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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집값 왜 계속 오르나] 주택 수 모자라고 낡은 집 많아 불편 

 

황정일 기자
주택보급률 100% 밑돌아 전국 꼴찌...기존 주택 10가구 중 4가구꼴 노후화

▎지은 지 30년이 넘는 주택이 밀집해 주거환경이 열악한 서울 강북권의 한 재개발 구역. 서울 전체 주택 중 지은 지 30년이 넘은 주택이 37.2%에 이른다.
서울의 집값 상승세가 무섭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8월 넷째 주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6% 상승했다. 앞서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8월 셋째 주를 기점으로 5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4월 초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 시행 등으로 집값이 안정세를 보이다 다시 꿈틀거리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서울이 주도하고 있다. 8월 넷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45% 올랐다. 이는 2012년 5월 감정원이 아파트 시세 조사를 시작한 이후 주간 상승률로는 역대 최고치다. 서울 집값은 부동산 규제가 본격화한 올해에도 단 한 번도 내린 적이 없다. 정부는 예년보다 주택 공급이 많다는데, 집값은 쉬지 않고 오르고 있는 것이다.

8월 넷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 올해 최고치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8·2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서 “서울과 수도권의 최근 주택 공급량은 예년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공급 여건은 안정적인 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의 최근 10년 연평균 입주물량은 6만2000가구, 5년 평균은 7만2000가구였는데, 지난해에는 이를 웃도는 7만5000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라는 설명이었다. 실제로 지난해 입주물량은 당초 예상보다는 적지만 10년 연평균 물량보다 많은 6만9000여 가구였다. 적지 않은 물량이 공급됐지만 집값은 계속 뛰고 있는 것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여의도 통개발’ 발언 등의 호재가 있다고는 하지만 이를 감안해도 상승 폭이 가파르다.

집값이 오르는 것을 한두 가지 이유로 설명하기는 힘들다. 주택 수급상황에서부터 정책, 대출금리, 투자심리, 유동자금, 경기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집값이 내릴 때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최근의 상황은 집값이 오르기 썩 좋은 환경이 아니다. 무엇보다 정부가 대출 규제 등을 통해 투자(투기) 수요를 묶어두고 있다. 대출금리도 오름세고, 경기 역시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다. 그럼에도 수요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건 앞으로 서울 집값이 오르면 올랐지 떨어지진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구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사장은 “정부가 규제를 가하고 있지만 집값이 떨어질 것으로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여의도 통개발과 같은 호재가 터지면 실수요나 투자수요 할 것이 매수에 나서면서 곧바로 ‘급등’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집값이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은 수급(需給) 불균형에서 출발한다. 국토부에 따르면 서울 주택보급률은 2016년 기준 96.3%다. 전국적으로는 102.6%인데, 서울이 꼴찌다. 인접한 경기도 역시 99.1%로 뒤에서 두 번째다. 수도권에서는 그나마 인천이 100.9%로 100%를 넘었다. 국토부는 지난해 8·2 대책 때 2016년 기준 96.3%인 서울의 주택보급률이 2017년에는 97.8%에 달한 것으로 추정했다. 1년 만에 1.5%포인트나 높아진 근거는 7만5000가구로 예상한 넉넉한 입주 물량이다. 실제로는 이보다 6000여 가구가 적게 입주했지만, 국토부 추정대로 7만5000가구가 모두 입주해 주택보급률이 상승했다고 해도 여전히 서울 주택보급률은 100%를 밑돈다. 주택 보급률 산출을 위해 활용하는 ‘일반가구’에 외국인 가구와 고아원·기숙사 등 집단가구는 제외돼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주택보급률은 더 낮을 것으로 시장에선 추정한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등록 외국인만 27만 명이 넘는다. 통계청이 최근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의 외국인 가구는 48만 명으로 2016년보다 2만 명 증가했다. 물론 주택보급률 산정 때 오피스텔처럼 아파트를 대체할 수 있는 상품이 제외돼 있다. 때문에 국토부는 오피스텔 등을 넣어 주택보급률을 계산하면 지금과 큰 차이가 없다고 설명한다. 오피스텔은 2015년 이후 지난해까지 연평균 8만실가량이 꾸준히 공급됐다. 그렇다고 해도 역시 100%를 밑돈다.

지난해 아파트 순증 물량 10년 사이 최저 수준

입주물량에도 허수가 많다. 지난해 서울에서는 6만9000여 가구가 집들이를 했는데, 이는 풍족하지는 않아도 국토부 설명대로 넉넉한 물량인 건 맞다. 문제는 지난해 서울에서 6만9000여 가구가 입주했다고 해서 서울 주택 수가 6만9000가구 늘어난 게 아니라는 것이다. 재개발·재건축 등으로 멸실(滅失)되는 주택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김현아 의원이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아 분석한 ‘서울 주택공급량’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 새로 지어진 집은 6만8782가구고, 재개발·재건축 사업 등으로 사라진 집이 4만7358가구다. 이렇게 새로 지어진 집에서 멸실된 주택을 제외한 ‘순증(純增) 주택 수’는 2만1424가구에 그친다. 2016년 순증 주택 수(4만6370가구)보다 오히려 적다. 5년 연평균 순증 주택 수(4만6456가구)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선호도가 높은 아파트만 놓고 보면 더 심각하다. 지난해 아파트 순증 주택 수는 1만4491가구로, 지난 10년 간 최저 수준이었다.

강남·서초·송파·강동구 등 이른바 ‘강남 4구’는 재건축이 활발하게 진행된 탓에 새로 지어진 주택보다 멸실된 주택이 더 많은 순감(純減) 지역이다. 강남 4구에서는 1만5093가구가 새로 지어졌지만 1만7647가구가 사라졌다. 서울 25개 구 가운데 가장 많이 줄어든 곳은 송파구로, 6204가구가 지어졌지만 8490가구가 멸실돼 전체적으로는 2286가구가 줄었다. 강남구는 2016년(-776가구)에 이어 2017년(-809가구)에도 주택 수가 줄었다. 강동구는 1108가구가 줄었고, 강북 집값 상승을 주도했던 마포구(-107가구), 동대문구(-1117가구) 등지도 지난해 주택 수가 줄었다. 이들 지역은 대부분 지난해부터 상승세가 가팔랐던 곳이다. 김현아 의원은 “정부가 반쪽짜리 통계만 앞세워 공급 부족에 따른 집값 상승 가능성은 아예 접어두고 수요만 억누르는 정책을 펴면서 시장이 왜곡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양’도 문제지만 사실 더 큰 문제는 ‘질’이라고 지적한다. 주택산업연구원이 5월 발표한 ‘서울시 주택노후도 현황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1월 건축물대장 기준 서울 전체 주택 중 사용승인 이후 30년이 지난 노후주택이 37.2%에 달한다. 특히 단독주택의 노후건축물 비율은 절반에 가까운 47.4%로 나타났다. 단독·다가구주택 31만8440가구 가운데 15만991가구가 지은 지 30년이 넘은 것이다. 이들 노후주택은 대개 강북구 미아동, 성북구 장위동, 관악구 신림동, 강북구 수유동 등지에 몰려 있다. 주택 자체의 노후화도 문제지만 주차시설 부족 등 기반시설 부족 문제로 주거환경이 열악해 선호도가 떨어진다. 공동주택(아파트·연립주택·다세대주택)은 그나마 노후주택 비율이 12.3%에 그쳤지만, 서울 공동주택의 80%는 역시 주거 선호도가 떨어지는 5층 미만의 연립·다세대주택이다.

새 아파트에만 수요 계속 몰려

결과적으로 저층 주택의 절반 정도가 지은 지 30년 정도된 노후주택이라는 얘기다.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노후주택이 오랜 기간 보수·보강 없이 그대로 방치되고 있어 큰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는데, 바꿔 말하면 서울 주택의 37%는 안전상에 문제가 있을 정도로 ‘질’이 좋지 않다는 얘기가 된다. 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노후주택 정비 사업이 사실상 재개발·재건축 정도였는데, 정부 규제 등으로 사업이 멈춰서면서 노후주택을 제때 정비하지 못한 탓”이라고 말했다. 같은 이유로 갈수록 주거의 질, 주거 선호도가 떨어지는 주택이 계속 증가할 전망이다. 하지만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에 육박하고 있고, 아파트에서 나고 자란 20~30대가 본격적으로 독립하기 시작하면서 아파트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 주거 편의성이나 쾌적성에서 앞서는 아파트에만 수요가 몰리고 있는 것이다. 이남수 신한PWM도곡센터 PB팀장은 “최근 몇 년간 새 아파트나 신규 분양 아파트, 새 아파트를 받을 권리(분양권, 재개발·재건축 입주권, 재개발·재건축 지분 등)에만 주택 집중적으로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그동안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규제할 게 아니라 장려해 노후주택 문제와 신규 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수요가 있는 곳에서 공급을 늘려 고질적인 집값 불안을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에서는 새 아파트를 공급할 땅이 거의 없어 사실상 재개발·재건축이 유일한 공급처다. 하지만 이 경우 집값이 급등을 넘어 폭등할 수 있는 데다 낡은 주택에 살던 원주민이나 이들 주택에서 전·월세를 살던 저소득층이 난민 신세가 될 수 있어 쉽지 않은 문제다. 수급 상황이 나쁘지 않다던 정부가 박근혜 정부에서 중단했던 공공택지 개발 카드를 꺼낸 이유이기도 하다. 도심에서의 공급이 쉽지 않은 만큼 도심 인근 그린벨트 해제 등을 통해 공급을 늘린다는 것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기존 주택이 빠르게 노후화되고 있는 만큼 많든 적든 새 집을 꾸준히 공급해야 주택시장을 안정화할 수 있다”며 “당장 도심에서 공급이 어렵다면 서울 인근 그린벨트 등지에 대규모 공공 택지를 건설하는 게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스기사] 문재인 정부의 세 번째 주거안정대책 - 2022년까지 36만 가구 규모 공공택지 확보

정부는 주택 공급 부족에 대비해 2022년까지 총 44곳에 36만2000가구를 공급할 수 있는 공공택지를 확보한다. 국토교통부는 8월 27일 2022년까지 수도권 30곳에 30만 가구 이상을 공급할 수 있는 공공택지를 개발한다고 밝혔다. 지자체 협의가 완료된 일부 사업지구는 9월에 위치를 공개할 방침이다. 30곳을 추가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실제로 새로 개발하는 곳은 14곳 정도다.

국토부는 이미 지난해 11월 주거복지로드맵에서 공공택지 40여 곳을 신규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7월에는 신혼부부 주거 지원을 위해 3~4곳을 추가, 모두 43~44곳의 공공택지를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30곳을 추가하는 게 아니고, 지난해 공공택지 개발 발표 이후 이미 지구지정이 이뤄진 14곳을 빼고, 2022년까지 30곳을 개발한다는 것이다. 이전 발표 목표치에 14곳, 24만2000가구 정도가 추가된 것이다. 앞서 국토부는 성남 복정, 구리 갈매역세권, 남양주 진접2지구 등 14곳 6만2000가구에 대해 입지선정을 마쳤다. 이문기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올해부터 2022년까지 수도권 연평균 신규 주택 공급이 26만3000가구로 풍부하지만 공급 부족에 대비해 택지를 추가로 확보키로 했다”고 말했다.

-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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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0호 (2018.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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