서 전기를 아끼자는 취지에서 일반 가정에 적용됐다. 1979년 2차 오일쇼크를 계기로 누진요금제는 12단계로 늘어났다. 누진세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단계가 조절됐다. 노태우 대통령 집권 시절에는 4단계, 김영삼·김대중 대통령 집권 시절에는 7단계, 노무현 대통령 집권기에는 최저 단계 요금을 인상해 최저와 최고 요금 차이를 18.7배에서 11.7배로 줄인 6단계로 개편됐다. 2017년에는 이를 최저와 최고의 차이를 3배로 조정한 3단계로 조정했다. 현재 전기요금 누진제는 200kWh 이하인 1단계에는 kWh당 93.3원, 201~400kWh인 2단계의 요율은 187.9원, 월 401kWh 이상을 쓰는 3단계에는 280.6원을 적용하고 있다.

JTBC는 지난해 팩트체크 코너에서 주택용 저압 전기를 기준으로 2017년 1월 시행된 새로운 누진제를 설명했다. 개편 전인 2016년 전기를 100kWh 썼을 때 요금은 7350원, 300kWh는 4만4390원, 600kWh는 21만7350원으로 구간별로 급격하게 변했다. 개편 후에는 100kWh가 1만1630원, 300kWh가 4만4390원, 600kWh가 13만6040원으로 완만하게 변화했다. 300kWh보다 많이 쓰면 요금 부담이 덜해지지만, 이보다 적게 쓰면 과거보다 더 많은 요금을 내야하는 방식으로 바뀐 것이다. 누진제는 전기를 많이 쓰는 사람의 부담을 높이려는 게 취지인데 적게 쓰는 사람의 부담이 올라가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를 막기 위해 ‘필수사용량 보장공제’라는 제도도 함께 시행됐다. 이 제도는 0~200kWh까지 사용하는 가구의 전기요금을 4000원씩 공제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전체적으로 개편 후 전기요금이 올라가는 구간은 없었다. 200~300kWh 구간은 개편 후에도 요금이 그대로인 유일한 구간으로 한 달에 이 정도 전기를 사용한다면 개편 전후 요금 차이가 없다. 2016년 6~8월 전국 주택의 평균 전기 사용량은 407kWh였다. 개편 전에는 8만6100원, 개편 후에는 7만4470원이 나온다. 차이는 1만1000원 정도다. 현행 3단계가 401kWh부터이기 때문에 평균치만 써도 3단계에 해당해 비싼 요금을 내야 한다. 이런 경우 윤이삭씨처럼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한다면 kWh당 요금을 100원 가까이 줄여 187.9원으로 내릴 수 있다. 다만 주거 형태에 따라 고압을 쓰는 경우에는 다소 요금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럼 올 여름 과연 누진제 폭탄을 맞는 가구가 얼마나 늘어날까? 에어컨 가동시간에 따른 전기요금 상승은 에어컨의 소비전력과 가동시간 등에 따라 다르며 한전 홈페이지의 ‘사용제품 요금계산’을 활용해 파악할 수 있다. 평균치를 동원해 보면 어느 정도 파악이 가능하다. 에어컨을 틀지 않았을 올해 5월 기준으로 전국 가구 평균 전기요금은 2만원이다. 한전 ‘사용제품 요금계산’을 활용해 소비전력이 편의상 1kWh인 에어컨을 하루 8시간씩 한달 동안 틀었을 때 예상 전력사용량을 구해보면 441kWh로 3단계에 해당해 6만원 이상 증가한 8만원 대를 내야 한다. 지난해 7월 평균 전력사용량은 228.79kWh로 전기요금은 2만5294원이었다. 지난해 8월 평균 전략사용량은 278.32kWh로 3만5371원이었다. 2016년의 누진제 당시 8월 전기사용량은 지난해와 비슷한 285kWh였지만 가격은 4만5000원으로 1만원 정도 더 많았다. 2016년보다는 적게 내겠지만, 사용량이 늘어난 만큼 어느 정도의 요금 상승은 각오해야 한다.

블랙아웃 사태 발생 논란

이런 가운데 일부 매체들이 연일 예비전력이 크게 떨어지는 문제를 제기하면서 탈원전 정책 폐기를 주장하고 있다. 전력 공급 예비율이 정부의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최소 예비율인 13%를 훨씬 밑도는 7%대까지 떨어지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1994년 이후 최대 폭염으로 전기사용량이 급격하게 늘어난 게 원인이지 탈원전 정책 때문은 아니다. 정부가 탈원전을 선언했지만 실제로는 노후된 고리1호기만 가동 중지된 상황이고, 지난해 한전의 원자력 발전설비 용량은 22.529GWh로 오히려 이전 정부 때보다 더 늘어났다. 또 정부가 전력거래소와 계약한 기업들에게 피크 시간대 전기 사용량을 줄이면 이를 보상해주는 수요감축요청 제도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블랙아웃(대정전) 사태는 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445호 (2018.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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