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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 편의점 본사가 책임져라?] 지나친 출점경쟁이 결국 발목 잡아 

 

김성희 기자 kim.sunghee@joongang.co.kr
가맹점 매출 줄면 본사 수익도 감소...18년 만에 ‘80m 출점 제한’ 논의 부활

▎사진:연합뉴스
“저희가 최저임금 인상했나요? 근데 왜 최저임금 인상분을 저희가 부담해야 하는지 정말 답답하기만 합니다.” 한 편의점 업계 고위 관계자의 말이다. 최근 정부는 2019년 최저임금을 시간당 8350원으로 확정했다. 올해(7530원)보다 10.9% 오른 액수다. 국내 최저임금 30년 역사상 8000원대에 접어든 것은 처음이다. 월급(주 40시간 기준, 월 209시간)으로 환산하면 174만5150원이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이 결정된 후 편의점 가맹점주들은 “매출은 감소하는데 임대료와 인건비는 매년 올라 문 닫아야 할 판”이라며 하나같이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CU·GS25·세븐일레븐·이마트24 등 4개 편의점 가맹점주로 구성된 전국 편의점가맹점협회는 “지난해 월 평균 195만원이던 수익이 올해 최저임금 인상 이후 130만2000원으로 줄었는데 이번 인상으로 더 감소할 것”이라며 정부에게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지원 대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동시 휴업하겠다며 단체행동도 예고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수많은 자영업자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지만, 편의점 업계는 다른 가맹점주보다 반발이 심하다. 이는 편의점 운영 특성 때문이다. 편의점은 대부분 24시간 운영해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인건비가 더 들어간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인건비 부담이 더 커지는 것이다.

정부 “가맹점 지원책 내놔라” 편의점 본사 압박


점주들의 불만이 커지면서 정부는 편의점 본사에 압박하기 시작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을 나누라는 것이다. 지난 7월 16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가맹점주 부담을 가중시키는 편의점 본사의 불공정 행위에 대한 조사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다음날 공정위는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 등 편의점 본사 두 곳에 대해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 이튿날에는 산업통상자원부가 CU·GS25·세븐일레븐·이마트24·미니스톱 등 실무자들을 불러 ‘소상공인 지원대책’ 간담회를 진행, 가맹점 지원책을 요구했다.

정부는 이미 지난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가맹점주 수익을 보전하기 위해 ‘상생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이에 CU와 GS25는 5년 간 각각 1조500억원, 9500억원을 가맹점에 지원키로 한 상태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최저임금은 정부가 올려놓고 마치 기업들이 잘못한 것 마냥 지원책을 내놓으라고 한다”며 “편의점 본사의 수익구조는 가맹점주 매출이 줄면 본사도 줄어드는 구조로, 점주가 어려우면 회사도 함께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실제로 편의점 본사와 가맹점 수익 배분구조는 다른 프랜차이즈와 다르다. 대부분 프랜차이즈 본사는 점포에 제품을 납품하고 납품 대금으로 수익을 낸다. 그러나 편의점 본사는 가맹점의 매출이익금을 나눠 수익을 낸다. 예컨대 신규 점포를 개점할 경우 다른 프랜차이즈 가맹점과 똑같이 임대 보증료와 임대료, 가맹비(상품준비금)는 가맹점주가 부담한다. 그러나 내부 인테리어 비용, 커피머신과 같은 집기 등도 편의점 본사가 비용을 부담한다. 때문에 편의점 창업 초기 비용이 적게 드는 편이다.

본사 지원으로 보통 CU와 GS25은 가맹계약을 할 때 매출이익금을 본사와 가맹점주가 각각 65~70%, 35~30% 비율로 나눠 갖는 형태로 계약한다. 매출이익금은 매출액에서 매출원가(상품구입비)를 뺀 금액이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본사가 매월 가지고 가는 이익금에는 인테리어, 집기 비용은 물론 인건비, 점포 전기료 지원과 같은 장려금 등이 다 포함되어 있다”며 “매월 점포 매출이익금에서 본사와 점주와 나눠 갖기 때문에 이익금이 줄어들면 본사가 가져가는 돈도 적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이마트24는 가맹점주가 내부 인테리어, 집기 등 투자하고, 가맹점주로부터 고정금을 월회비를 받는 형태로 보통 편의점 본사-가맹점 수익구조와는 다르다.

편의점 본사는 높은 매출이 발생해도 영업이익률은 높지 않다. CU는 올 1분기 매출은 1조3166억원이지만 영업이익률은 1.9% 수준이다. GS25의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은 199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37.3% 줄었다. 세븐일레븐의 1분기 영업이익률은 0%대다. 이익률 감소는 올해 상생지원금 집행과 담배매출 증가 등에 따른 것이다. 때문에 앞으로 지원금이 늘고, 매출이 줄어들면 본사 영업이익률은 더욱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이마트24, 업계 4위로 올라서

업계에서는 이 같은 문제는 편의점 과다 출점이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고 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최근 원내대책회의에서 “편의점 점주들의 어려움은 최저임금 인상보다 편의점의 지나친 출정 과다 경쟁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편의점 수는 3만6823개(3만9200개)로 전년보다 12.9% 늘었다. 2013, 2014년에는 매년 5% 이하 성장을 했지만 2015년부터 점포수는 매년 10% 이상 늘고 있다. 국내 편의점 1위인 CU의 점포수는 1만2503개로 전년(1만857개)보다 15% 늘었다. 그 뒤를 쫓고 있는 GS25는 1만2429개로 16% 증가했다.

더 큰 문제는 편의점 점포수가 계속 늘고 있다는 점이다. 편의점 후발주자인 이마트24는 공격적으로 점포를 늘리고 있다. 이마트는 2014년 1월 위드미를 인수한 데 이어 2017년 7월 브랜드를 이마트24로 리뉴얼했다. 브랜드 리뉴얼 당시 이마트는 향후 3년 간 3000억원을 투자, 사업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10월 이마트24 점포수는 미니스톱을 제치고 4위로 올라섰다. 실제로 올해 6월 기준 이마트24의 점포수는 3236개로 2017년 말 대비 584개 매장이 순증했다. 순증 점포 수란 개점 점포 수에서 폐점 점포 수를 뺀 수치다. CU와 GS25는 올 들어 200개 이상 점포가 늘었다.

‘한집 건너 한집 편의점 개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편의점 간 근접 출점 제한 논의가 18년 만에 이뤄질 전망이다. CU·GS25·세븐일레븐·미니스톱·씨스페이스 등 5개사를 회원사로 두고 있는 한국편의점사업협회는 최근 근접 출점을 자제하는 내용의 자율규약안을 제정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심사요청했다. 동일 브랜드는 250m 내 출점 제한을 받지만, 경쟁 브랜드의 출점은 제한이 없다. 1994년 편의점 업체들은 ‘기존점과 80m 이내에는 신규 출점을 하지 않는다’는 협정을 맺었으나, 2000년 공정위가 이를 담합행위로 판단해 무효로 했다.

회원사들이 근접출점자율규약을 만든다 해도 공정위 심사를 통과할지는 미지수다. 편의점 업체들이 모여 출점 자제를 논의하는 것 자체에 담합의 소지가 있는 데다, 이를 허용할 경우 담합에 대한 원칙이 무너질 수 있어서다. 또 이마트24의 반대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편의점사업협회 비회원사인 이마트24는 점포를 올해 4000개, 2019년 5000개까지 늘린다는 목표다.

1447호 (2018.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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