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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 흔드는 가상현실] 가상의 집 느껴보고 현실의 집 산다 

 

맥 갤러리 IT 칼럼니스트
가구 미리 배치해보고 아파트 전망도 감상…현실과 괴리 발생 때 마이너스 요인 될 수도

▎사진:© gettyimagesbank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이 부동산 산업과 만난 것은 벌써 10년 전의 이야기다. 초기에는 부동산 매매 카탈로그를 스마트폰으로 스캔하면 가상의 모형도를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했다. 그마저도 부동산에 특화된 서비스라기보다는 카탈로그를 AR로 표현하는 기술의 예시 중 하나였다는 설명이 더 정확하다.

가상현실 기술에 아이디어 더해져

최근 부동산 업계는 과거보다 적극적인 방법으로 AR과 VR을 활용하고 있다. 눈부신 기술의 발전과 흥미로운 아이디어가 더해지면서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소더비 국제 부동산(Sotheby’s International Realty)은 AR과 VR 부동산 애플리케이션(앱)을 구현한 최초의 부동산 브랜드다. 소더비가 출시한 모바일 큐레이트 앱은 3D 기술 플랫폼 ‘루미’를 기반으로 구글의 AR 플랫폼(AR 코어)를 결합해 개발했다.

큐레이트 앱은 소비자가 주택을 구매하기 전에 시각화 경험을 제공한다. 거실이나 부엌에 가구를 배치하고 동선을 확인하는 등 구매 후 고려할 사항을 가상으로 경험하게 한다. 소더비는 또 가구 업체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실제 판매하는 가구를 배치해 보고 구매까지 할 수 있도록 연결한다.

소더비의 앱은 최근 이케아가 선보인 AR 가구 배치 앱 ‘이케아 플레이스(IKEA Place)’와는 또 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이케아 플레이스는 가구를 개별적으로 배치해 가상의 인테리어를 완성하지만, 큐레이트 앱은 소개하는 공간에 어울리는 가구 세트를 미리 선정하는 맞춤형 서비스에 가깝다.

적절한 가구를 배치했을 때 만족감이 주택 구매로 이어질 확률을 높인다. 또 배치한 가구를 구매한다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굳이 다른 가구를 고르는 수고를 할 필요가 없다. 부동산 판매자와 가구 업체, 소비자가 모두 윈-윈 할 수 있는 사례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 소더비의 마케팅 담당 부사장 존 파세리니는 “집을 사는 것은 재정적으로도 중요하지만 매우 개인적이고 감정적인 일이다”며 “AR을 도입하는 것은 소비자들이 기술의 마법을 통해 개인적인 공간으로 변한 가정을 볼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주택을 구매하기 전에 마치 본인이 사는 집인 것 같은 느낌을 고객에게 제공하겠다는 뜻이다.

VR은 또 잠재적 구매자와 부동산의 거리를 좁힐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제이드 시그니처(Jade Signature)는 미국 플로리다 남부 서니 아일즈 비치에 위치한 57층 192 가구로 구성된 주거용 아파트다. 2013년 시작한 프로젝트로 세계적인 건축가 듀오인 헤르초크와 드 뫼롱이 참여해 관심을 높였다. 특히 해안가에 지어지는 만큼 고층에서 보이는 해변 풍경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건축물이 완성되기 전에 해변을 바라보는 경험을 고객에게 전달하기는 쉽지 않았다.

개발을 주도한 ‘포춘 인터내셔널 그룹’의 판매 담당자 샌드라 차토니는 고객을 설득하는 방법으로 VR을 활용했다. VR 헤드셋을 착용한 잠재적 고객은 이른 시간 햇빛이 드는 집의 세련된 주방으로 이동할 수 있다. 현대적인 가구로 꾸며진 거실에서 이동하는 경험도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아직 완성도 안된 57층 건물의 해변 전망을 고객이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도록 해 호응을 얻었다. 차토니는 “우리는 꿈을 꾸지만 이것은 현실을 입증하는 또 다른 도구”라고 말했다. 헤드셋 속 화면은 분명 가상이지만, 실제 거주하는 것과 같은 경험을 제공해 실제 판매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설명할 것이다.

과거엔 멀리 있는 고객에게 프로젝트에 대해서 설명하려면 모델하우스와 같은 샘플을 만들어 보여주고, 이를 확인한 고객이 현장(마이애미)을 방문하는 방식으로 일이 진행됐다. VR을 활용하면 예전보다 훨씬 더 저렴한 비용으로 더 많은 잠재 고객을 마이애미로 불러 모을 수 있다.

부동산 시장에 AR과 VR 적용은 아직 초기다. 대부분 고급 부동산에만 국한해 해당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이와 달리 광범위한 수요를 위해 AR과 VR을 활용하면 오히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VR로 광범위한 수요를 유도하는 것은 좋지만 실질적 판매까지 연결이 되지 않으면 많은 비용적 손실이 발생한다. 그래서 부동산 시장의 AR과 VR을 수요를 특정할 수 있는 고급 부동산에 초점을 두고 있다.

개선해야 할 부분도 있다. 차토니는 기술이 현실을 입증하는 도구라고 말했지만, AR과 VR은 100% 현실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당연히 실제 경험과는 차이가 있다. AR로 구현한 가구 세트가 현실에 놓였을 때 재질이나 무게, 마감 등에서 불만족스러운 결과를 줄 수도 있다. VR로 바라본 해변의 풍경이 현실에서는 우중충한 모습일 수도 있다.

만족도를 높이려면 가상의 요소를 최대한 현실과 가깝게 구현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눈 속임으로 만든 AR은 화제는 될 수 있지만 수명은 짧다”고 말한다. AR과 VR이 소비자가 원하는 경험을 채워줄 수 없다면 결국에는 실패한 마케팅으로 끝날 수 밖에 없다는 뜻이다.

다만 이러한 부분은 AR과 VR 콘텐트의 제작 비용 상승의 요인이며, 광범위한 부동산 사업에 적용할 수 있는 플랫폼 개발에 장애로 작용한다. 아직 AR과 VR의 부동산 시장 적용이 초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개선의 여지가 있다. 또한 잠재력도 풍부하다. 개인화한 인테리어와 공간과 시간의 제약이 없는 샘플을 고객에게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은 거부하기 어려운 매력이다.

아직은 고급 주택 수요에만 집중

앞서 사례로 쓰인 제이드 시그니처는 올해 초 오픈했고, 전체 가구의 95%를 팔았다. 포춘 인터내셔널의 CEO 에르가르도 데포르투나는 VR 전략이 얼마나 성공적이었냐는 질문에 “우리가 VR을 다시 활용할까요? 네, 곧 그럴 겁니다”는 위트있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AR과 VR이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점차 넓은 영역으로 퍼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의 AR과 VR은 신기하고 새로운 기술 정도로 인식되었지만, 지금은 소비자가 원하는 경험을 빠르게 제공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춘 기술로 주목을 받고 있다. 부동산 산업에서 AR과 VR은 초기 단계의 일부 문제점만 해결한다면 전체 부동산 산업의 전체 판을 흔들 만큼 위력적이다.

※ 본 콘텐트는 LG CNS 블로그와 제휴해 제공하고 있습니다. 좀 더 자세한 내용과 더 많은 IT 관련 트렌드가 궁금하다면 블로그(blog.lgcns.com)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1447호 (2018.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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