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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시장에 부는 증여 열풍] 양도세·보유세 절세, 능사는 아니다 

 

안장원 중앙일보 기자 ahnjw@joongang.co.kr
올 상반기 증여 주택 수 2006년 이후 가장 많아…세금 부담 오히려 커질 수도

주택시장에 증여 열풍이 뜨겁다. 주택 매매거래는 다소 주춤해졌는데 증여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정도로 활발하다. 증여는 다른 사람에게 재산을 무상으로 주는 것을 말한다. 주로 배우자 등 가족이 대상이다. 올해 상반기 전국 증여 주택 수가 5만4655가구로 실거래 신고 집계를 시작한 2006년 이후 반기별로 가장 많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34% 늘었다. 서울은 더 많이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에 역대 처음으로 반기 증여 건수가 1만건을 넘어선 1만2850건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8353건)의 두 배 수준에 가깝다. 올해 상반기 서울에서 증여한 주택 3채 중 하나는 강남권(강남·서초·송파구, 3700가구)이다. 지난해 상반기(1459가구)의 두 배 수준이 넘는다. 올해 강남권 주택 매매거래량이 서울 전체에서 차지한 비율은 14%였다. 집값이 비쌀수록 증여가 많다는 걸 볼 수 있다.

주택 증여를 하는 주된 이유는 절세 목적이다. 증여로 주택 수를 줄이거나 지분을 쪼개면 보유세와 양도세를 아낄 수 있다. 지난 4월부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시행됐고 내년부터 종합부동산세가 과세표준(세금 산정 기준 금액) 인상, 다주택자 중과 등으로 늘어난다. 양도세와 종부세는 개인별로 계산하기 때문에 증여로 집값 총액이 줄면 종부세 과세표준이 낮아지고 양도차익이 줄어든다. 그만큼 낮은 세율을 적용받는다. 좀 멀리 보면 상속세도 아낄 수 있다. 상속세 역시 누진세율이어서 재산이 많을수록 세율이 더욱 올라간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증여가 절세의 능사는 아니라고 말한다. 증여에 숨은 복병이 많다는 것이다. 증여의 상당수가 부부 간에 이뤄진다. 6억원까지 증여세가 없기 때문이다. 직계 존·비속 공제금액은 5000만원까지다. 정부의 분양가 규제로 시세차익 기대감이 큰 대신 가격이 비싸 종부세 대상인 강남권 아파트 분양권을 부부 공동명의로 바꾸는 사례가 많다. 서울이 투기과열지구여서 준공 후 소유권 이전 등기까지 분양권 전매를 할 수 없다. 무상으로 소유권을 넘겨주는 증여도 전매에 해당한다. 예외적으로 배우자 증여는 허용된다.

디에이치자이개포 분양권 43%가 부부 공동명의


지난 3월 역대 최고 ‘로또’로 꼽혀 25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하며 한 달도 안돼 모두 팔린 서울 강남구 일원동 디에이치자이개포. 분양가가 3.3㎡당 평균 4100만원대로 가구당 9억~30억원에 달했지만 분양가 규제를 받아 주변 시세보다 최소 3억원 이상 저렴한 것으로 업계는 봤다. 이 아파트 계약자(1690명) 중 절반에 가까운 739명이 지난 6월 무더기로 증여 신고를 해 부부 공동명의로 분양권 명의를 바꿨다. 주택에 입주할 수 있는 권리인 분양권은 기존 주택과 증여금액 산정 등이 다르다. 증여 액수는 분양가가 아니라 증여 때까지 분양 업체에 불입한 금액과 증여 당시 웃돈(프리미엄)을 합친 금액을 기준으로 한다. 당첨 후 계약금(주로 분양가의 10%), 중도금(10%씩 여섯 차례), 잔금(30%) 순으로 내기 때문에 증여를 빨리할수록 증여 액수를 낮출 수 있다.

전매 금지 대상인 분양권은 웃돈 거래 사례가 없어 웃돈이 없는 것으로 본다. 주변 단지에 형성된 웃돈은 같은 단지가 아니고 분양 시기가 차이 나기 때문에 증여 주택의 웃돈으로 볼 수 없다. 디에이치자이개포의 증여 액수는 그동안 들어간 돈의 지분 비율이 된다. 디에이치자이개포는 아직 중도금 납입을 시작하기 전이고 분양가의 10%인 계약금만 받았다. 배우자에게 2분의 1을 증여했다면 증여금액이 4900만~1억5000만원이다. 증여받은 배우자는 중도금·잔금을 낼 때 증여 지분만큼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만약 배우자가 중도금·잔금을 모두 내면 중도금·잔금 중 증여 지분을 추가로 증여받은 셈이다.

배우자 증여 공제금액 6억원은 10년 간 합산해 계산한다. 계약금과 중도금·잔금 중 증여 지분에 해당하는 금액이 6억원이 넘으면 증여세를 내야 한다. 디에이치자이개포에서 전용 76㎡ 일부 가구부터 계약금 등 총분양가가 12억원이 넘는다. 지분 절반을 증여하고 중도금 등을 대신 납부하면 증여세 대상이다. 이럴 경우 분양가가 14억360만원인 전용 84㎡의 증여 금액은 7억180만원이고 증여세는 1215만원이다. 19억690만원인 전용 118㎡ 증여세는 7100만원이다. 준공 후 양도할 때까지 증여로 줄일 수 있는 보유세와 양도세가 증여세보다 많아야 이득이 되는 셈이다. 전용 84㎡를 준공 후 거주하지 않고 보유만 하다가 5년 후인 2026년 80%가량 오른 26억원에 판다고 보자. 증여하지 않을 경우 5년 간 보유세(재산세+종부세)와 양도세가 총 3억2100여만원이다. 증여하면 보유세·양도세는 2억8000만원으로 4000여만원 줄일 수 있지만 증여세를 합치면 2억9200만원으로 늘어 절세 금액이 3000만원 정도다. 전용 118㎡를 단독 명의로 갖고 있다가 2026년 34억원에 팔면 보유세·양도세 합계액이 4억2800만원이다. 부부 공동명의의 세금은 3억7000만원으로 세금이 6000만원가량 줄어든다. 그런데 여기다 증여세 7100만원을 더하면 오히려 전체 세금이 더 많아진다. 집값이 비싸고 많이 오를수록 보유세·양도세·증여세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김종필 세무사는 “분양대금 납부 계획 없이 일단 배우자에게 지분 일부를 증여부터 해놓고 보자는 식이 많다”며 “추가 증여세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존 주택을 부부 간 공동명의로 증여할 때는 증여받는 사람의 취득세를 무시할 수 없다. 증여받는 사람은 주택을 일부라 하더라도 취득했기 때문에 취득세를 내야 한다. 증여 취득세는 매매 취득세와 다르다. 매매의 경우 취득세율이 거래가격을 기준으로 전용 85㎡ 이하·초과로 나눠 1.1(6억원 이하, 85㎡ 이하)~3.5%(9억원 초과, 85㎡ 초과)다. 증여 취득세는 거래가격이 없어 공시가격에 세율 4%를 적용한다. 배우자에게 증여받은 시가 6억원은 공시가격으로 4억2000만원(시세 반영률 70% 적용)이고 취득세는 1680만원이다. 증여로 줄일 수 있는 보유세·양도세가 이보다 더 많아야 증여가 절세에 유리하다.

1주택자가 현재 시세 16억원인 주택을 5년 후 20억원에 팔면 5년 간 보유세와 양도세는 총 5600만원이다. 16억원 중 6억원어치를 배우자에게 증여할 경우 보유세·양도세는 4300만원으로 1300만원 줄어든다. 하지만 증여세 1680만원을 더하면 300여만원 더 많다. 이우진 세무사는 “증여에 취득세와 같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집값이 많이 올라 증여에 따른 보유세·양도세 절감액이 많아야 증여가 나은 셈”이라고 말했다.

기존 주택 증여 받으면 취득세 내야

지분을 쪼개지 않고 통째로 증여할 경우 증여 금액을 줄이기 위해 채무를 함께 넘기는 부담부 증여를 많이 활용한다. 5억원짜리 주택을 증여하면서 대출 금액이나 전세보증금을 같이 증여하는 식이다. 없던 증여재산가액을 산정할 때 증여받는 사람이 갚아야 하는 채무 금액은 제외한다. 그만큼 증여재산가액이 줄어 증여세가 줄어든다. 그런데 부담부 증여를 한 사람이 양도세 폭탄을 맞을 수 있다. 증여되는 이런 채무는 증여하는 사람 입장에선 이득이다. 대출 금액이나 전세보증금은 원래 증여하는 사람이 갚아야 할 빚이어서다. 채무 증여에 따른 이득에 대해 양도세가 부과된다. 증여도 명의가 바뀌는 것으로 양도다. 지난 4월부터 다주택자의 서울 등 조정대상지역 주택 양도 때 양도세가 중과되고 있다. 증여한 사람이 다주택자이면 양도세가 중과돼 크게 늘어난다. 부담부 증여 때는 증여세만 생각해서는 안 되고 증여하는 사람의 양도세도 따져봐야 한다.

1445호 (2018.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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