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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살까 말까ㅣ당장이라도 사라] 보조금 넉넉하고 유지비 적게 들어 

 

박찬규 머니S 기자
배터리 기술 발전으로 주행가능 거리도 늘어...운전 중 소음도 상대적으로 적어

▎한 번 충전으로 400㎞ 주행이 가능한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 / 사진:현대자동차
“전기차 지금 사도 괜찮을까요?” 자동차의 패러다임이 점차 바뀌는 요즘, 전기차 구매를 두고 소비자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전기차는 먼 미래의 이동수단이었지만 지금은 주변에서 한두 명쯤은 전기차를 타는 시대다. 다만 아직은 ‘전기차 라이프’에 도전할지 말지 망설이는 이가 많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금 기회가 있다면 도전해보라’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우선 기름을 연료로 쓰던 기존 내연자동차를 ‘움직이는 기계’로 본다면 전기차는 ‘전자제품’ 개념에 더 가깝다고 생각하고 접근하면 편하다. 20년 전에 나온 자동차나 요즘 나온 차의 기본 구조나 작동원리는 큰 차이가 없다. 이와 달리 컴퓨터나 전화기는 어떤가. 현대자동차 EF쏘나타가 르노삼성 SM5와 경쟁하던 시절 휴대전화가 대중화되기 시작했고 단말기는 몇 줄짜리 흑백 디스플레이를 탑재했을 뿐이었다. 지금은 손바닥보다 큰 사이즈의 초고해상도 풀컬러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스마트폰으로 웬만한 업무를 거뜬히 처리한다.

그렇다면 전기차 구매시점에 대한 고민을 다시 해보자. 스마트폰 기능과 성능이 상향 평준화 된 지금 스마트폰을 당장 살 것인가 나중에 살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면 손에 쥔 제품을 더 쓸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한 판단 근거다. 만약 새 제품 가격 조건이 만족스럽다면 교체를 결정하는 이가 많을 것이다. 필요할 때 되도록 최신형 제품을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가격 수준으로 산다고 보면 된다.

전기차도 비슷하다. 지난 10년 사이 엄청난 발전을 거듭해 온 덕분에 요즘 출시되는 차는 성능 면에서 격차가 적다. 물론 차의 성격과 브랜드에 따라 가격엔 큰 차이가 있지만 스펙 면에서 그렇다는 얘기다. 따라서 전기차에 관심이 있고 차를 살 여력이 있다면 지금이 구입 적기일 수 있다. 그 이유는 아래 다섯 가지다.

1. 넉넉한 보조금: 당장 전기차를 사볼 만한 가장 큰 이유는 보조금 수준. 올해 전기차 국고보조금은 환경개선효과에 따라 849만원부터 1200만원까지로 책정됐다. 여기에 지자체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440만원에서 1100만원까지 추가로 지원한다. 문제는 보조금 지원대수가 늘어나는 대신 대당 지급되는 금액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이유로 당장 사서 타다가 팔더라도 큰 손해가 아니라는 생각으로 전기차를 사고 보는 이들도 있다. 게다가 현행 보조금 체계는 총 주행가능거리가 긴 차종에 유리한 편이다. 그동안 배터리 탑재 공간의 제약 때문에 무턱대고 큰 배터리를 탑재할 수 없었지만 최근엔 SUV라는 새로운 형태를 통해 탑재공간의 한계를 일부 극복했다. 최근 전기SUV가 출시가 잇따른 이유기도 하다. 앞으로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체계는 에너지효율 위주로 바뀌는 데다 지원금 수준도 낮아질 전망이다. 멀리 가려면 단지 큰 배터리만을 탑재하면 되는데 효율이 떨어지면 무의미해서다.


▎장거리 주행 전기차의 첫 주자로 꼽히는 쉐보레 볼트 EV. / 사진:한국GM


2. 늘어난 주행거리: 수년 전만 해도 전기차의 주행가능거리는 200km를 간신히 넘기는 수준이었지만 최근에는 300km를 넘어 최대 400km 이상도 주행가능한 모델의 출시가 이어진다. 우리나라 사람의 심리적 주행거리 마지노선은 500~600km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한번 주유로 달릴 수 있는 거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차를 몰고 부산을 왕복할 일이 얼마나 될까. 주행거리 300~400km라면 서울-대구, 서울-강릉쯤은 충분하다. 게다가 요즘엔 휴게소마다 충전소가 있어 잠시 쉬어가는 동안 충전하기가 쉬워졌다. 앞서 누군가가 충전하는 상황이라면 조금 더 기다려야겠지만 보통 30분~1시간 내외 충전으로 80% 이상 충전할 수 있다. 물론 5분 이내로 해결되는 주유에 비하면 비효율적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앞으로 무선 등으로 충전기술이 더 발전하면 이런 불편함마저도 사라질 것으로 예상한다. 그리고 주행거리에 맞춰서 여행계획을 세우면 되기에 현재 전기차 오너들은 크게 불편해하지 않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내연기관처럼 딱 주유량만큼 달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회생제동에너지로 충전이 가능해 내리막길에서 충전되는 것을 보면 왠지 돈 버는 기분마저 든다.




3. 넉넉한 전기 인심: 전기는 전국 어디서든 쉽게 구할 수 있는 만큼 그에 맞춘 ‘전기차 라이프’가 가능하다. 내연기관차로 무조건 먼 거리를 빨리 가는 것에 익숙하지만 쉬엄쉬엄 달리는 것도 여행을 즐기는 방법이다. 기름 한방울 쓰지 않는 건 물론 매우 저렴한 비용으로 여기저기를 돌아다닐 수 있다. 느리게 걸을 때는 뛸 때보다 주변이 더 잘 보인다. 전기차를 타면 내연기관차를 탈 때와는 다른 여행계획을 세우게 된다. 특히 펜션 등 숙소에서 묵을 때 주인에게 전기차 충전비용 5000원~1만원쯤을 지불하기도 하는데 주인 인심에 따라 돈을 받지 않는 경우가 (아직까지는) 많다.

4. 유지비 걱정 뚝: 내연기관차로 장거리 여행을 계획한다면 엔진·변속기오일, 브레이크액, 냉각수 양과 상태, 엔진 팬벨트와 타이어 등 고무류를 비롯해 살필 곳이 꽤 많다. 더구나 한 번 문제가 생기면 연관된 부품이 연쇄적으로 말썽을 일으키면서 순식간에 지갑이 얇아질 수 있다. 물론 이런 불편은 당연시 여겼기에 익숙할 뿐이다. 주기적으로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이 너무 많다 보니 아예 엔진룸조차 열어보지 않는 무신경한 운전자가 생기고 결국 ‘정비불량’으로 여행을 망치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그에 비하면 전기차는 배터리 충전량 외에 딱히 신경 쓸 부분이 없다. 차 자체 결함이나 정비사의 치명적인 실수 등 내연기관차에서도 가능한 불안요소를 제외하면 운전자 입장에선 타이어 공기압 체크와 충전계획만 세워도 충분히 운행 가능한 셈이다. 오랜 시간 차를 보유할 계획이라면 이런 특장점은 더욱 크게 느껴질 것이다.

5. 주행 스트레스도 감소: 전기차는 주행시 스트레스가 적다. 엔진·변속기·터보차저 등 큰 소리를 내는 부품이 없으니 엔진룸에서 들리던 여러 소음이 들리지 않는다. 노면의 소음, 창문 너머로 들리는 바람소리가 전부다. 효율을 고려한 운전을 하다 보면 이런 소음도 크지 않기에 그만큼 운전 스트레스가 줄어든다. 출발 전 예열하거나 정차 후 차를 식힐 필요도 없다. 요즘 내연기관 차는 터보차저·DPF 등 점점 복잡한 장비를 탑재하는 만큼 관리가 중요한데 짧은 거리를 오가는 운전자라면 사소한 문제가 잇따른다. 전기차는 이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으니 성격이 급한 운전자에게도 잘 어울린다. 게다가 전기모터는 토크가 강하다. 순간적으로 낼 수 있는 힘이 세서 오르막도 문제 없다. 만약 단독주택에 살고 태양광발전설비를 갖췄다면 햇빛으로 만든 전기로 차를 공짜로 타는 셈인 데다 전기 생산시 이산화탄소가 더 발생한다는 얘기도 들을 필요가 없다.

1449호 (2018.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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