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나눔과 키움의 조화 고민해야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최근 대외적 여건 중에서 가장 큰 이슈는 미·중 무역전쟁 중심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다. 보호무역주의는 단순한 무역분쟁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자본 이동이 자유화된 상황에서 기축통화를 발행하지 못하는 비(非)기축통화국들은 위기 방지를 위해 경상수지 흑자를 내고 외환보유액을 쌓아야만 한다. 그런데 중국은 과거 30여 년 간 막대한 무역흑자로 이런 외화안정망을 구축하는 동시에 커다란 경제 발전을 이뤘다. 이 과정에서 대미 무역흑자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경제 발전을 거듭한 중국은 2008년 글로벌 위기 당시 3조 달러가 넘는 외환보유액 덕에 위기를 무사히 넘기면서 미국과 더불어 주요 2개국(G2) 국가로 평가를 받는 수준으로 국격이 상승됐다.

지금은 미국의 기본적 태도가 바뀌고 있다. 미국은 막대한 대중적자가 중국의 국격 상승 요인이 됐다고 인식하면서 신흥 패권국 수준으로 격상된 중국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중 무역적자 축소 조치는 광범위한 중국 견제의 일부분으로 시행되는 정책이라서 금방 해소되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 시장으로의 접근이 제한되면 중국 경제가 매우 힘들어질 가능성이 있고, 이는 우리 경제에도 상당한 위협 요인이 될 것이다. 대중 수출이 전체 수출의 25% 수준인 상황에서 거대한 쓰나미가 밀려오고 있다는 두려움이 앞선다. 미·중 양국의 움직임을 좀 더 주시해야 하겠지만 두 나라 간의 분쟁이 일단락되기까지 우리는 안심하기 힘들 것이고, 이에 대한 다양한 대비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최근 터키를 중심으로 신흥국 자본이 대량 유출되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고 금융시장이 일부 흔들리고 있다 그나마 우리 경제가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면서 4000억 달러가 넘는 외환보유액을 보유하고 있는 점은 매우 다행스럽다. 외환위기 때와 같은 급격한 자본 유출이 일어날 가능성은 작다고 보인다. 그렇더라도 사태를 주시하면서 유사시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대내적으로도 부정적 요소가 많다. 우선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으로 정책 리스크가 심각하다. 특히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자영업을 비롯한 내수시장에 타격을 주고 있다. 자영업자와 이들을 돕는 무급 가족종사자의 숫자는 대략 700여 만 명이다. 전체 취업자의 25% 수준이다. 이들은 도·소매, 음·식료, 숙박, 운수업 등 저부가가치 업종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다. 겉으로는 종업원에게 급여를 지급하는 사장님이지만 사실상 자기 월급마저 제대로 챙기기 힘들다. 이들 자영업자들이 주로 최저임금을 지급하는 그룹인데, 최저임금은 2019년까지 2년 연속 약 29% 오르게 되어 있다. 최저임금 인상 속도가 너무 빠르고 폭이 너무 크다. 카드 수수료, 가맹점 수수료, 부동산 월세 문제도 해결할 과제이지만 최저임금 인상을 재고해야 한다. 더구나 주 52시간 근무제가 빠르게 도입되면서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급여 감소까지 겹쳐 내수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소득주도성장정책에 대한 재고와 방향 수정이 필요하다.

경기가 전반적으로 둔화하는 것 또한 큰 문제다. 2분기 통계를 보면 민간소비는 전분기 대비 0.3% 증가에 그친 반면, 설비투자는 -6.6% 건설투자는 -1,3%를 기록했다. 설비투자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매우 우려할 대목이다. 현재 시점에서 자본스톡이 감소하고 있다는 얘기다. 미래 시점에서의 일자리 감소와 불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건설 투자가 줄어들고 있는 것도 문제다. 건설 분야는 일자리 창출력이 매우 높은 분야다. 건설투자 감소가 일자리 감소로 직결된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부동산 문제도 심각하다. 지방이나 주변부 부동산 시장이 부진한 가운데 강남 등 핵심 지역 부동산만 나홀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다주택자들에게 집을 팔라는 압박이 가해지니까 이른바 ‘똘똘한 한 채 전략’이 등장했다. ‘정책’이 시행되니 ‘대책’이 나오고 있는 셈이다. 이로 인해 핵심 지역 부동산으로 수요가 몰리면서 이들 가격은 더욱 상승하고 있다. 하지만 주변이나 지방 부동산은 매물이 증가하면서 가격이 정체되거나 하락하고 있다. 부동산 양극화 극복을 위한 지역별·계층별 맞춤형 정책이 절실하다.

그 외에도 과도한 공공 및 재정만능주의의 움직임이 일반화되면서 많은 분야에서 효율성이 감소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과거에 얽매여 새로운 상황에 맞는 새로운 흐름을 창출하지 못하는 모습이 여러 곳에서 나타나는 것도 걱정된다.

무엇을 할 것인가. 이렇게 보면 지금 우리 경제 운용에 가장 필요한 것은 경제정책의 전반적 기조를 전환하는 것이다. 자율과 창의의 확산, 그리고 경제적 자유의 증진과 규제 완화를 통한 투자활성화 등이 매우 절실하다. 우선 각종 규제와 압박으로 기업에게 부담을 주는 것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 과도하거나 중복된 규제는 없는지 기업 입장에서 들여다봐야 한다. 공정거래가 중요하기는 하지만 피규제자의 규제 준수 비용까지 고려해 적절한 수준으로 조정해야 한다.

나아가 규제체계 전반에 대한 전향적 접근과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최근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은산분리 완화를 둘러싼 논란을 보면 이 문제가 잘 드러난다. 과거 대기업이 지나치게 공격적이고 자금이 부족하던 상황에서 대기업이 은행의 대주주가 되지 못하도록 하는 은산분리 규제의 필요성이 존재했다. 하지만 최근에 와서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다. 대기업은 투자를 안 해서 걱정이고 자금은 풍부해졌다. 투자 대상만 괜찮으면 돈 구할 데가 너무 많아서 은행 돈에 의존할 필요가 없다. 이처럼 상황이 변했는데 인식은 제자리이다. 대통령이 나서도 반대는 여전하다. 은산분리 규제를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모습을 보면서 인식 변화의 중요성을 느끼게 된다. 적극적 투자가 일어나야 일자리가 생기고 세수가 늘어난다. 기업에게 유리한 것이 국가 경제에도 유리하다는 전향적 시각이 필요하다,

얼마 전 경제부총리의 기업 방문을 둘러싸고 투자를 구걸한다는 표현이 등장한 적이 있다. 정책담당자의 기본적 인식에 의문이 간다. 국가 경제를 위해서는 ‘구걸’보다 더한 것이라도 할 수 있어야 한다. 공개적인 만남까지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 투자에 유리한 환경조성을 통해 일자리를 한 개라도 더 만들겠다는 의지를 정부가 제대로 보여주어야 한다. 차제에 친노동 정책도 수정해야 한다. 최근에 와서 국가경쟁력 강화에 대한 논의가 사라진 느낌이다. 소득주도성장에 따른 임금비용 상승, 법인세 인상으로 인한 세금비용 상승, 탈원전으로 인한 에너지비용 상승 등으로 고비용·저효율 구조가 정착되고 있다. 생산비를 줄이고 노동유연성을 강화해야 경쟁력이 강화된다. 친노동정책이 국가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지 않도록 노동유연성 제고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투자가 증가하고 일자리가 생기고 돈이 제대로 돌아야 우리 경제에 활력이 생긴다. 명분과 형평만이 아니라 실리와 효율을 중시해야 경제가 살아난다. 나눔도 중요하지만 키움도 중요하다는 인식도 필요하다. 키워야 나눌 수 있다. 나눔과 키움 간의 조화를 깊이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1448호 (2018.08.27)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